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2024. 7. 27. 15:54

오줌 싸고 싶어

 

모두들 말이 없었다.

공습을 당할지도 모르니 열차 안도 집과 마찬가지로 등화관제가 이루어졌다. 아직 봄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추웠던데다가 배도 고팠지만 토토는 모처럼 앉았으니 자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삼등칸 열차 좌석은 나무로 만들어진 딱딱하고 긴 의자였던지라 다리로 열차의 진동이 전해지더니 얼마 지나자 엉덩이도 아파왔다.

긴장하고 있었던 걸까? 아무리 눈을 꼭 감아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할 수 없이 가방을 열어 가장 좋아하는 얼룩곰 인형을 쓰다듬었다. 그게 토토가 가져온 물건 중 가장 부드러운 물건이었기에 이걸 만지는 것만으로 다소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역에 정차하자 창문으로 휙하고 짐들이 날아들어오더니 그 뒤를 이어 "죄송합니다."라며 창문으로 사람이 올라탔다. 십 분 간격마다 어딘가의 역에 정차했는데 토토는 그 때마다 누군가가 창문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긴장해야 했다.

역에 도착할 때마다 두근두근거렸더니 이젠 반대로 "그럼 실례합니다."라며 창문으로 내리는 사람까지 나왔다. 박스석 사이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타려는 사람의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내리려는 사람의 짐을 건네주기도 했다. 우에노를 막 출발했을 때엔 모두들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자기자리를 확보하게 되자 신기하게도 협동심이 생겨난 것 같았다.

토토는 오줌을 싸고 싶어졌다. 피난처를 찾아 센다이나 후쿠시마에 갔을 때에도 토우호쿠선을 타고 다녔기에 차량 끝 쪽에 화장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시장통을 헤치고 화장실에 갈 수 있을까?

토토가 우물쭈물대고 있자 토토를 앉혀주고서 창측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왜 그러니?"라고 물으셨다.

"오줌 싸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자 아주머니는 아오모리 사과 같은 빰을 더욱 붉게 물들였다.

"다음 역에 도착하면 내가 방법을 알려줄게. 그 때까지 참을 수 있겠니?"

"네."

"역에서 기차가 멈춰있는 동안 창문으로 싸버리면 된단다. 내가 잡아줄 테니깐 괜찮을 거야."

엑! 창문 밖으로 싸는 거야? 그렇게 창피한 걸 어떻게 해.

창문으로 싸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 토토가 어떻게든 화장실에 가겠다는 생각에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토토는 통로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헤쳐나가며 화장실로 향했다. 차량 안은 어렴풋하게밖에 보이지 않는 전등이 달려있을 뿐이라 바닥이 잘 보이지 않았기에 천장에 매달려 달빛을 의지하는 게 훨씬 밝게 보이겠다 싶어졌다.

승객들은 모두들 친절하게 대해주며

"거기 좀 비켜봐."

"여자애가 그 쪽으로 갔어."

이런 식으로 말을 주고 받았다. 길을 비켜준 아저씨가 토토에게 "혼자 가는 거니?"라고 물어봤는데 혼자인 건 맞지만 "혼자예요."라고 말했다가 납치당해서 엄마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워져

"아뇨, 옆 차량에 오빠가 있어요."

라고 말했다. 토토가 어릴 적엔 무엇보다도 무섭게 여겨졌던 게 "유괴범"이었기에 잡혀가지 않도록 거짓말을 한 것이다. 토토의 상상해왔던 "유괴범"처럼 붉은 망토를 걸치고 멋을 내고 있는 사람을 그 야간열차에서 찾을 수는 없었지만.

토토는 드디어 화장실 앞에 도착했지만 들어가려고 보니 더더욱 막막해졌다. 화장실 문은 열려 있었고 그 안으로 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앉아있었던 것이다. "죄송해요. 용변을 보고 싶은데 비켜주실 수 없을까요?"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변기 주변에 남자가 앉아있기까지 했다.

안 되겠다, 포기하자. 또다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자리로 돌아왔다.

"화장실 쓸 수 있더니?"라고 아주머니가 물어보았다.

"사람들로 꽉 차서 못 썼어요."

토토가 답하자 아주머니가 "그렇겠제"라며 활짝 웃었다.

몇 분 후 열차가 어딘가 역에 멈춰섰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갑자기 좌석에서 일어나더니 힘껏 창문을 열고서 몸빼를 내려 엉덩이를 창 밖으로 내밀었다.

