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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2024. 7. 27. 15:54

오줌 싸고 싶어

 

모두들 말이 없었다.

공습을 당할지도 모르니 열차 안도 집과 마찬가지로 등화관제가 이루어졌다. 아직 봄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추웠던데다가 배도 고팠지만 토토는 모처럼 앉았으니 자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삼등칸 열차 좌석은 나무로 만들어진 딱딱하고 긴 의자였던지라 다리로 열차의 진동이 전해지더니 얼마 지나자 엉덩이도 아파왔다.

긴장하고 있었던 걸까? 아무리 눈을 꼭 감아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할 수 없이 가방을 열어 가장 좋아하는 얼룩곰 인형을 쓰다듬었다. 그게 토토가 가져온 물건 중 가장 부드러운 물건이었기에 이걸 만지는 것만으로 다소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역에 정차하자 창문으로 휙하고 짐들이 날아들어오더니 그 뒤를 이어 "죄송합니다."라며 창문으로 사람이 올라탔다. 십 분 간격마다 어딘가의 역에 정차했는데 토토는 그 때마다 누군가가 창문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긴장해야 했다.

역에 도착할 때마다 두근두근거렸더니 이젠 반대로 "그럼 실례합니다."라며 창문으로 내리는 사람까지 나왔다. 박스석 사이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타려는 사람의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내리려는 사람의 짐을 건네주기도 했다. 우에노를 막 출발했을 때엔 모두들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자기자리를 확보하게 되자 신기하게도 협동심이 생겨난 것 같았다.

토토는 오줌을 싸고 싶어졌다. 피난처를 찾아 센다이나 후쿠시마에 갔을 때에도 토우호쿠선을 타고 다녔기에 차량 끝 쪽에 화장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시장통을 헤치고 화장실에 갈 수 있을까?

토토가 우물쭈물대고 있자 토토를 앉혀주고서 창측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왜 그러니?"라고 물으셨다.

"오줌 싸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자 아주머니는 아오모리 사과 같은 빰을 더욱 붉게 물들였다.

"다음 역에 도착하면 내가 방법을 알려줄게. 그 때까지 참을 수 있겠니?"

"네."

"역에서 기차가 멈춰있는 동안 창문으로 싸버리면 된단다. 내가 잡아줄 테니깐 괜찮을 거야."

엑! 창문 밖으로 싸는 거야? 그렇게 창피한 걸 어떻게 해.

창문으로 싸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 토토가 어떻게든 화장실에 가겠다는 생각에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토토는 통로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헤쳐나가며 화장실로 향했다. 차량 안은 어렴풋하게밖에 보이지 않는 전등이 달려있을 뿐이라 바닥이 잘 보이지 않았기에 천장에 매달려 달빛을 의지하는 게 훨씬 밝게 보이겠다 싶어졌다.

승객들은 모두들 친절하게 대해주며

"거기 좀 비켜봐."

"여자애가 그 쪽으로 갔어."

이런 식으로 말을 주고 받았다. 길을 비켜준 아저씨가 토토에게 "혼자 가는 거니?"라고 물어봤는데 혼자인 건 맞지만 "혼자예요."라고 말했다가 납치당해서 엄마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워져

"아뇨, 옆 차량에 오빠가 있어요."

라고 말했다. 토토가 어릴 적엔 무엇보다도 무섭게 여겨졌던 게 "유괴범"이었기에 잡혀가지 않도록 거짓말을 한 것이다. 토토의 상상해왔던 "유괴범"처럼 붉은 망토를 걸치고 멋을 내고 있는 사람을 그 야간열차에서 찾을 수는 없었지만.

토토는 드디어 화장실 앞에 도착했지만 들어가려고 보니 더더욱 막막해졌다. 화장실 문은 열려 있었고 그 안으로 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앉아있었던 것이다. "죄송해요. 용변을 보고 싶은데 비켜주실 수 없을까요?"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변기 주변에 남자가 앉아있기까지 했다.

안 되겠다, 포기하자. 또다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자리로 돌아왔다.

"화장실 쓸 수 있더니?"라고 아주머니가 물어보았다.

"사람들로 꽉 차서 못 썼어요."

토토가 답하자 아주머니가 "그렇겠제"라며 활짝 웃었다.

몇 분 후 열차가 어딘가 역에 멈춰섰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갑자기 좌석에서 일어나더니 힘껏 창문을 열고서 몸빼를 내려 엉덩이를 창 밖으로 내밀었다.

"봐,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샤아~

새까만 어둠을 향해 기세 좋게 날아가는 소리가 났다. 어두운 차량 안에서 아주머니의 새하얀 허벅지가 어렴풋이 빛나고 있었다. 하얀 무릎은 토토 얼굴 바로 옆에 있었다. 토토가 멍하니 보고 있자 아주머니가 순식간에 몸빼를 허리 위로 올렸다. 정말 신속했다.

"어두우니깐 아무에게도 안 보여."

아주머니가 그렇게 말하며 토토에게 창 밖을 보게 했다. 토토가 창문 좌우를 보자 둥글고 하얀 물체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역에 서있는 시간이 짧으니깐 꼬마 아가씨는 다음 역에서 하렴."

꼴 사납다든가, 부끄럽다든가, 그런 걸 말할 처지가 아니었다. 토토가 창 밖에 쉬를 하든말든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누구도 화내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너무 참아서 지리거나 하게 되는 게 훨씬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다음 역에 도착했을 때 옆자리 아주머니가 묵묵히 창문을 열고서 토토에게 창측 자리를 내주셨고 토토가 몸빼를 내리고 엉덩이를 창 밖으로 내밀었을 때엔 떨어지지 않도록 왼손을 잡아주셨다. 토토는 오른손으로 창틀을 꽉 잡았다.

차가운 바람이 토토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샤아~

오줌이 기세 좋게 뿜어져 나와 차량 벽에 닿는 소리가 났다. 손을 잡아주고 있는 아주머니 외엔 누구 하나 토토를 보지 않았다. 토토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용변을 봤지만 부끄러움 같은 건 없었다.

