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만화 2022. 10. 3. 21:57

 

 

수성궤도기지 <페비 콜롬보 23>은 태양의 중력으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는 수성 회전궤도를 미묘한 균형 하에 돌고 있다. 수성은 태양에서 겨우 5791만 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아 열을 직접 받게 된다면 혈액까지 끓어오를 것이고, 반대로 수성의 그림자 부분에 들어가면 마이너스 100도보다 낮은 극한이 기다리고 있어 도저히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게다가 태양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전자파는 계속해서 시스템의 오작동을 불러일으킨다. 사소한 에러로도 죽음을 부를 수 있는 이 수성에서 태양풍은 그야말로 죽음을 부르는 바람이다.

 

지지직하는 소리가 나면서 격납고의 조명이 검붉은색으로 바뀌었다. 태양 플레어 발생 경보에 기지 전체가 긴급사태 모드로 들어간 것이다. 깜깜해진 기지 안으로 슬레타가 들어왔다. 아직 여섯 살인 슬레타에겐 검붉은 조명이 무서운 거겠지. 이럴 때마다 슬레타는 내 안으로 들어온다.

 

"에어리얼, 들어가도 되지?"

 

에어리얼, 내 이름. 외부엔 비밀로 하고 있지만 건담 타입 모빌슈트이다.

 

슬레타가 나한테 온다는 것은 어머니가 일 때문에 바쁘다는 이야기다. 이 수성에는 슬레타 외엔 아이가 없다. 때문에 내가 슬레타에겐 유일한 친구이다.

 

"에어리얼, 게임 실행해줘."

 

슬레타가 내 콘솔을 조작하면서 게임 화면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어떤 게임을 하려는 걸까?

 

"총 쏘는 거! 오늘이야말로 엄마를 이길 거야."

 

슬레타의 어머니는 나를 개발한 사람이자 건담 테스트 파일럿이기도 하다. 그 때문인지 어머니도 슬레타도 이런 게임을 잘한다. 슬레타가 이런 게임을 가지고 놀기 시작한 것은 네 살 즈음이었을까. 그로부터 이 년이 지나 슬레타의 실력은 어머니를 제외하면 수성에서 최강 수준이다. 점수가 마구마구 올라간다. 또다시 실력이 늘었다.

 

"에어리얼, 이거 봐!"

 

최고득점이다. 슬레타가 기뻐하며 시트를 흔든다.

 

슬레타, 나의 조그마한 파일럿.

 

***

 

어느 날, 아홉 살이 된 슬레타가 울면서 나한테 찾아왔다. 수성 노인이 괴롭혔다고 한다. 하지만 슬레타는 이런 일을 어머니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걱정할 테니까."

 

어머니는 딸과 단 둘이서 이 수성으로 도망쳐 왔다. 숨겨주기는 했지만 모두가 흔쾌히 받아들인 것은 아닌 것이다. 귀찮은 존재를 왜 받아들이냐며 추방하자 주장한 노인들도 적잖게 있다. 하지만 슬레타와 어머니에겐 이 곳 수성 밖에 없다. 이 곳에서 살 수 밖에 없다.

 

"있잖아, 에어리얼."

 

 왜 그래?

 

"지구는 어떤 곳이야?"

 

슬레타는 철이 들었을 때부터 수성 밖에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라이브러리를 통해만 봐온 지구권에서의 삶에 흥미진진하다. 학교나 마을, 친구와 아이들... 지구권에선 당연한 존재겠지만 여기에선 아니다. 있는 것은 태양풍에 벌벌 떨며 자원채굴을 하는 일상사 뿐. 그런 생활을 계속하니 수성 노인들도 고약해진 것이겠지.

 

라이브러리로 볼래? 슬레타에게 메뉴를 표시해주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골랐다. 애니메이션도 영화도 소설도 대부분 지구권을 무대로 한다. 그런 걸 보는 동안엔 슬레타가 수성 일을 생각지 않겠지.

 

삼십 분 정도 지났을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다 본 뒤 슬레타는 작게 중얼거렸다.

 

"도망치면 하나, 나아가면 둘."

 

이것은 슬레타가 어머니에게서 들은 말이다. 슬레타가 다섯 살이었을 무렵, 주사를 싫어하는 슬레타에게 어머니가 말했다.

 

"잘 들으렴, 슬레타. 주사에게서 도망치면 주사를 안 맞겠지?"

 

"."

 

"아프지 않아를 얻을 수 있어."

 

"."

 

"그럼, 주사를 맞으면 어떻게 될까?"

 

"병에 안 걸려."

"그렇지. 또 다른 건?"

 

"다른 거?"

 

"그래. 주사에게서 도망치지 않으면 그것 외에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게 있어. 예를 들어, 엄마가 기뻐할 거야."

 

"우우웅..."

 

"수성인들도 슬레타가 장하다고 인정해 줄 거야."

 

"그런 거야?"

 

"슬레타의 레벨이 올라 주사가 아프지 않아질 거야"

 

"그렇구나!"

 

"그래. 그러니깐 어른들은 주사를 무서워 하지 않는단다."

 

"그런 거였구나~"

 

"알았지? 도망치지 않으면, 도망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단다."

 

"그래서, 나아가면 둘인 거야?"

 

"그래, 둘보다도 많이"

 

이후, 그 말은 슬레타의 등을 떠밀어주는 주문이 되었다. 이 말은 틀림 없이 어머니에게 있어도 같은 의미를 가질 것이다. 어린 슬레타를 안고 여자 혼자서 이 수성에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어머니 자신의 주문.

 

"도망치면 하나, 나아가면 둘"

 

한 번 더, 슬레타가 작게 되뇌었다. 엉클어진 실을 풀 듯이 정성스럽게. 난 이 주문이 들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슬레타의 온몸이 용기로 물들어, 공포라는 저주를 깰 수 있을 때를.

 

괜찮아, 슬레타는 내 안에서 나아갈 수 있을 거야. 어머니의 말은 강하니깐.

 

 

 

***

 

 

 

"에어리얼, 긴급발진 준비. 수성 지표면 챠오몬프 채굴기지 부근에서 사고 발생!"