"봐,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샤아~

새까만 어둠을 향해 기세 좋게 날아가는 소리가 났다. 어두운 차량 안에서 아주머니의 새하얀 허벅지가 어렴풋이 빛나고 있었다. 하얀 무릎은 토토 얼굴 바로 옆에 있었다. 토토가 멍하니 보고 있자 아주머니가 순식간에 몸빼를 허리 위로 올렸다. 정말 신속했다.

"어두우니깐 아무에게도 안 보여."

아주머니가 그렇게 말하며 토토에게 창 밖을 보게 했다. 토토가 창문 좌우를 보자 둥글고 하얀 물체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역에 서있는 시간이 짧으니깐 꼬마 아가씨는 다음 역에서 하렴."

꼴 사납다든가, 부끄럽다든가, 그런 걸 말할 처지가 아니었다. 토토가 창 밖에 쉬를 하든말든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누구도 화내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너무 참아서 지리거나 하게 되는 게 훨씬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다음 역에 도착했을 때 옆자리 아주머니가 묵묵히 창문을 열고서 토토에게 창측 자리를 내주셨고 토토가 몸빼를 내리고 엉덩이를 창 밖으로 내밀었을 때엔 떨어지지 않도록 왼손을 잡아주셨다. 토토는 오른손으로 창틀을 꽉 잡았다.

차가운 바람이 토토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샤아~

오줌이 기세 좋게 뿜어져 나와 차량 벽에 닿는 소리가 났다. 손을 잡아주고 있는 아주머니 외엔 누구 하나 토토를 보지 않았다. 토토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용변을 봤지만 부끄러움 같은 건 없었다.

창 밖으로 오줌 누기!

내일 엄마에게 이야기 해야지!

엄마 쪽은 아침에 시리우치역에 도착할 예정인데 지금쯤 어디를 달리고 있을까?

노리아키 짱은 얌전히 있으려나? 마리 짱은 칭얼대지 않을까?

그런 걸 생각하고 있다가 토토는 점점 잠에 빠져들었다.

 

"어머니!"

 

토토는 조금 무서운 꿈을 꿨다.

사과 뺨 아주머니가 악몽에 시달리는 토토의 어깨를 두드려 깨우셨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아침해가 무척 아름다웠다.

아주머니는 모리오카역에서 내리셨다. 오줌 누고 싶었을 때 외엔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 열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들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것이 어린 눈에도 훤히 보였기에 토토는 신경 쓰이는 점이 많았어도 아주머니와 조금 이야기를 나눈 것 외엔 잠자코 있었다.

아주머니가 내릴 때에 짐 속에서 꾸깃꾸깃한 신문지에 싸인 걸 꺼내 토토의 손에 올려주었는데 삶은 감자였다. 열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토토는 감자의 냄새를 맡아본 뒤 조금 베어물어보자 그것만으로도 맛있고 상냥한 물체가 목을 통과했단 느낌이 들어 한동안 그것을 먹는 데에만 몰두했다.

다 먹고 나서야 앞에 앉아있던 아저씨의 시선을 눈치채서 왠지 부끄러워져 "실례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창 밖에는 눈이 막 녹기 시작한 갈색 밭이 펼쳐져 더 멀리엔 아직 눈이 많이 남아있는 숲과 산이 보였다. 숲도 산도 토쿄보다 훨씬 진한 색을 띄고 있었다.

기차가 스와노타이라역에 정차했는데 그 전까지 정차했던 역들에 비하면 한층 더 작은 역이었다. 몇 년 전에 엄마와 귀향했을 때 알게 된 누마하타 아저씨가 이 역에 내렸던 게 어렴풋이 생각났다. 토토가 누마하타 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간다면서 왜 스와노타이라가 아니라 시리우치까지 가는 걸까 생각하는 동안 기차가 다시 부옹하고 기적을 울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삼십 분 정도 지나 환승 플랫폼도 있는 커다란 역에 도착했다.

플랫폼에서 "시리우치~ 시리우치~"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자 토토는 엄마와 만날 생각에 기뻐서 달리다시피 하며 플랫폼에 내렸다.

볼을 스치는 바람이 차가워서 크게 심호흡하자 처음으로 맛보는 듯한 다소 차갑고 청량한 공기가 느껴졌다.

안내판 지도를 따라서 걸어가며 레일을 두 개 정도 건너자 멀리서 "테츠코~"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찰구 건너편에 엄마가 있었다! 토토는 주머니 안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표를 역무원 아저씨에게 건낸 뒤 단숨에 엄마가 있는 곳까지 달려갔다.

"어머니!"

마리 짱을 업고 노리아키를 왼손으로 잡고 있던 엄마가 오른팔을 펼쳐 토토를 받아주셨다. 우에노역에서 헤어진 뒤 꼬박 하루가 지난 시간이었다.