창 밖으로 오줌 누기!

내일 엄마에게 이야기 해야지!

엄마 쪽은 아침에 시리우치역에 도착할 예정인데 지금쯤 어디를 달리고 있을까?

노리아키 짱은 얌전히 있으려나? 마리 짱은 칭얼대지 않을까?

그런 걸 생각하고 있다가 토토는 점점 잠에 빠져들었다.

 

"어머니!"

 

토토는 조금 무서운 꿈을 꿨다.

사과 뺨 아주머니가 악몽에 시달리는 토토의 어깨를 두드려 깨우셨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아침해가 무척 아름다웠다.

아주머니는 모리오카역에서 내리셨다. 오줌 누고 싶었을 때 외엔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 열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들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것이 어린 눈에도 훤히 보였기에 토토는 신경 쓰이는 점이 많았어도 아주머니와 조금 이야기를 나눈 것 외엔 잠자코 있었다.

아주머니가 내릴 때에 짐 속에서 꾸깃꾸깃한 신문지에 싸인 걸 꺼내 토토의 손에 올려주었는데 삶은 감자였다. 열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토토는 감자의 냄새를 맡아본 뒤 조금 베어물어보자 그것만으로도 맛있고 상냥한 물체가 목을 통과했단 느낌이 들어 한동안 그것을 먹는 데에만 몰두했다.

다 먹고 나서야 앞에 앉아있던 아저씨의 시선을 눈치채서 왠지 부끄러워져 "실례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창 밖에는 눈이 막 녹기 시작한 갈색 밭이 펼쳐져 더 멀리엔 아직 눈이 많이 남아있는 숲과 산이 보였다. 숲도 산도 토쿄보다 훨씬 진한 색을 띄고 있었다.

기차가 스와노타이라역에 정차했는데 그 전까지 정차했던 역들에 비하면 한층 더 작은 역이었다. 몇 년 전에 엄마와 귀향했을 때 알게 된 누마하타 아저씨가 이 역에 내렸던 게 어렴풋이 생각났다. 토토가 누마하타 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간다면서 왜 스와노타이라가 아니라 시리우치까지 가는 걸까 생각하는 동안 기차가 다시 부옹하고 기적을 울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삼십 분 정도 지나 환승 플랫폼도 있는 커다란 역에 도착했다.

플랫폼에서 "시리우치~ 시리우치~"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자 토토는 엄마와 만날 생각에 기뻐서 달리다시피 하며 플랫폼에 내렸다.

볼을 스치는 바람이 차가워서 크게 심호흡하자 처음으로 맛보는 듯한 다소 차갑고 청량한 공기가 느껴졌다.

안내판 지도를 따라서 걸어가며 레일을 두 개 정도 건너자 멀리서 "테츠코~"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찰구 건너편에 엄마가 있었다! 토토는 주머니 안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표를 역무원 아저씨에게 건낸 뒤 단숨에 엄마가 있는 곳까지 달려갔다.

"어머니!"

마리 짱을 업고 노리아키를 왼손으로 잡고 있던 엄마가 오른팔을 펼쳐 토토를 받아주셨다. 우에노역에서 헤어진 뒤 꼬박 하루가 지난 시간이었다.

"엄마는 오전에 도착해서 시장에서 먹을 걸 사왔단다."

그렇게 말하며 대나무잎으로 싸인 보리와 현미 주먹밥을 보여주셨다.

"우와~"

하얀 쌀밥은 아니었어도 제대로 된 주먹밥을 보는 것이 너무나 오랜만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저기 긴 의자에서 먹자꾸나. 역 화장실에서 수돗물도 나오니깐 손을 씻고 물도 마시고 오렴. 노리아키 짱도 같이 가렴."

그렇게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커다란 매실짱아치 주먹밥을 먹었다. 토토는 기차 안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말했다. 기차가 가득 찼던 일, 다들 창문으로 드나들었던 일, 기차 화장실을 쓸 수 없어서 아주머니께서 창문으로 오줌 싸는 법을 알려주신 일, 토토 외에도 하얀 엉덩이가 여기저기 창문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던 일, 아침해가 아름다웠던 것, 아주머니가 삶은 감자를 주신 것...

그러자 노리아키 짱이 "감자 먹고 싶어."라고 말했다.

"노리아키 짱, 아까 봤잖니? 여긴 토쿄와 달리 안전하고 먹을 것도 많이 있어. 살 곳만 정해지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엄마가 열심히 일할 거니깐 그 때까지만 참으렴."

엄마가 그렇게 말하시면서 노리아키 짱을 쓰다듬었다.

다들 이십사 시간에 가까이 지나도록 거의 자지도 못하고 기차를 타고 왔기에 완전히 녹초가 되어있었다.

"오늘은 여관에 묵으면서 여행 피로를 풀자꾸나. 누마하타 아저씨 댁은 내일 갈 거야."

엄마는 토토가 오는 동안에 숙박할 곳을 찾아보고 있으셨다.

기차 안에서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바로 옆에 엄마가 있고 노리아키 짱과 마리 짱도 싱글벙글 웃고 있다. 공습경보도 울리지 않는다. 여기에선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라고 불러도 "적국의 말을 쓰다니!"라며 화를 낼 사람도 없겠다 싶었다. 토토는 토쿄에선 맛보기 힘들었던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그리스도 전설

 

"실은 누마하타 아저씨 댁에 가기 전에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단다."

아침에 일어나자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버스로 두 시간 정도 가면 헤라이라고 하는 곳에 예수님의 묘지가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토쿄에 있었을 때에도 엄마가 그리스도 묘지가 누마하타 아저씨 댁 근처에 있다고 말씀한 적이 있었다.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가 사실은 그리스도의 동생이었고 진정한 그리스도는 일본까지 건너와 헤라이에서 백여섯 살로 생애를 마감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엄마도 그걸 사실이라고 믿으시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이 또한 모종의 계시 같은 거란 생각이 드셨다나 어쩐다나 설명해주셨다.