 

발진기지에 긴박한 방송이 울려퍼졌다. 자원채굴 중에 모빌 크래프트가 행방불명된 것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열한 살이 된 슬레타가 내 콕핏에 뛰쳐들어왔다.

 

"태양광 활발, 고에너지 프로톤 현상 관측. 하지만 지표강하엔 문제 없어. 서둘러 줘!"

 

수성은 인류가 생활하기엔 아직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그러니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들이 차출된다. 우리는 수성 최강 콤비니깐.

 

지금까지도 몇 번이고 노인들의 목숨을 구해왔다.

 

덕분에 어머니와 슬레타에게 감사하는 사람들도 늘면서, 전처럼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노인도 적어졌다.

 

"강하궤도 상에 오브젝트 없음. 발진을 허가한다."

 

"양호. 에어리얼, 발진 후에 바로 지표강하 기동으로 이행."

 

우리가 게이트에서 우주로 뛰어내리자마자 작열하는 태양빛이 기체를 덮쳤다. 슬레타는 곧바로 크레이터의 그림자로 돌진했다. 이걸로 태양광을 직접 맞지는 않게 될 것이다. 그대로 크레이터의 그림자를 따라 사고현장을 향해 서둘렀다.

 

"시그널을 로스트한 뒤로 얼마나 지났어요?"

 

"97분이야. 시그널 수신을 할 수 없으니 현재위치도 알 수 없어. 서둘러 주렴, 슬레타."

 

작전관제관 멜리사 벨더가 비는 듯이 말했다. 로스트된 사람이 멜리사의 남편인 에르고 벨더인 것이다. 에르고는 아직도 슬레타에게 심술맞게 구는 노인들 중에도 앞장을 서고 있다. 애초 숨겨주는 것부터 반대한 데다가, 며칠 전 어머니가 출세를 하게 되면서 에르고가 어머니의 부하가 되어버렸다.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슬레타에게 심술맞게 굴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철 좀 들라지.

 

하지만 슬레타는 곧장 답했다.

 

"괜찮아요, 멜리사 씨. 맡겨만 주세요."

 

슬레타는 착한 아이다.

 

 

 

우리는 태양을 피하면서 현지로 향했다. 산맥, 계곡, 저지대 등 수성의 어떤 지형을 이용하는 것이 최단거리인지, 어떤 루트가 기체 부담을 가장 덜 수 있을지, 슬레타는 속속들이 알고 있다.

 

신호가 잡혀 내 모니터에 데이터가 표시되었다.

 

"찾았어요. 지금 회수할게요."

 

"슬레타 부탁해."

 

멜리사의 애원을 들으며 지면의 균열된 부분에서 날아오른 우리를 태양열과 고에너지 입자가 덮쳤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나라도 위험하다. 슬레타는 침착하게 바라보면서 곧바로 모빌 크래프트를 발견했다. 굴착작업 중에 붕괴사고가 발생한 듯하다.

 

"기체 쪽은 틀린 것 같네."

 

모빌 크래프트는 붕괴한 퇴적물에 끼어있었다. 콕핏을 억지로 열어서 파일럿만 구해내는 수 밖에. 슬레타가 빔 사벨을 뽑았다.

 

"에어리얼, 출력은 내가 조정할게."

 

슬레타가 출력을 낮추었다. 잘못하면 파일럿도 절단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빔 사벨을 살짝 기체에 갖다대어 조심스럽게 콕핏 부분을 베어내었다. 마치 외과 수술과도 같은 빔 사벨 조작법이다. 수성기지 관제센터에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어설프게 지시하는 것보단 슬레타에게 맡기는 것이 정답이란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에르고 씨, 들려요? 구하러 왔어요!"

 

"슬레타! 늦었잖아! 빨리 좀 하라고!"

 

도움을 받는 입장인 에르고가 거만하게 구는데도 슬레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에르고를 모빌 크래프트에서 꺼냈다.

 

"에르고 씨, 공기는 남아있어요?"

 

"예비분이 사고로 망가졌어. 앞으로 7분 밖에 없잖아? 아이고 사람 죽네~"

 

"괜찮아요. 4분이면 되니깐."

 

"뻥치고 있네. 여기에서 기지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데!"

 

거짓말이 아니다. 슬레타가 4분이라 했으면 4분이다.

 

"눈 감고 있으세요."

 

난 태양빛을 가리기 위해 에르고를 품 안에 감싸고 크게 도약했다. 에르고의 우주복엔 이상이 없다. 이 정도면 4분 쯤은 버티겠지. 꼬매기라도 하듯 지면의 균열을 달려나갔다. 슬레타는 별일 없다는 듯 나아가지만 에르고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공포를 느낄 만한 속도다. 그래도 비명소리가 들린다는 건 공기가 아직 남아있다는 이야기므로 생존확인을 따로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슬레타가 빔 라이플로 낭떠러지를 쏘자 벽이 갈라지면서 또다른 균열이 나타났다. 지름길인 것이다. 챠오몬프 기지의 게이트가 보이자 우리들을 맞이하기 위해 게이트가 천천히 열려 거기에 뛰어들었다. 삼중 기밀벽을 통과해 거주 지역까지 딱 4. 슬레타가 말한대로다.

 

거주지역 게이트 안에는 기지 대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슬레타는 공기가 남아있음을 확인하고 에르고를 내려놓았다.

 

"웃기지마! 노인을 이렇게 함부로 다루다니, 내가 죽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한 거지!"

 

에르고는 헬멧을 벗자마자 고함을 질러댔다. 정정하기도 하시지. 하지만 멜리사가 달려와 에르고를 껴안았다.

 

"잘 돌아왔어요 에르고."

 

아내에게 안긴 에르고는 얌전해졌다.

 

"다녀왔수."

 

맞이하러 나온 사람들이 안심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오렴 슬레타."

 

모니터에 어머니가 비춰졌다.

 

"엄마! 돌아왔어?"

 

어머니는 출세한 뒤 더더욱 바빠졌다. 지구권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랜만에 돌아온 참에 마침 딸의 활약상을 볼 수 있었던 듯하다.