"엄마는 오전에 도착해서 시장에서 먹을 걸 사왔단다."

그렇게 말하며 대나무잎으로 싸인 보리와 현미 주먹밥을 보여주셨다.

"우와~"

하얀 쌀밥은 아니었어도 제대로 된 주먹밥을 보는 것이 너무나 오랜만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저기 긴 의자에서 먹자꾸나. 역 화장실에서 수돗물도 나오니깐 손을 씻고 물도 마시고 오렴. 노리아키 짱도 같이 가렴."

그렇게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커다란 매실짱아치 주먹밥을 먹었다. 토토는 기차 안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말했다. 기차가 가득 찼던 일, 다들 창문으로 드나들었던 일, 기차 화장실을 쓸 수 없어서 아주머니께서 창문으로 오줌 싸는 법을 알려주신 일, 토토 외에도 하얀 엉덩이가 여기저기 창문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던 일, 아침해가 아름다웠던 것, 아주머니가 삶은 감자를 주신 것...

그러자 노리아키 짱이 "감자 먹고 싶어."라고 말했다.

"노리아키 짱, 아까 봤잖니? 여긴 토쿄와 달리 안전하고 먹을 것도 많이 있어. 살 곳만 정해지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엄마가 열심히 일할 거니깐 그 때까지만 참으렴."

엄마가 그렇게 말하시면서 노리아키 짱을 쓰다듬었다.

다들 이십사 시간에 가까이 지나도록 거의 자지도 못하고 기차를 타고 왔기에 완전히 녹초가 되어있었다.

"오늘은 여관에 묵으면서 여행 피로를 풀자꾸나. 누마하타 아저씨 댁은 내일 갈 거야."

엄마는 토토가 오는 동안에 숙박할 곳을 찾아보고 있으셨다.

기차 안에서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바로 옆에 엄마가 있고 노리아키 짱과 마리 짱도 싱글벙글 웃고 있다. 공습경보도 울리지 않는다. 여기에선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라고 불러도 "적국의 말을 쓰다니!"라며 화를 낼 사람도 없겠다 싶었다. 토토는 토쿄에선 맛보기 힘들었던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그리스도 전설

 

"실은 누마하타 아저씨 댁에 가기 전에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단다."

아침에 일어나자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버스로 두 시간 정도 가면 헤라이라고 하는 곳에 예수님의 묘지가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토쿄에 있었을 때에도 엄마가 그리스도 묘지가 누마하타 아저씨 댁 근처에 있다고 말씀한 적이 있었다.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가 사실은 그리스도의 동생이었고 진정한 그리스도는 일본까지 건너와 헤라이에서 백여섯 살로 생애를 마감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엄마도 그걸 사실이라고 믿으시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이 또한 모종의 계시 같은 거란 생각이 드셨다나 어쩐다나 설명해주셨다.

크리스트교 신자이셨던 엄마는 그런 전설이 태어난 곳을 직접 보고 싶다, 모처럼 근처까지 왔는데 들르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생각하신 것 같다. 토토는 역시 엄마야! 그래서 스와노타이라가 아니라 시리우치에 온 거구나 수수께끼 해결! 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리스도가 토우호쿠 사투리를 쓰는 지역에 올 이유가 대체 뭐였을까하는 생각에 갸우뚱했다.

 

시리우치에서 헤라이까지는 버스로 갈 수 있었다. 운전석 앞이 하마 입처럼 툭 튀어나온 버스가 토토네와 지역민들을 태우고 느긋하게 달려나갔다. 좌석에 사람들이 꽉 찬 상황에서 커다란 짐을 안고 있는 토토네를 다들 신기한 걸 보는 듯한 눈빛으로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

내리는 사람이 "오츠루, 오츠루"라고 말하며 안쪽 자리에서 나왔기에 토토는 뭐가 떨어진다(落ちる, 오치루)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린다(降りる, 오리루)는 말을 "오츠루"라고 하는 것이었다. 버스 안내양이 "내리는 사람이 다 죽으면(しんで, 신데) 올라타소."라고 하길래 깜짝 놀랐는데 "내리는 사람이 다 내리면(すんで, 슨데) 그 다음에 올라와 주세요."라고 말했다는 걸 겨우 알아차렸다.

버스가 점점 산 깊은 곳으로 들어가도 논밭의 광경이 계속해서 보여 토토는 이런 산 깊숙한 곳에세도 농부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고삐를 쥐인 말이 따각따각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등의 양 옆에 채소들을 주렁주렁 지고 가고 있었다.

"우와, 말이다!"