크리스트교 신자이셨던 엄마는 그런 전설이 태어난 곳을 직접 보고 싶다, 모처럼 근처까지 왔는데 들르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생각하신 것 같다. 토토는 역시 엄마야! 그래서 스와노타이라가 아니라 시리우치에 온 거구나 수수께끼 해결! 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리스도가 토우호쿠 사투리를 쓰는 지역에 올 이유가 대체 뭐였을까하는 생각에 갸우뚱했다.

 

시리우치에서 헤라이까지는 버스로 갈 수 있었다. 운전석 앞이 하마 입처럼 툭 튀어나온 버스가 토토네와 지역민들을 태우고 느긋하게 달려나갔다. 좌석에 사람들이 꽉 찬 상황에서 커다란 짐을 안고 있는 토토네를 다들 신기한 걸 보는 듯한 눈빛으로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

내리는 사람이 "오츠루, 오츠루"라고 말하며 안쪽 자리에서 나왔기에 토토는 뭐가 떨어진다(落ちる, 오치루)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린다(降りる, 오리루)는 말을 "오츠루"라고 하는 것이었다. 버스 안내양이 "내리는 사람이 다 죽으면(しんで, 신데) 올라타소."라고 하길래 깜짝 놀랐는데 "내리는 사람이 다 내리면(すんで, 슨데) 그 다음에 올라와 주세요."라고 말했다는 걸 겨우 알아차렸다.

버스가 점점 산 깊은 곳으로 들어가도 논밭의 광경이 계속해서 보여 토토는 이런 산 깊숙한 곳에세도 농부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고삐를 쥐인 말이 따각따각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등의 양 옆에 채소들을 주렁주렁 지고 가고 있었다.

"우와, 말이다!"

토토는 동물 중에 개와 여우 다음으로 말을 좋아했다. 홋카이도에서 의사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와 함께 마차를 타본 적이 있었지만 이 때 처음으로 짐을 짊어지고 가는 말을 보게 된 것이다.

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말을 배웅해 주려 하자 말의 엉덩이 쪽에서 커다란 경단 같은 게 땅으로 떨어지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꺄악!"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러자 토토 뒤에 앉아있던 남자가 "뭐여, 망아지 보는 거 츠음인갑네?"라고 말하며 커다란 목소리로 왓하하 웃었다. 창 밖을 다시 내다보니 말이 지나간 길엔 지푸라기를 흙과 함께 뭉친 듯한 말똥이 큰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옛날 사람들은 어째서 이런 산 깊숙한 곳에 살려고 한 걸까? 버스가 언덕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하나둘 내릴 때마다 토토는 이런 생각을 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 중엔 허리가 굽은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었다. 다들 몸빼를 입었고 수건을 목에 두르고 있는 사람도 있고 머리에 싸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갈색으로 물든 손은 주름이 졌으며 다들 손가락이 두꺼웠다. 일하는 사람의 손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토토네는 그리스도 묘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내렸는데 가는 길을 몰라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민가에 들러 물어보았다.

"실례합니다. 그리스도 묘지에 가고 싶은데 길을 알 수 있을까요?"

현관 앞에서 커다란 목소리로 엄마가 물어보시자 안에서 천천히 피부가 검은 아저씨가 나타나더니

"애들 데리고 고생이슈. 그리스도 묘는 가까우니께 따라오슈."

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익숙해 보이는 눈치였다. 엄마도 토토도 커다란 짐을 안고 있었기에 집 안에 둬도 괜찮다며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엄마는 가방을 놓고 마리 짱을 업었고 토토와 노리아키 짱이 손을 잡고 언덕길을 올라갔다. 길을 가면서 아저씨가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엔 묘지를 찾는 사람이 전국에서 몰려왔던 것이나 옛날부터 전해져 오던 헤라이의 관습 중 크리스트교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를 알려주셨다.

"자, 여기유."

아저씨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구불구불 산길 끝에 약간 높은 언덕이 보였다.

"이 위에 두 개의 흙무덤이 있는디 오른쪽이 그리스도 묘지고 왼쪽이 그리스도 동생인 이스키리의 묘지유."

(이 이야기는 일본에만 있는 것으로 이스키리는 예수를 가리키는 イエス, 이에스와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キリスト, 키리스토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서 번역할 수도 있지만 일본 고유명사나 마찬가지기에 그대로 표기한다. -역자주)

아저씨가 이렇게 알려주었다.

엄마는 천천히 돌계단을 올랐다. 두 흙무덤에는 야생화가 바쳐져 있었다. 엄마는 오른쪽 흙무덤을 보며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으며 "아멘"이라고 하셨다. 엄마 등으로 햇빛이 비춰져서 뒤로 묶은 머리카락이 빛나보였다. 건너편은 절벽으로 되어 있어서 강이 흐르는 소리와 어디선가 작은 새의 지저귐 소리가 들려왔다.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정말로 그리스도 묘지인지는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전쟁이 일어나, 메이지 짱이 죽고, 아빠는 군대에 빼앗겼으며, 추억이 듬뿍 담긴 키타센조쿠 집을 떠나야 했다.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어도 기도하는 것도, 약한 소리를 내뱉는 것도, 우는 것도 하지 못했지만 엄마는 그리스도 묘지 앞에서 무척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으셨다.

전쟁은 언젠가 끝날 것이다. 가족이 다함께 모여살 수 있는 평화로운 나날이 꼭 돌아올 것이다.

조용히 기도하는 엄마를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는 모르겠지만 토토 자신의 마음에도 힘이 샘솟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예수님이 정말 일본에 오셨을까? 토토는 어릴 때부터 매주 교회의 일요학교에 갔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그런 말을 엄마에게 하지는 않았다.