 

"잘했구나, 슬레타. 엄마는 네가 자랑스럽단다."

 

"엄마가 만들어준 에어리얼 덕분이야."

 

"에어리얼도 슬레타도 둘 다 대단했어."

 

어머니가 웃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기대에 부응했구나.

 

"엄마, 이번엔 얼마나 있을 거야?"

 

"네 생일까지는 있을 거야. 그러니 올해는 작년과 합쳐서 이 년분 파티를 열자꾸나."

 

"만세!"

 

슬레타가 뛰어오르듯 말했다. 하지만 슬레타가 어머니와 함께 생일을 축하한 것은 이 열한 살 생일이 마지막이었다.

 

 

 

***

 

 

 

슬레타가 열다섯 살이 되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바빠서 지구권과 수성을 왔다갔다 하느라 딸의 생일에도 함께 있지를 못했다.

 

"있잖아 에어리얼?"

 

외톨이 슬레타가 내 안에 틀어박히는 날이 더욱 늘어났다.

 

"학교는 어떤 곳이야?"

 

글쎄, 나도 가본 적이 없으니...

 

"이 만화처럼 생겼으려나?"

 

그건 픽션이지. 그리고 그거 너무 옛날 만화야.

 

"가보고 싶다, 학교..."

 

열다섯이 된 슬레타에게 흥미가 생길 만한 건 학교 뿐이다. 같은 나이대 아이들이 한가득 모여 즐겁고 자극적인 매일을 보내는 만화나 영화에 그려진 학교는 눈부신 곳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슬레타, 우리는 지구권에 돌아갈 수 없어. 넌 모르겠지만 저 쪽에선 어머니를 마녀라고 부르며 전세계가 증오하고 있어. 나도, 건담이란 게 들키면 곧바로 부숴질 거야. 그러니 네 꿈이 이뤄질 순 없어.

 

하지만 괜찮아. 내가 너와 영원히 함께 해줄게. 학교 같은 게 없어도, 친구 같은 게 없어도, 내가 함께 있어줄게.

 

"있잖아 에어리얼. 내가 학교에 가게 된다면..."

 

살며시 비밀을 터놓듯이 슬레타가 말했다.

 

"함께 가자."

 

 

 

***

 

 

 

오랜만에 어머니가 수성으로 돌아와 슬레타는 무척 기뻐했다. 어머니가 없는 동안 배운 것이나 열심히 한 것들을 이야기했다. 이제 열여섯이 되었는데도 어린 아이처럼 일찍 잠들어버린 그날 밤, 어머니가 홀로 격납고에 찾아왔다. 나 외엔 아무도 없었다. 어서오세요 어머니. 우리 둘만 있는 건 오랜만이네요. 슬레타가 기뻐했어요.

 

"다녀왔다 에어리얼. 기뻐하렴. 문을 열어냈어."

 

? 무슨 말씀인가요 어머니?

 

"아스티카시아 고등전문학교에서 모빌슈트 결투대회가 열릴 거야. 여기에서 이긴 사람이 데링의 외동딸과 결혼할 수 있다는구나."

 

데링이라는 사람은 베네리트 그룹의 총재다. 이 수성기지도 베네리트 그룹 소유이고. 그러니 수성인들이 우리를 받아들이는 걸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를 마녀사냥에 세워 낙인을 찍은 사람이야말로 데링 총재였으니깐.

 

"에어리얼, 너희는 학교에 가렴."

 

, ?

 

나와... 설마 슬레타!?

 

"내가 만든 최고걸작. 네가 슬레타의 검이 되는 거야."

 

안 돼.

 

안 됩니다 어머니.

 

전 괜찮아요. 하지만 슬레타는 안 돼요. 그렇게 착한 아이를 어떻게...

 

복수는 우리가 하는 거예요. 슬레타를 이용하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어머니에게 내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두고 보라고 모두들. 우리의 딸이 원한을 갚아줄 테다!"

 

 

 

***

 

 

 

다음날.

 

아무 것도 모르는 슬레타가 기뻐하며 보고해왔다.

 

"있잖아 에어리얼! , 학교에 가게 되었어!"

 

알고 있어. 어젯밤 어머니가 말하셨거든.

 

"엄마가 말이지, 입학 절차를 다 밟아놓으셨대. 수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공부를 하라고 말야. 나 열심히 할 거야. 누구도 죽지 않는 수성을 만들기 위해서 말야. 마을도 가게도 학교도 잔뜩 유치하고 말이지..."

 

아아, 넌 아무 것도 모르는 구나. 모든 걸 알려주고 싶어. 어머니가 널 복수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나는 어머니를 거역할 수 없어. 그 분은 날 만드신 어머니니깐.

 

"하지만 나 잘할 수 있으려나? 인간 친구를 만든 적 자체가 없는 데다가 공부도 자신이 없네..."

 

라며 슬레타가 불안해 했다.

 

"...무서워. 난 수성 밖에 모르는 걸. 엄마도 같이 가줄 수 없대."

 

그래 슬레타. 혼자서 지금 당장 학교에 간다니 무리야. 공부라면 수성에서 해도 되고 네가 없으면 수성인들도 모두 힘들어 할 걸? 어머니의 도구가 될 필요는 없어. 저주를 이어받지 않아도 돼.

 

"거절하는 게 좋으려나? 가면 실패할 수는 없잖아? 입학금도 공짜가 아닌 걸. 엄마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될 거고. 어떡하지..."

 

괜찮아, 슬레타. 거절해 버려. 도망치자.

 

"어떻게 할까? 생각이 정리되질 않네. 그래도 가는 편이 좋으려나..."

 

도망쳐 슬레타.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이런 내 목소리가 들릴 리 없는데 슬레타는 내 말에 답이라도 하는 듯이 말했다.

 

"도망치면 하나."

 

!

 

"나아가면 둘. 맞지, 에어리얼?"

 

놀랍다. 슬레타가 도망치치 않겠다고 말했다. 어릴 적엔 내 안에 도망쳐 오기만 했던 울보 슬레타가 지금은 앞을 향하고 있다. 어머니의 말을 자신의 힘으로 바꿔서.

