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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7.11 :: 속 창가의 토토 1
문화/책 2024. 7. 11. 23:28

난 지금도 셰퍼드가 걸어다니는 걸 보면 작은 목소리로 "로키!"라고 부르게 된다. 로키는 내가 어릴 적 같이 살았던 애완견이었으니 지금도 살아있을 리가 없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웃어버린다. 로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사라져 버렸다. 최근에야 알게 되었는데 세계대전 당시 기운이 좋은 셰퍼드들은 군용견으로 삼기 위해 일본군이 끌고 갔다고 한다. 지금도 전쟁터에 끌려간 로키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난 <창가의 토토>라는 책에 토모에학원에 다녔던 초등학생 시절 있었던 일들을 썼다. 누군가는 코바야시 소우사쿠 교장 선생님의 교육방식을 써놓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쓰게 된 것이었는데 기대도 않았던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되면서 어린이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다. 그게 1981년 일이니 벌써 사십이 년이나 지났지만 지금도 난 "토토 짱"이라고 불리고 있으니 이렇게 기쁜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촌장님이 마을 사람들을 모을 때 "XXXX 토토" "토토 XXXX"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어딘가의 작은 마을에서도 들은 말로 내 이름 같은 게 전해졌을 리 없을 텐데 왜 이러나 싶었더니 스와힐리어로 어린이를 "토토"라고 한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런 우연이!

난 어릴 적에 "테츠코"라는 이름을 잘 말할 수 없어서 "이름이 뭐니?"라고 물어보면 "테츠코"가 아니라 "토토!"라고 말했기 때문에 모두들 "토토 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테츠코 짱"이라고 불리게 되었지만 아버지만은 어른이 다 되어가도록 날 "토토스케"라고 부르셨다. 혹시 아버지가 불러주지 않으셨다면 나조차 "토토"라는 이름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토토스케" 덕분에 "토토 짱"이라고 불리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창가의 토토>는 내가 아오모리로 피난 가는 시점에서 끝나게 된다. 토쿄 대공습이 일어난 후 며칠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사십이 년 전에 썼던 책의 속편을 읽고 싶다는 목소리는 확실히 전달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로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창가의 토토>보다 재밌는 걸 쓸 수 없다 싶었다. 내 인생에서 토모에학원 시절만큼 매일이 즐거웠던 때는 없었으니깐.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의 "그 이후"를 알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면 써볼까 하는 생각이 점점 들게 되었다.

해보자! 라고 생각하기까지 무려 사십이 년이 걸려버렸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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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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