버스 정류장까지 내려가니 아저씨의 아내인 듯한 분이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손을 흔드는 아주머니 발 밑에 토토네가 가져온 짐들이 놓여져 있었다. 돌아갈 시간을 계산해서 짐을 버스 정류장까지 가져와 주신 것이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엄마가 정중히 인사를 드렸고 토토도 처음 와보는 곳에서 이런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던 게 얼마나 큰 행운일까 생각이 들어 친절한 두 분께 인사를 드리고 버스에 탔다.

참고로 그리스도 형제 묘지는 지금도 헤라이에 있으며 최근엔 관광지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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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one glowfly
:
문화/책 2024. 7. 24. 22:26

피난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신변 정리를 해야만 했다.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토토에겐 소중한 것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아빠가 기원 2600년(메이지 정부가 일본 신화에 따라 기원전 660년을 건국연도로 정하면서 1940년이 2600년째에 해당한다) 축하공연 여행차 만주에 갔다왔을 때 주신 선물인 커다란 곰인형이었다. 아빠는 이 여행 때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이자 만주국 황제가 되었던 아이신 교로 푸이의 부탁으로 연주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토토는 그 인형을 "쿠마 짱"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또 하나는 좀 더 어릴 적에 미국에서 돌아온 숙부 님이 주신 얼룩곰 인형이었다. 공습경보 때도 가방에 담고서 방공호에 같이 데려가곤 했기 때문에 피난 때에도 같이 하고 싶었다. 쿠마 짱 쪽은 "짐이 너무 커지니 포기하렴."이라는 엄마의 한 마디에 두고 가는 걸로 결정되었지만 얼룩곰은 데려가기로 했다.

엄마가 가져가기로 한 건 가족 사진, 아빠 연주회 사진과 프로그램 등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었다. 짐이 꾸려지자 엄마는 응접 세트 소파의 고벨린제 천을 싹둑싹둑 자르기 시작했다. 로코코풍 무늬가 무척 멋졌지만 엄마는 그걸로 짐을 싸서 보자기 대용으로 썼다. 소중한 물건들을 넣어서 빵빵하게 둥글어진 고벨린제 보자기는 마치 산타클로스의 주머니를 보는 것 같았다.

"기다리렴. 곧 돌아올 테니깐."

쿠마 짱을 아빠가 앉던 의자에 앉힌 뒤 토토네는 키타센조쿠 집을 떠났다.

 

토토, 피난하다.

 

혼자 타는 야간열차

 

덜커덩, 덜커덩.

토토는 어두컴컴한 밤을 달려나가는 아오모리행 열차를 타고 있었다. 창 밖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2인석의 가운데에 앉아있었지만 토토의 양쪽에 있는 건 엄마도 노리아키 짱도 마리 짱도 아닌 생판 모르는 아줌마 아저씨였다. 홀로 남아있는 토토의 오른쪽 손에는 엄마가 주신 열차 표와 "우에노, 후쿠시마, 센다이, 모리오카, 시리우치"라고 쓰여진 종이가 쥐여져 있었다. 세계대전이 끝난 해의 3월 중순이었다.

그 날 아침 토토는 엄마와 노리아키 짱과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은 마리 짱과 함께 넷이서 우에노역으로 향했다. 우에노역은 사람들로 북적여 수많은 짐들을 끌어안은 어른들이 두두두하고 지진을 일으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소리를 내며 앞다투어 개찰구로 향했다. 엄마는 등에 가방을 맸고 왼손으로 노리아키 짱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마리 짱을 아기띠로 안은 채 오른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었다. 토토가 노리아키 짱과 손을 잡으려 하자 "비켜!"라며 누군지 모를 아저씨가 밀쳐내서 넘어질 뻔 했다.

"우왓!"

토토가 소리를 지르자

"만약 어머니를 놓쳐도 일단 아오모리행 열차를 타렴. 그리고 나서 꼭 시리우치역에서 내려서 어머니하고 노리아키 짱하고 마리 짱을 찾아야 된다."

엄마가 그렇게 말하시면서 토토의 손에 "우에노, 후쿠시마, 센다이, 모리오카, 시리우치"라고 쓰여진 종이와 열차표를 쥐어주셨다. 무서울 정도로 진지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시리우치"는 현재의 "하치노헤"에 해당한다.

개찰구에서 플랫폼을 향하는 것이 힘들었다. 엄마 뒤를 졸졸 따라갔다고 생각했는데 양 옆으로 밀고 밀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처음 보는 아저씨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토토 얼굴을 향해 짐들이 날아와 아프고 숨쉬기도 힘들었으며 자신이 직접 걷는다기보다는 어른들의 짐에 끼어서 같이 운반되는 건가 싶을 정도여서 무척 무서웠다.

엄마가 점점 멀어져 갔다. 어떡한담. 열차가 보이자 어른들의 발은 더욱 빨라졌다.

"꺄악!"

토토는 플랫폼 반대편으로 밀려나 엉덩방아를 찧었다. 주저앉은 채로 열차 쪽을 바라보니 다른 사람을 밀치고서 열차에 타는 사람이나 짐을 창 안으로 던져넣는 사람들이 보였다.

엄마 쪽은 열차에 타신 것 같다.

어떡한담...

출발을 알리는 역무원 아저씨의 목소리가 플랫폼에 울려퍼졌을 때 열차 창문 너머로 엄마가 보였다.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시리우치역에서 기다릴게."

엄마의 입이 그렇게 움직인 것으로 보였다.

사람을 잔뜩 태운 열차가 뿌옹~하고 기적을 울리며 출발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넘쳐났던 플랫폼이 순식간에 텅텅 비었다.

 

"다음 아오모리행 열차는 언제 오나요?"

토토는 분주히 움직이는 역무원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임시열차가 없으니 다음 차는 밤 여덞 시나 되어야 올 텐데, 꼬마 아가씨 혼자서 아오모리까지 가려고?"