 

... 그렇구나 슬레타. 너는 매우 성장했구나. 이젠 내 안에 숨어있던 작은 여자아이가 아니야. 여태껏 널 돌보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슬레타가 날 가르치고 있었던 거야.

 

"있잖아 에어리얼, 나아가면 틀림없이 두 개 뿐 아니라 엄청난 걸 얻을 수 있을 거야. 공부는 물론이고 친구라든가, 선배라든가, 데이트를 한다든가..."

 

그거 좋네 슬레타. 잃을 수 있는 걸 세는 것보다 얻고 싶은 걸 세는 편이 훨씬 나아.

 

학교에 갈 수 있게 된 게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서라고 해도, 용기를 얻은 것이 어머니의 말에 의한 것이라 해도.

 

슬레타, 넌 그 이상을 쥐어낼 수 있으면 되는 거야.

 

"가자 에어리얼. 함께라면 분명 괜찮을 거야!"

 

그건 내가 슬레타에서 전하고 싶은 말이었다.

 

물론이야, 함께 있어줄게.

 

우리는 가족이니깐 말야.

 

나는 동의하는 뜻을 담아 모니터를 두 번 깜빡였다.

 

 

 

https://g-witch.net/music/novel/

posted by alone glowfly
:
문화/만화 2019. 12. 30. 18:06

*모르는 사람도 많을 테니 미리니름은 최대한 피하고 싶지만 설명상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은 내용도 말해야 될 것 같다. 하긴 <소년 점프> 쪽은 단행본파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 같지만...


스포츠 만화 자체를 많이 보지 않았지만 2010년대에 나온 스포츠 만화 중에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역시 <하이큐!!>였던 것 같다. <겁쟁이 페달>이나 <쿠로코의 농구> 같은 경우 너무 스포츠에 판타지를 가미해서 얼마 보지도 않았고 2000년대에 주로 뜬 작품이지만 <크게 휘두르며> 같은 경우 본래의 현실적인 아마추어 야구선수의 성장과정을 그리는 작품에서 그저 경기장면 질질 끄는 작품으로 변질되면서 결국 매너리즘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에 관둔 가운데 <하이큐!!>는 그래도 현실을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 속도감 있는 작품으로 받아들이면서 계속 보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점프 페스타에서 <하이큐!!> 행사를 보고 맥이 풀려버렸다. 전에도 네코마전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소년 점프>를 본 사람이면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하는 바람에 뭔가 했는데 이번에도 당연하다는 듯이 카모메다이전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그대로 밝혀버렸다. 직접 말했던 지난번과는 달리 대사극을 통해서 나온 거긴 하지만 거기에서 나온 장면들만으로도 충분히 결과가 어떻게 되는 건지 다 알아버렸다. 

이렇게 되면 당장 아직 나오지 않은 단행본들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결과가 너무 뻔한 상황에서 나는 남은 내용에 대해서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네코마전은 그래도 그 전까지 계속 져왔고 전국대회 본선에선 이길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카모메다이전은 느낌이 다르다. 내가 단행본으로 본 40권까지 밀리는 낌새가 있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점프 페스타에서 나온 내용에 의하면 히나타가 갑작스러운 병으로 퇴장하게 되고 히나타가 없는 카라스노가 카모메다이를 이길 수 있었을 리가 만무하다. 설령 이겼다고 해도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걸 본 순간 <슬램덩크>와 <할렘비트>가 떠올랐다.(<할렘비트>도 완전 판타지물이지만...)

가능성이 있는 팀이 실력있는 1학년생들(실력은 없지만 잠재력이 있는 주인공 필수)에 의해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는 팀으로 성장했는데 엄청 강한 팀도 물리쳐내다가 도중에 져버리는 전개. 특히 <슬램덩크>의 경우 강백호의 부상이 큰 요인으로 작용해서 산왕은 간신히 이겨내지만 그 이후 바로 져버린다. 이게 떠오른 것이 가장 맥을 빠지게 했다. 지금까지도 뭘 이렇게 계속 이겨내나 싶을 정도로 전국대회 경험이 없는 팀이 계속 이겨왔는데 지는 이유가 다른 작품에 나왔던 것처럼 주인공의 갑작스러운 퇴장... 이렇게 되면 <하이큐!!>에서 내가 느껴왔던 신선함은 바로 삭제되어 버린다. 이걸 지금까지의 애정만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즉답을 낼 수 있을 정도의 애정은 없었던 모양이다.

이제 곧 <하이큐!!> 애니메이션 4기도 나오고 한국에서도 토쿄 예선전 분량을 극장판으로 공개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가운데 난 뭣하러 일본 서버에서만 공개되는 행사를 굳이 서버 우회해서 보는 바람에 이런 식으로 포기하려 드는 건가 하는 회의감도 든다. 하지만 봐버렸고 앞으로의 행방에 대해 틀어낼 수가 없을 정도로 굳어졌다는 생각만 드는 와중에 뭘 더 할 수 있을까? 매달려야 될 이유를 모르겠다.

posted by alone glowfly
:
문화/만화 2019. 3. 26. 00:35


 전에 한국에서 <헬로우 블랙잭>으로 유명했던 사토우 슈우호우 작가의 작품 <특공도(特攻の島)>를 읽고서 패닉에 빠진 적이 있었다.(http://blog.daum.net/zx-cvbmn/724)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던 전작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자살 특공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 건가 고민하다가 그냥 <헬로우 블랙잭>을 팔기로 했다. 하지만 그 후에 마냥 이렇게만 해석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받고서 다시 한번 더 보기로 했고 완결권인 9권까지 다 보았다.

 내가 이 작품을 보면서 생각한 것은 과연 내가 생각하는대로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내가 군대에 갔던 것도 어차피 가야 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가는 것과 비슷하게 간 것에 불과했고 그 상황에서 전쟁이 일어나 죽이느냐 살리느냐 하는 선택을 해야 될 때 그 선택의 기회조차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죽음을 당하는 것도 싫고 도망칠 수도 없다. 그럼 내가 이 작품에서 주어진 상황에 놓여져 있을 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럼 선택은 자신이 가는 길에 최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외엔 다른 것이 없게 된다. 