토토는 동물 중에 개와 여우 다음으로 말을 좋아했다. 홋카이도에서 의사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와 함께 마차를 타본 적이 있었지만 이 때 처음으로 짐을 짊어지고 가는 말을 보게 된 것이다.

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말을 배웅해 주려 하자 말의 엉덩이 쪽에서 커다란 경단 같은 게 땅으로 떨어지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꺄악!"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러자 토토 뒤에 앉아있던 남자가 "뭐여, 망아지 보는 거 츠음인갑네?"라고 말하며 커다란 목소리로 왓하하 웃었다. 창 밖을 다시 내다보니 말이 지나간 길엔 지푸라기를 흙과 함께 뭉친 듯한 말똥이 큰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옛날 사람들은 어째서 이런 산 깊숙한 곳에 살려고 한 걸까? 버스가 언덕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하나둘 내릴 때마다 토토는 이런 생각을 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 중엔 허리가 굽은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었다. 다들 몸빼를 입었고 수건을 목에 두르고 있는 사람도 있고 머리에 싸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갈색으로 물든 손은 주름이 졌으며 다들 손가락이 두꺼웠다. 일하는 사람의 손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토토네는 그리스도 묘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내렸는데 가는 길을 몰라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민가에 들러 물어보았다.

"실례합니다. 그리스도 묘지에 가고 싶은데 길을 알 수 있을까요?"

현관 앞에서 커다란 목소리로 엄마가 물어보시자 안에서 천천히 피부가 검은 아저씨가 나타나더니

"애들 데리고 고생이슈. 그리스도 묘는 가까우니께 따라오슈."

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익숙해 보이는 눈치였다. 엄마도 토토도 커다란 짐을 안고 있었기에 집 안에 둬도 괜찮다며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엄마는 가방을 놓고 마리 짱을 업었고 토토와 노리아키 짱이 손을 잡고 언덕길을 올라갔다. 길을 가면서 아저씨가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엔 묘지를 찾는 사람이 전국에서 몰려왔던 것이나 옛날부터 전해져 오던 헤라이의 관습 중 크리스트교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를 알려주셨다.

"자, 여기유."

아저씨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구불구불 산길 끝에 약간 높은 언덕이 보였다.

"이 위에 두 개의 흙무덤이 있는디 오른쪽이 그리스도 묘지고 왼쪽이 그리스도 동생인 이스키리의 묘지유."

(이 이야기는 일본에만 있는 것으로 이스키리는 예수를 가리키는 イエス, 이에스와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キリスト, 키리스토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서 번역할 수도 있지만 일본 고유명사나 마찬가지기에 그대로 표기한다. -역자주)

아저씨가 이렇게 알려주었다.

엄마는 천천히 돌계단을 올랐다. 두 흙무덤에는 야생화가 바쳐져 있었다. 엄마는 오른쪽 흙무덤을 보며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으며 "아멘"이라고 하셨다. 엄마 등으로 햇빛이 비춰져서 뒤로 묶은 머리카락이 빛나보였다. 건너편은 절벽으로 되어 있어서 강이 흐르는 소리와 어디선가 작은 새의 지저귐 소리가 들려왔다.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정말로 그리스도 묘지인지는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전쟁이 일어나, 메이지 짱이 죽고, 아빠는 군대에 빼앗겼으며, 추억이 듬뿍 담긴 키타센조쿠 집을 떠나야 했다.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어도 기도하는 것도, 약한 소리를 내뱉는 것도, 우는 것도 하지 못했지만 엄마는 그리스도 묘지 앞에서 무척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으셨다.

전쟁은 언젠가 끝날 것이다. 가족이 다함께 모여살 수 있는 평화로운 나날이 꼭 돌아올 것이다.

조용히 기도하는 엄마를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는 모르겠지만 토토 자신의 마음에도 힘이 샘솟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예수님이 정말 일본에 오셨을까? 토토는 어릴 때부터 매주 교회의 일요학교에 갔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그런 말을 엄마에게 하지는 않았다.

버스 정류장까지 내려가니 아저씨의 아내인 듯한 분이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손을 흔드는 아주머니 발 밑에 토토네가 가져온 짐들이 놓여져 있었다. 돌아갈 시간을 계산해서 짐을 버스 정류장까지 가져와 주신 것이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엄마가 정중히 인사를 드렸고 토토도 처음 와보는 곳에서 이런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던 게 얼마나 큰 행운일까 생각이 들어 친절한 두 분께 인사를 드리고 버스에 탔다.

참고로 그리스도 형제 묘지는 지금도 헤라이에 있으며 최근엔 관광지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다.

 

1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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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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