"네, 아까 기차에 타지를 못해서 가족과 시리우치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어요."

토토가 그렇게 말하자 역무원 아저씨가 "힘들겠구나."라고 동정하면서 

"플랫폼에 들어올 시간이 되면 알려줄 테니 저 편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라고 말해주셨다.

토우호쿠본선 플랫폼은 피스톤 운동이라도 하듯 열차가 역에 도착하면 승객을 내린 뒤 바로 그 열차에 사람들을 태우고서 출발했다. 토토가 플랫폼 구석에서 아오모리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도 "우츠노미야행"과 "시라카와행"이 출발했으며 그 때마다 플랫폼은 시장통이 되었다가 다시 텅 비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는 것을 바라보는 사이에 완전히 어두워졌다.

"슬슬 저기에서 줄을 서는 게 좋겠구나. 조심해 가거라."

아까 봤던 역무원 아저씨가 가르쳐 주신대로 플랫폼 승차구 맨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두두두두 발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대거 몰려왔다. "아, 또 이러네."라는 생각에 몸을 움츠리자 여자가 "밀려나지 않도록 똑바로 서있어야 한다."라고 말해주었다. 올려다 보니 사과 같은 붉은 뺨을 가진 아주머니가 웃고 있으셨다.

아오모리행 열차의 문이 열리자 토토는 "이얍"하고 열차에 뛰어들었다. 뒤에서 사람들이 점점 들어오고 있었다. 통로 구석으로 밀려나 짜부라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으려니 아까 본 사과 뺨 아주머니가 토토의 손을 홱 낚아채서 2인석 가운데에 앉히셨다. 

"꼬마 아가씨는 말랐으니깐 여기에 앉을 수 있겠지?"

토토의 몸이 아주머니 팔에 안겨 좌석의 가운데에 쏙하고 들어갔다.

주변을 둘러보자 네 명이 앉을 수 있게 되어 있는 박스석에 어른이 여섯 명이나 앉아있었다. 좌석 사이에도 두 세 명씩 앉아있었고 통로도 사람들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토토는 운 좋게 좌석에 앉을 수 있었지만 자리며 바닥이며 순식간에 사람들로 메워진 것이다.

부옹~

증기기관차가 기적을 울리며 끼익끼익 기계가 마찰되는 소리가 나자 우에노발 아오모리행 완행열차가 북쪽을 향해 새까만 밤을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시리우치에는 내일 점심 너머에야 도착한다고 했는데 엄마 쪽하고 만날 수 있으려나? 토토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불안함을 같이 실은 것 때문에 무게를 견디기 힘들었는지 열차가 스피드를 천천히 냈다.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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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2024. 7. 23. 22:23

아빠의 출정

 

아빠가 전쟁터로 가게 된 그날 밤에 어린 마리 짱과 노리아키 짱을 이웃집에 맡기고서 토토와 엄마는 시나가와역으로 향했다. 밤이 된 시나가와역에선 등화관제가 이루어져 컴컴했다. 토토네와 비슷하게 온 가족이 스무 집단 정도 모였다. "여기에서 배웅해주십시오."라고 들었던 야마노테선 플랫폼에서 아빠가 있을 먼 플랫폼을 바라보니 어렴풋한 빛 속에서 군인 아저씨들이 야간열차에 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너무 먼데다가 어둡기까지 하니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아빠는 분명 일장기 부채를 흔들어 줄 것이다. "아버지~"라고 될 수 있는 한 큰 소리를 내어 멀리서 어렴풋이 보이는 군인 아저씨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른 가족들도 똑같이 소리를 내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열차에 탄 군인 아저씨들이 일제히 일장기 부채를 펼쳐 이 쪽을 향해 흔들었다. 모두가 가지고 있던 일장기 부채를 표식으로 삼은 건 아빠와 엄마의 실수였다.

어쩌면 평생 헤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토토는 어느 사람이 아빠인가 어떻게든 알아내고 싶었다. 토토네의 모습을 잘 봐두었으면 했다.

토토와 엄마는 눈에 불을 켜고 아빠를 찾았지만 이 사람인가 하고 손을 흔들어보면 그 사람도 여기를 향해 흔드는 것처럼 보이고 저 사람인가 하고 손을 흔들어보면 그 사람도 이 쪽을 향해 흔드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저기 있는 게 아버지 아냐?" 같은 말을 하며 필사적으로 찾았다. 마침내 혼자서 독특한 리듬을 타고 부채를 흔드는 사람을 찾아내 토토와 엄마는 "저 사람이 아빠일 거야."라고 결정했다. 토토네가 손을 흔들자 그 부채만 크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열차가 조금씩 달리기 시작하자 거기에 맞춰 토토와 엄마도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며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면서도 플랫폼의 가장 끝부분까지 달려가며 아빠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야간열차는 어두운 밤 속으로 사라져갔다.

 

"분명 그 사람이 아버지였을 거야."

토토와 엄마는 그런 말을 하며 플랫폼보다 훨씬 어두운 시나가와역 지하통로를 걸어갔다. 저벅저벅 소리가 들려와 토토네는 가까이에서 다른 군인 아저씨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군인 아저씨들에게 길을 비켜주려고 한 순간 토토가 통로 측면에 파여져 있던 도랑에 빠져버렸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무릎까지 푹 젖어버린 토토의 옆을 저벅저벅 군인 아저씨들이 지나갔다.

"어머니!"

토토는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저벅저벅 발소리를 높여 행진하던 군인 아저씨들의 대열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테츠코!"

깜짝 놀라 얼굴을 들어보니 놀랍게도 거기에 아빠가 서있는 것이 아닌가! 아빠가 속한 부대는 지금부터 열차에 타려고 했던 것이다.

꿈이 아닐까 생각했다. 무심코 아빠의 손을 잡아보니 거기엔 틀림없이 토토가 제일 좋아하는 뼈가 두텁고 손가락이 긴 커다랗고 커다란 아빠의 손이었다.