 영화 <호타루>에서 나왔던 카미카제 참가 조선인 병사의 이야기도 그렇다. 나라가 어쩌느니 사상이 어쩌느니보다는 자기의 희생으로 인해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병사 개개인의 입장에선 최선이었을 것이다. 이걸 전쟁 찬양이라고 하기엔 우리가 너무나 전쟁을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세상의 한 구석에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과연 일본 국민 개개인이 제국주의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독립운동가들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싸웠지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지는 않으려 했는데 정작 우리는 당시 일본인 개개인에게 특정한 사상을 따르거나 반하는 행위를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일제시대뿐만이 아니라 이승만과 군부 독재로 이어졌던 시기를 생각해 보았을 때 정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체에 비하면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전체에게 그렇게 하기를 바라왔고 그것에 반하는 모습이 그려지면 반발하게 된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일제의 공격적인 이미지다. 식민지 사람들을 짓밟고 적군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반일감정이 강하게 드러나는 영상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미지다. 이런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반대의 이미지에 반발할 수밖에 없어진다. 



 <반딧불의 묘> 같은 경우도 뭘 과장하거나 하는 것 없이 그 당시 흔히 있었던 전후 일본인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라 할 수 있지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딱지가 붙어있다. 전쟁에는 공격을 하면 수비가 있고 가해가 있으면 피해가 있다. 일본이 전범국이 된 것은 전쟁에서 진 결과이고 전쟁에서 진 것을 인정하기까지 수많은 희생을 내게 된다. 이건 굳이 일본에 한정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어느 나라라고 쉽게 패배를 인정할까? 결국 많은 피해자들의 양상이 생성되게 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이런 양면성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걸 피해자의 관점이라고 본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전쟁터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보려하지 않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방탄소년단이 핵폭발 티셔츠로 물의를 일으켰을 때 비슷한 생각을 했다. 어떻게든 핵폭탄 투하의 이유를 대려고 안간힘을 써봤자 죽어도 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분되지 않는 공격이었음에도 그런 걸 광복과 연관시키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것은 결국 제국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가하는 의문으로 연결된다. 제국주의는 극단적인 국가주의 우익이 만들어낸 것으로 개인, 약자는 대상에서 소멸되어도 별 상관이 없는 사상이다. 그렇기에 일본에서는 이를 이용해 카미카제도 카이텐도 거리낌 없이 '황국을 위한 희생' 운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광복 전의 필수 단계(여기에서부터 상당한 논란이 일지만)로 여기며 핵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에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있는 것일까? 양면성을 인정하지 않고 한번에 뭉뚱그려서 모두를 죽이는 것이 과연 일제의 탄압에 항의하는 자세일까?



 이런 자세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을 바라보는 자세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보는데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멘 난민 문제가 촉발되었을 당시 이들을 병역 기피자로 보았던 시선도 예비 성범죄자군으로 보았던 시선도 상대가 처한 환경의 양면성을 바라보기보다는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에 치중되어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자기들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기를 요구했다. 이젠 우리가 피해자도 아니다. 도리어 셀 수 없고 도를 잴 수 없는 공격을 퍼부은 가해자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예멘 분들이 한국어를 알 확률은 매우 적으니 직접적으로 접하지는 않았겠지만) 어느 쪽 입장에 서든 간에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라던 옛날 유행가가 무색해질만큼 사람들은 자기들의 시선을 강요하게 된다. 이런 양상을 완화시키려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무력하니 인기영합주의에 빠진 정치가들도 외국의 사례가 어떻고 기본적인 인권이 어떻든 간에 그저 큰 흐름을 따라갈 뿐. 아니, 역으로 정치가들로선 이런 사회가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이 편하기에 키우면 키웠지 말리려 드는 용자는 그저 용자일 뿐이다.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 거기에 이상한 점을 느끼는데도 휘말릴 이유가 있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금까지 써왔던 글에서도 이 생각을 관철(혹은 고집)해 왔지만 요즘 더더욱 이런 점을 느끼게 된다. 우르르 몰려가니 다들 생각을 하는 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리트윗과 관심글 표시가 빗발치는 트위터나 이용당해 먹는 게 뻔한데도 다들 좋아요 누르기에 바쁜 페이스북, 최다추천 댓글로 모든 여론이 결정되는 포털 뉴스에서 과연 다양한 시선이란 것이 존재하는 건지... 하긴 관심이라곤 쥐뿔도 받지 못하는 누리꾼의 한심한 소리라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긴 하네.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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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만화 2018. 12. 27. 01:00


 이 작품은 전쟁으로 인해 인류가 폭망하면서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들이 살 수 없게 되어버린 상황에서 여자애 둘이서 자주제작한 케텐크라트를 타고 여행을 하는 내용이다. 여행이라곤 해도 이렇다 할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고 층층이 나누어진 세계에서 윗층으로 나아가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바람 하에 곳곳에 버려진 창고 등을 뒤지면서 물자를 조달해 가는 방식. 인류가 폭망했으니 등장인물도 주인공 둘 외에 나오는 사람이 두 명밖에 없을 정도이다. 매우 쓸쓸한 이야기가 될 것 같지만 작품이 주인공들의 대화와 주변세계와의 호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쓸쓸해 할 사이는 별로 없다. 사람이 많다 한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있듯이 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야무진 성격을 지닌 치토(동양계) 덜렁거리는 성격을 지닌 유리(서양계)인데 서로 들어맞는 성격이 아니니 치토가 자주 화를 내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끼리의 유대인 것인지 우정인지 아니면 유리가 생각이 없어서 치토가 포기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둘이서 종말을 맞이한 풍경을 접하고 그 이전의 세계를 꿈꾸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면 될지를 각자의 성격에 맞춰서 정리한다. 결국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곳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니 제대로 맞게 추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여부에 얽메이지 않았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더욱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너무나도 명확하게 비춰지게 되어버린 사람들의 편가르기를 봐야 하는 답답함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위의 그림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렇게 예쁘게 그려진 그림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은 그래도 TV에 내보낼 것이다 보니 꼼꼼하게 그렸지만 단행본 쪽은 그렇게 세세하게 표현되지 않고 등장인물 자체가 다른 만화들처럼 캐릭터로 민다거나 할 수준의 그림체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애시당초 사람 자체가 너무 안 나오니 밀 수가... 누코를 밀면 될 것 아닌가 



단행본 중


 오히려 그림을 이렇게 그렸기 때문에 좀더 주인공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오해하지 말아야 할 건 작가가 실력이 없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게 되자 본인이 직접 엔딩 영상을 만들었을 정도로 실력을 발휘했고 그림에 설득력이 없다면 이렇게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감동스러웠던 마지막화(뭐라는 건지)


 애니메이션은 원작 내용 도중에 끊어버렸는데(여섯 권 중 네 권 분량) 나왔던 시기를 생각해 보면 그렇게 길게 갈 작품도 아닌데도 끊어버린 걸 보면 애니메이션 내용과 이후의 내용이 매우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 아닐지...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말해도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만약에 이후까지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면 사람들의 감상이 또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치토와 유리가 어떻게 나아가든 간에 이 세계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것은 제목에서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이 작품에 해피엔딩은 없다. 해피한 전개도 없었고. 애시당초 치토와 유리가 품고 있는 행복감이 있을 뿐이니깐. 하지만 사람들이 보통 바라는 것은 해피엔딩이니 이 작품을 끝까지 본 사람들조차 구태여 해피엔딩스러운 상상을 했다는 것 같고(참고. 미리니름 주의) 애니메이션에서 이걸 직접적으로 드러냈을 경우 과연 사람들이 좋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뭐 애니메이션 설정집에 나온 작가와 감독 대담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에서 다뤘던 분량 자체가 한 쿨 분량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에 딱 들어맞았다 했고 애니메이션 제작 일정이란 게 엄격하게 움직이는 거니 그 후 전개를 알아도 더 욕심을 내기 힘들었던 것 같기도... 주인공 배역을 맡은 미나세 이노리 성우와 쿠보 유리카 성우는 이후의 내용이 극장판으로 만들어졌으면 했지만 거기까지 여력이 닿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작품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딱 만족하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즐길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만족하는 지점에 오면 오히려 더 허탈감이 들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람들은 만족감을 추구하게 되고 만족함으로써 오는 허탈감을 채우기 위해 더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소녀종말여행>의 배경이 되는 전쟁으로 이어져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이건 너무 과잉인가) 그런 만족만을 추구하지 않고 현재를 더 즐기기 위함이 이 작품이 던져주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째서 전쟁이 없어지지 않는 건지... 어째서 사람은 평등하게 살 수 없는 건지... 많은 책을 읽어 보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규명해 보려고도 하고 이상에 대해 몽상하기도 하죠... 모르겠네요. 그냥 다 싫어져요. 생각하는 건 힘들어요. 이론에 치우친 시점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고향집 정원에 있는 감나무에 달린 감을 만지작거리기만 하며 살고 싶어요.


-같은 설정집 대담에서 감독이 작품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고 밝힌 단행본 4권 작가의 말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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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만화 2018. 10. 27. 18:04


설마 이게 전부인 줄은...


총 여덞 화에 걸친 <악마성 드라큘라 캐슬배니아> 2부가 올라왔다. 1부의 배나 되는 분량이어서 예고편에 나온대로 치열한 전투를 그려나가는 건가 하고 기대를 했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내용이 나왔다. 양쪽 다 싸우려고 하지를 않는다 =_=; 베르몬드 일행은 조상님 창고 뒤지느라 열심인 동안 드라큘라 군단은 전쟁을 벌이려 하지도 않고 드라큘라는 은톨이 상태를 유지하며 그냥 가만히 있다가 점점 내분이 깊어지는 와중에 부하들은 서로 흉보고 다니고 은근슬쩍 손을 잡는 데에만 열중한다. 



드라큘라가 부탁을 해서 고용된 걸로 나오는 네크로맨서 헥터와 자가 SM 참회하는 권투가 아이작의 경우 인간임에도 인간을 말살시키려는 드라큘라의 전쟁에 나서는 다소 모순된 존재로 나오고 이런 모순을 일으키게 된 설명도 나온다. 처음 부분에서 이런 사람들을 앞세움으로써 드라큘라가 뭐 대단한 것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으나 계속 정체되기만 할 뿐 다들 뭘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싶다. 일단 헥터는 생산성이 있다.



헥터의 경우 도리어 드라큘라의 부하였던 카밀라에게 여왕님 플레이로 완전히 사로잡혀 버려 네크로맨서 능력을 카밀라를 위해 쓰게 된다는 식으로 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지루한 내용을 전개하며 다섯 화 가까이 잡아먹다가 사이퍼가 드라큘라의 성을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옮길 방도를 찾아내어 실제로 옮겨서 본격적으로 싸우는 건가 했으나 이마저도 하는둥 마는둥... 부하들이 내분을 일으킨 덕분에 주요부하들은 대부분 건너뛰었고 졸개들만 상대하다가 갑자기 보스와 싸우는 드라큘라무쌍(?)을 선보인 베르몬드 일행이 드라큘라를 무찌른다. 


모두들 나에게 힘을 빌려줘! 원기...


아, 다들 없구나... ㅜㅜ 꾸엑.


하지만 이것도 딱 뭔가를 끝냈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앞서 말한대로 부하들은 이미 내분을 일으키고 있었고 드라큘라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자도 별로 없었으므로 쉽게 뿔뿔이 흩어졌다.



아이작은 뿔뿔이 흩어진 이후로 그저 방랑생활. 뭐랄까... 액션 분량으로 따지면 이 사람이 주인공 먹으라고 던져놓은 것 같기도 하고 -_-;


베르몬드 일행 쪽도 드라큘라를 무찌른 것까지는 좋았지만 뭐 대단한 걸 얻은 것은 없고 도리어 알카드의 동태가 수상해보이는 느낌을 주면서 마무리한다.