"어머니, 여기에 아버지가 있어요!"

토토는 소리 높여 엄마를 불렀다.

서둘러 달려온 엄마가 아빠가 거기에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면서 기뻐하셨다. 하지만 한두 마디를 나누었을 뿐 아빠는 서둘러 대열에 복귀해 걸어가셨다.토토네는 다시 한번 더 아빠를 배웅하기 위해 야마노테선 플랫폼으로 돌아갔다.

역시나 플랫폼은 얼굴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지만 엄마는 말했다.

"괜찮아. 다른 사람들과 구분될 수 있도록 부채를 지휘봉처럼 흔들어 달라고 아빠에게 말했으니깐."

엄마 말대로 일제히 일장기 부채를 흔드는 군인 아저씨들 가운데 한 명만이 지휘봉처럼 흔드는 사람이 보였다. 토토와 엄마는 저 사람이 틀림없이 아빠라 믿고 열심히 손을 흔들며 진정한 작별인사를 했다.

혹시 토토가 도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어머니!"라고 큰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면, 아예 토토가 도랑에 빠진 순간과 아빠 부대가 토토 옆을 지나는 순간이 몇 초라도 어긋났다면 토토와 엄마는 다른 군인 아저씨를 아빠라고 생각한 채 집에 돌아갈 뻔 했다. 아빠는 아빠대로 토토네가 진작에 떠나간 플랫폼을 향해 분명 가족이 거기에 있을 거라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부채를 흔들며 출정했을 것이다.

평소에도 구멍이 뚫린 곳이나 공사중인 곳, 위험한 곳을 일부러 골라서 걷는 토토의 보행법은 어른들에게 항상 주의를 들어왔지만 이 밤만큼은 그런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시나가와역에서 아빠와 재회할 수 있었던 건 신이 계획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아빠가 그 때 언제나처럼 "토토스케"가 아니라 "테츠코"라고 불렀던 건 주변 사람들에게 창피하다 여겼기 때문일까? 전쟁터로 향한 아빠에게서 편지가 딱 한 통 왔었는데 "군사우편"이란 글자가 붉게 찍혀있는 엽서에 "다들 잘 지내나요? 아버지는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건강 조심하며 힘내세요."라는 특별한 문구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을 뿐이었다. 검열을 당했을 테니 어쩔 수 없는 거였겠지만.

그 후 아빠의 소식은 완전히 끊겨버렸다.

 

토쿄대공습

 

정원에 있었던 온실 가운데에 깊은 구멍을 파서 방공호로 쓰고 있었다. 아빠와 엄마가 직접 판 구멍이라 그렇게 크게 팔 수는 없었지만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릴 때마다 가족이 모두 거기에 들어가 숨을 죽였다. 토쿄 공습은 아빠가 출정한 뒤 갑자기 심해지면서 매일같이 토쿄 어딘가가 B-29의 공습을 받게 되었다.

그날 밤도 사이렌이 울려서 언제나처럼 방공호에 피난해 있었다. 0시가 지났을 무렵인 늦은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매일 밤 방공호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수면부족 상태가 이어져 얼른 경보해제 사이렌이 울렸으면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만은 상황이 좀 달랐다.

바깥이 이상할 정도로 밝았다. 방공호 틈새로 올려다 보니 붉게 물든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하늘이 붉어지는 현상은 지금까지도 몇 번이고 봤지만 소이탄이 떨어져 화재를 일으키며 만들어낸 그날 밤 하늘은 무서울 정도로 새빨갰다.

너무나 밝아서 토토가 방공호를 뛰쳐나와 집에 들어가 책가방에서 책을 꺼내 정원 가운데에서 펼쳐보니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밤인데도 그 정도로 밝았으니 집에서 가까운 곳에 대화재가 일어난 게 틀림없다는 생각에 토토는 방공호로 들어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큰일 났어요.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바깥이 밝아요. 분명 오오오카야마 쪽에서 불이 난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바깥으로 나와본 엄마가 더욱 붉어진 하늘 한편을 응시하며 "괜찮아."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밤에 일어나는 불은 가까운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훨씬 먼 곳에서 일어나는 거란다. 그러니 괜찮아."

엄마가 어떻게 그런 지식을 가지고 있으셨던 건지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듣고서 토토는 조금 안심하게 되었다.

그날 밤엔 추위와 배고픔을 잠시도 느끼지 못하고 지냈다. 피로감에 절어있던 다음날 아침에 토나리구미(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있었던 지역조직) 사람이 왔다.

"한 집에서 남자 한 명씩 삽을 가지고 모여주세요."

"남편이 출정을 가서 어른 남자가 없어요."

"그럼 삽만이라도 빌려주실 수 있나요?"

"그건 괜찮긴 한데 무슨 일 있나요?"

"어제 공습 때문에 시타마치가 꽤나 타버렸다네요. 사람들도 많이 죽어서 지금부터 다함께 유골을 정리해 드릴까 해요."

1945년 3월 10일, 악몽과 같은 하룻밤이 지나갔다. 삼백 기에 가까운 B-29가 후카가와나 혼죠 같은 곳을 중심으로 소이탄을 비처럼 쏟아부어 하룻밤만에 십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가 나왔다.

토쿄대공습.

전날 밤에 하늘이 붉게 물든 것이 그 때문이란 걸 알았다.

그 새빨갛게 타오른 하늘이 지금도 머릿속 깊숙한 곳에 박혀 떨어지지 않는다. 토토네 집이 있던 키타센조쿠에서 시타마치로 가려면 지금도 전철로 한 시간은 가야 한다. 그렇게 멀리에서 일어난 화재인데도 정원에서 책을 읽을 정도로 밝아지려면 얼마나 극심한 공습이 이루어졌던 걸까?