너무 전형적인 전개여서 감상도 없음...



커플 저주 18...


뭐 하나 제대로 끝을 맺은 게 없고 속시원하게 풀린 것이 없는 네 시간... 1부 때 선보였던 베르몬드의 액션과 지휘능력, 사이퍼의 전투용 마법, 알카드의 전투력, 이 셋이 대항해야 하는 드라큘라의 압도적인 힘과 존재감은 다 어디로 날아가 버리고 다들 주절거리기만 할 뿐이다. 결국 "우리의 싸움은 이제부터다!" 외에 뭐가 남은 건가 싶을 뿐이고. 

<악마성 드라큘라>는 액션게임이다. 스토리도 있지만 액션이 주를 이루는 게임. 애니메이션 제작진이 뭔가 말하고 싶었던 게 많았던 것 같은데 말하고 싶었던 게 있는 것하고 그걸 작품에서 전부 말하는 건 별개이다. 기존의 <악마성 드라큘라> 팬들은 액션을 바라고 있었을 테고 1부를 통해서 이게 더 강해졌을 텐데 이걸 완전히 배신해도 뭘 어쩌라는 건지 나로선 잘 모르겠다.

2부 마무리로 봐서는 3부도 만들 생각인가 본데 이걸 본 사람들이 과연 3부를 만들 만한 반응을 보내줄지 모르겠다. 그냥 무리 아닌가 싶다. 아무리 원작 팬들이 봐줄 수 있다 해도 2부를 이렇게 내서야 사람들이 3부 볼 생각을 할 거란 계산이 제작진 쪽에서도 성립되지 않지 않을까? 최소한 내 안에서는 전혀 성립되지 않는 것 같다.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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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만화 2018. 9. 19. 21:24



<루로우니 켄신> 홋카이도편 1권이 나온 지 보름이 지났다. 여태까지도 줄곧 옛날 만화 재탕에 대해서 추억팔이에 불과하다고 비판해 왔지만 예전에 푹 빠져 있었던 작품이 다시 나왔다는 말이 들려오면 어쩔 수 없이 보게 된다. 그걸 노리고 추억팔이를 하는 걸 거고... 그래서 결국 봐봤는데 뭐 역시나랄까...



새로운 등장인물은 하세가와 아시타로우, 이노우에 아란, 아사히 이렇게 세 사람이다. 아시타로우와 아사히는 예전에 시시오 일파의 말단에 속해 있었고 아사히는 이야기 중반까지도 잔당과 함께 있었지만 까막눈이라 악질적인 사기에 속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아시타로우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오게 된다. 아란은 사정이 있어서 미국으로 밀입국을 하려다가 잡히는 바람에 감옥에 있었다가 우연히 같은 날 출소하게 된 아시타로우와 빈털터리 신세끼리 친하게 지내게 된다.

이야기 초반의 중심이 된 건 시시오 일파가 괴멸되기 직전에 아시타로우가 시시오의 검을 가지고 튀었으며 그 후 잡혀서 오 년 동안 갇혀 있다가 출소하게 된 것을 노린 잔당과의 다툼인데 어린 나이에도 시시오가 인정했을 정도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던 아시타로우가 검에 깃들어 있던 악귀를 깨우는 듯 보였다.



보였는데...

제가 주인공인 만화에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고갱님(?)


순식간에 이야기는 켄신에게로 넘어간다. 그래서인지 앞의 세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는 서막이고 켄신이 나오는 부분부터 1장으로 매기고 있다... -_-a



죽은 줄만 알았던 카오루의 아버지가 사실은 홋카이도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보고서 급거 홋카이도로 가게 되었다는 게 중심내용이 된다. 딸내미 혼자서 도장 짊어지고 고생하는 건 생각도 안 하고 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를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지만(기억상실이라든가...) 여하튼... 이러는 와중에 켄신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문제가 된다. 사건이 일어날 것을 전제로 깔아버리고(-_-a) 안 그래도 몸이 걸레짝이 된 켄신이 홋카이도에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느냐는 문제가 또 나왔는데...



이걸 핑계로 야히코가 켄신에게 재차 시합을 청하게 되고 거기에서 당연히 이긴(...) 켄신에게 역날검을 반 년만에 돌려주기까지 한다. 이 장면 전에도 뭔 일이 있을 때마다 켄신이 야히코에게서 역날검을 건네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건 뭐 야히코가 검 셔틀도 아니고 뭔가 싶다. <루로우니 켄신> 마지막에 야히코가 역날검을 받은 건 야히코에게로 시대가 넘어갔다는 뜻일 텐데 이젠 또 야히코 쪽에서 시대가 바뀌었으니 다시 역날검을 돌려주겠다고 하니 이건 뭐 다이내믹 재팬인가? ㅋㅋㅋ(먼산)

여하튼 이렇게 해서 켄신을 억지로 다시 주인공 자리에 앉힌 작가가 어떤 재탕을 할지...


물론 얘네들도 따라간다. -_-a

(야히코가 다함께 가는 걸 반대한 이유 중에 여러 명이 가면 돈이 그만큼 든다도 있지 않았나...) 


뭐랄까... 결국 와츠키 노부히로 작가가 <루로우니 켄신> 이후로 계속 후속작을 그리는 게 실패하니 결국 이렇게 오래묵은 카드를 꺼냈다고밖에 볼 수가 없는 것 같다. 작품 내의 변화조차 다시 되돌려 놓았을 정도로 그냥 예전에 <루로우니 켄신>을 보았던 사람들에게 추억팔이를 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2권까지는 일단 보겠지만 2권에서 이런 걸 벗어날 수 있을까? 1권 마지막에 나온 분을 생각하면 더욱 믿음이 가지 않는데 -_-; 

이런 만화에 5점 만점 중 4.6점이나 주는 아마존 재팬 이용자들은 대체 뭔가 싶다. 하긴 그 사람들이 점수를 높이 줘도 이상했던 작품이 한두 개였나.


*여태까지 몰랐는데 검색하다 보니 와츠키 노부히로 작가가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걸렸는 기사가 보이네... -_-;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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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만화 2018. 9. 11. 13:41

PV 제2탄 공개!