미국 쪽에서 나무와 종이로 만들어진 일본 가옥을 공격하려면 건물을 폭발시켜 파괴하는 폭탄보다 불을 붙여 태워버리는 소이탄이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이 세계대전이 끝난 후 밝혀졌다. B-29가 떨군 소이탄은 여러 개로 분산되어 불이 붙은 채 떨어지도록 설계되었다.

엄마는 이 이상 토쿄에 있는 것이 위험하다고 최종판단을 내렸다.

"이제 여긴 위험해. 될 수 있는 한 빨리 피난하자. 사과와 채소를 보내주신 누마하타 아저씨네로 가보자."

 

1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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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2024. 7. 22. 16:00

보병 제1연대 전우

 

토토는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난 것 같아 밤중에 눈을 떴다. 방 안에서 엄마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오열하는 목소리였다. 몸 속의 진동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것처럼 낮고 껄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아빠도 함께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에 "왜 운 거예요?"라고 엄마에게 물어보자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메마른 목소리로 "아빠가 군대에 가게 되었단다."라고 했다.

당시 일본에는 징병제도가 있었다. 아빠도 스무 살에 징병검사를 받았는데 5단계 중 3단계인 병(丙)종 합격으로 나왔다.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이긴 해도 현역으로 뛰기 적합하지는 않다는 평가였다. 가장 우수한 게 갑(甲)종 합격이고 그 다음이 을(乙)종이었다. 아빠는 당시로선 마른 장신이었는데 너무 크면 군복 지급에 지장이 생기므로 신장이 큰 사람은 갑종보단 을종이나 병종으로 분류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아빠는 아마도 그 덕분에 병역을 피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병종 정도 되면 군대에 가지 않는 게 나았을 것이다. 그런 아빠에게도 "붉은 종이"라 불리는 소집영장이 나왔을 정도니 전황이 어지간히도 악화되었던 걸로 보인다.

나중에 엄마께서 알려주셨는데 작곡가인 야마다 코우사쿠 선생님이 "쿠로야나기 군은 일본 음악계에 있어서 무척 소중한 사람이니 전쟁터에 가지 않아도 되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라며 상당히 신경을 써주셨다고 한다. 아빠는 결혼 전에 야마다 선생님이 설립하신 일본교향음악협회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으니 선생님의 사랑을 무척 많이 받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연달아 출정을 나갔고 적성(敵性)음악을 연주할 수 없었으니 클래식 연주회를 열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군가를 연주해 주십시오."란 의뢰를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음악가로서 자신의 연주에 긍지를 가지고 있으셨던 아빠는 "단호히 거절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다. 연주만 하면 쌀과 설탕, 양갱 같은 걸 받을 수 있었겠지만 아무리 식량이 없어서 가족 모두가 배를 곯고 있는 중이라 해도 아빠는 "군가를 연주할 수 없다."며 버티셨다. 엄마도 "그래요, 그럼 가지 마세요." 같은 식으로 대응하며 "가족을 위해서라도 해주세요." 같은 말을 하지 않으신 게 엄마의 대단한 점이었다.

아빠의 출정식은 집 앞에서 치러졌다.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국방부인회 어깨띠를 맨 여자들이나 국민복을 입은 아저씨들이 와서 일장기가 그려진 깃발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군복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빠가 가운데에서 모두들 만세삼창을 하는 가운데 감사한다는 듯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토토는 그 때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바이올린을 들 수 없는 아빠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 전황은 상당히 심각해졌지만 자세한 걸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었기에 환송을 받는 아빠도 환송을 하는 사람들도 그다지 비장감이 없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빠는 현재의 롯폰기 토쿄 미드타운이 있는 곳에 있었던 육군보병 제1연대에 입대했다. 그리고 일 주일도 지나지 않아 연대 쪽에서 "출정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면회하러 오십시오."라는 연락이 왔다.

엄마는 "아빠와 면회를 할 수 있단다."라고 말하며 어디에서 났는지 팥을 모아와 출정기념이라며 배급받은 쌀을 익히고 어렵게 모아두었던 소량의 설탕을 써서 찹쌀떡을 만들었다. 찹쌀떡은 그다지 달지 않았지만 그런 찹쌀떡이라도 그 때엔 무척 귀한 것이라 어디에서도 구하기 힘든 진수성찬이었다. 그 후 토토와 둘째 남동생 노리아키 짱,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마리 짱을 데리고 사진관에 가서 엄마와 아이 넷이서 사진을 찍었다. 전쟁터에 가는 아빠에게 드릴 가족사진이었다. 사진관에서 촬영한 건 토토로선 태어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엄마는 머리를 세 갈래로 땋아 머리 둘레로 돌리고 갈색 점퍼 스커트 같은 몸빼를 입고 마리 짱을 무릎에 앉혔다. 네 살이었던 노리아키 짱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털실로 짠 반바지를 입고 엄마 옆에 찰싹 달라붙어 여동생의 작은 손을 쥐었다. 토토는 양쪽으로 나눈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머리핀으로 고정시키고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게 최선을 다해 뽐을 낸 것이었지만 모처럼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누구도 웃지를 못했다.

 

면회 당일에 찹쌀떡과 사진을 가지고 보병 제1연대 주둔지에 갔을 때 이미 많은 가족들이 북적대고 있었지만 아빠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아버지!"

"토토스케!"

그렇게 말하며 달려온 아빠의 모습에 토토는 자기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 머리를 빡빡 밀고 카키색 군복을 입은 모습이 왠지 후줄근해 보였고 발에는 정강이까지 올라온 양말과 작업용 장화를 신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집에서 나갈 때엔 항상 착착 다려진 양복을, 무대에 오를 때엔 연미복에 반짝이는 에나멜 구두까지 멋들어지게 입었던 아빠가... 토토네가 알고 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아빠의 모습에 엄마는 눈물을 머금기 시작했다. 토토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엄마에 의하면 아빠 허리에 수통 대신 맥주병이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이 사람이 전우야."