오프닝곡 <ADAMAS>(LiSA)와 엔딩곡 <アイリス>(藍井エイル) 음원을 처음 공개하는 PV를 공개합니다!

게다가 <앨리시제이션>편은 "총 4쿨"을 방송하기로 결정! 한 시간 특집방송인 1화는 10월 6일(토요일) 24시부터 각 방송국에 순차적으로 방송을 시작합니다!


전에 나온 영상을 보면서 앨리시제이션앞부분만 하는 건가 했는데 이번 영상에서도 앞부분에 대한 영상만 나왔지만 무려 4쿨을 방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방영분량도 그렇고 애니메이트 쪽 기사도 그렇고 앨리시제이션편 전체를 다루는 게 맞는 것 같다. 아니면 제작진이 드디어 모든 스토리를 꼼꼼히 다루기로 마음을 먹고 앞부분만 4쿨을... 그럼 어드미니스트레이터의 공리교회하고 싸운 다음인 일본 대 한중미 연합군의 이야기(취소선 그을 이유가 없어진 것 같다)도 다룬다는 이야기일 텐데... 불쏘시개가 풍년이구나 캬하! 


이 분도 나올 거고... 이 분부터 불쏘시개


분할해서 4쿨을 방영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한꺼번에 방영하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공리교회와 싸우는 이야기까지와 일본 대 한중미 연합군 이야기가 반반으로 나올 것 같은데 어떻게 나오려나 싶다.(나라 이야기를 뺄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 같은데 그건 또 그것대로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건지 모르겠고...) 

애니메이트 기사대로라면 전에 나온 19,20권 명탐정 로니에편(?)은 안 나오나 본데 그건 따로 부록 같은 걸로 안 만들어주려나?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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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만화 2018. 9. 2. 15:52


애장판만 몇 번씩 내더니만 이젠 또 일반 만화책 크기로 몇 번씩 내고 있고... 새로운 일러스트를 넣었으면 그냥 표지만 따로 팔든가 껍데기는 가라가 아닌 껍데기만 오라 이노우에 타케히코 작가는 도대체 <배가본드> 38권을 낼 생각이 있긴 한 건가 모르겠는 마당에 2010년에 완결할 예정이었다는데 2020년이 지나도 연재를 재개하긴 할지조차 불투명... 이런 식으로 추억팔이만 계속 나오는 건 뭔가 싶다. 아니 뭐 이 정도 되면 골수 <슬램덩크> 팬들이라 해도 외면하지 않을까? 주머니 재차 털기도 정도가 있지 이건 뭐... 예전에 결국 출판만화를 지탱해주는 건 많이 가봤자 2000년대 초반에 10대였을 세대이고 어떻게든 이 세대를 잡기 위해 옛날 만화를 계속해서 재탕하는 것 아닌가 하는 글을 썼던 적이 있었는데(구글 블로그 폭발할 당시 같이 날아갔다.) <슬램덩크>가 그 중에서도 대표를 차지하는 예이다. 좋겠네 재탕 대표라서 보통 다른 만화들은 재판을 내거나 애장판을 낸다고 해도 한번 내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슬램덩크>는 유독 계속해서 재판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골수팬호갱들이 많다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이 세대를 설득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결국 종이야 미안해 단계로 접어드는 것 아닌지...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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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만화 2018. 8. 2. 20:35

https://twitter.com/sao_anime/status/1024852929050636289


<소드 아트 온라인 II> 블루레이 박스 표지가 트위터에 올라왔는데 시논 자세가 무슨 껌 좀 씹는 언니처럼 그려졌어 ㅋㅋ;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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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만화 2018. 7. 29. 02:01


일 년간의 침묵을 깨고 소식이 들려온 <악마성 드라큘라 캐슬배니아> 2부의 예고편이 올라왔다. 1부에서 나왔던 주인공 세 명이서 드라큘라 군단과 맞붙는 것이 주내용인 듯 하다. 드라큘라의 부하들도 좀 나오던데



설마 이리야가 쓰러지다니...



하지만 녀석은 이리야 중에서도 가장 약하지



인간 따위에게 지다니 이리야 체면에 먹칠을... 이거 뭔 설정인데?

출처: 날아올라라! 초시공 트러블 화투 대작전(とびたて!超時空とらぶる花札大作戦) 중


이런 거 안 나오려나...(뭘 생각하는 거냐) 애시당초 한 명은 인간이 아님



그리고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헤븐스필> 2부 키비쥬얼과 예고편이 <페이트 그랜드 오더> 3주년 행사장에서 공개되었다. 1부 때의 화사하고 역동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얀데레 사쿠라와 페이트와 UBW에서는 된통 당하기만 하다가 헤븐스필에 와서 갑자기 세이밥을 걷어차버리고 시로우와 함께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가는 라이더가 완전한 중심에 서게 되는데다가 다른 쪽은 얼터천국(?)이다보니 홍보용 이미지부터 이 모냥... 



예고편은 행사장 한정 공개였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된 영상이 나오진 않았지만 이 영상에서 37분 5초부터 나온다. 사쿠라의 정체와 이로 인해 부딪치게 되는 인간관계, 그냥 죽어버렸음 싶은 조켄과 왜 계속 나오는 건지 알 수 없는 미역새끼 신지가 있는 마토우 가와 이리야 간의 갈등이 주로 그려졌는데... 시로우는 사쿠라를 주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끌어안고 고민하게 되는 입장이 그려졌는데 마지막의 비에 젖어있는 사쿠라 모습이 그만큼 찡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극장판 1부 중 꿈 속에서 린을 만난 장면도 그랬고 플레이스테이션판 내용을 따라서 헌혈 홍보대사(?)역할도 맡게 되려나... 원작을 왜 내팽개치는 거냐! 원작을 준수하라! 

원래는 올해 공개 예정이었지만 내년 1월 12일로 미뤄졌다고 한다. 구성도 그렇고 제작도 그렇고 고초를 많이 겪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니 뭐...

결국 양쪽 다 아직 한참 남았다. 계속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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