극단적일 정도로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하던 아빠가 구김살 없는 웃음을 지으며 한 군인 아저씨를 소개시켜 주었다. 입대 전엔 생선가게를 하고 있었다는데 꾸며서 말해도 사람을 잘 사귄다 말할 수 없어 엄마하고만 지내는 것 같았던 아빠가 생선가게 아저씨를 "전우"라고 말하다니 깜짝 놀랐지만 "보기보다 적응력이 좋구나."라며 감탄하며 기뻐했다.

토토는 아빠가 군인이 되어 슬퍼하지 않을까 생각해지만 가족과는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른 사람하고는 그렇지 못하는 아빠에게 친구가 생긴 걸 보고 안심이 되었다. 일 관계상 알게 된 음악가 친구들뿐만이 아니라 그냥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이 통해서 생긴 아빠의 친구. 토토는 생선가게 아저씨에게

"아버지를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어른스럽게 보이도록.

생선가게 아저씨도

"저야말로 항상 신세를 지고 있어요."

라고 웃으며 답해주었다. 아빠보다 젊은 분이었다.

친척 분이 면회를 왔다며 생선가게 아저씨가 자리를 뜨자 아빠와 엄마, 토토와 남동생과 여동생은 주둔지 근처 공터에 앉았다. 엄마가 막 뽑아온 가족사진을 아빠에게 건내자 그걸 본 아빠가 토토와 동생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예쁘네."

"아빠(원문에서는 パパ, 파파)" "엄마(원문에서는 ママ, 마마)"는 적국의 언어라 다른 사람들 앞에선 "아버지" "어머니"라고 말하도록 되어있었기에 토토는 두근두근거렸지만 주변에서 누가 듣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빠는 사진을 소중히 가슴주머니에 넣으며 토토네를 향해 오른쪽 엄지를 위로 세우는 언제나 봐왔던 포즈를 취했다. 유튜브의 추천 단추 같은 손짓이다. 지금이야 흔히 볼 수 있는 동작이지만 그 당시 엄지를 세워 "좋았어."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아빠 같은 분 외엔 없었다. 외국 음악가들과 같이 일하는 사이에 그 동작이 습관이 된 것이다.

가족끼리 사양하는 것 없이 토토네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빠는 찹쌀떡을 입에 넣으며 "간만에 맛난 걸 먹네."라며 만족하셨다. 토토네가 상상해오던 것보다 아빠는 몇 배는 더 활기차 보였다.

순식간에 헤어질 시간이 되어 아빠가 정문 근처까지 배웅을 나와주셨다. 여기에 또 오면 아빠를 만날 수 있을까? 토토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빠가 토토네를 향해 손을 흔들며 주둔지로 돌아가시려 했기에

"잘 가 삼각형! 또 와줘 사각형!"

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토토네에서만 통했던 작별 인사였다. 아빠는 싱긋 웃으며 양손을 높이 치켜들고 아까보다 더 크게 흔들었다. 토토네도 커다랗게 손을 흔들었다.

 

아빠와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향하려 할 때 후줄근하지 않은 군복을 입은 계급이 높아보이는 군인 아저씨들이 슬며시 다가와 엄마 귀에 속삭였다.

"남편 분의 부대는 일 주일 후 시나가와역에서 20시발 야간열차를 타고 출발할 겁니다."

엄마가 깜짝 놀라 "정말인가요?"라고 되묻자

"하지만 기차가 출발하는 플랫폼에 들어오실 수는 없습니다. 멀리 있는 플랫폼에서 배웅하실 수는 있습니다만."

군인 아저씨는 그렇게 말한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슬며시 사라졌다.

엄마는 토토와 동생들에게 "여기서 기다리렴."이라고 말하신 뒤 한번 더 아빠와 만나러 문 안으로 들어가셔서 가족이 시나가와역에서 배웅할 수 있다는 것, 수많은 군인 아저씨들 중에서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도록 아빠가 군대에서 받은 일장기 부채를 흔들어 신호를 보내주겠다는 것을 이야기한 뒤 돌아왔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그런 기밀사항을 그 분이 말씀해 주신 건지 알 수 없었다. 토토네 가족이 슬퍼보였던 걸까? 아니면 엄마가 미인이라서? 어쨌든 가르쳐 주신 건 제대로 된 정보였다.

 

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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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소리/잡담 2024. 7. 21. 00:33

내가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만들면서 댓글을 다는 조건을 완전개방으로 한 건 내 글을 보는 사람이 자유롭게 의견을 남길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자유롭게 무미건조한 자기 블로그 유도용 댓글들이 설치는 환경. <속 창가의 토토>를 번역하는 시간을 글 하나당 한 시간으로 잡고 있다. 여기에 글을 나눌 수 있는 부분까지 나아갈 때까지 번역을 계속하고 있으니깐 지금까지 한 번역만 해도 아홉 시간에서 열 시간 정도 된다. 그런데 여기에 계속 무미건조한 자기 블로그 유도용 댓글이 달리는 꼴을 보고 참기 힘들어서 지웠더니 그 사람이 연속으로 댓글을 다는 게 보였다. 알고 보니 블로그 설정에 댓글을 다는 사람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이걸 쓰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뭘 하자는 건지 알 수 없는 플레이를 하는 사람을 완전히 잠재우기 위해. 아니 사람이긴 할까?

이런 상황에 놓이고 보니 또다시 더더욱 힘들어진다. 인터넷 상에서 뭐를 해도 벽을 향한 외침. 누군가와 대화를 하지 못하고 그저 벽에 낙서를 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현실. 인터넷 바깥도 마찬가지. 난 글을 써서 대체 뭘 하고 싶었던 걸까? 애시당초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글을. 그저 다른 사람들이 한 말을 그대로 베끼는 것 외엔 하지도 못하니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걸 계속 반복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과는 전혀 관계 없는 댓글들이 날 공격하는 것에 힘들어 하는 악순환. 정말 뭘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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