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소리/잡담 2025. 11. 2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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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내 옷을 훔쳐갔다. 사물함 안에 넣어놓은 것이 여러 개 있었는데 잠바가 가장 새 것으로 보이고 비싸 보였는지(실제로도 그랬다) 잠바를 훔쳐갔다. 그 때까지 아무리 그래도 남의 옷 같은 걸 훔쳐갈까 하고 사물함 관리를 소홀히 했는데 내 생각은 세상에 비하면 정말 어줍잖은 것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잠바만 훔쳐가서 일단 집으로 돌아갈 정도는 되었던 걸 다행으로 여겼어야 할까. 추운 겨울 날씨에 덜덜 떨면서 가야 했는데. 앞서 말했듯이 비싼 거고 어머니께서 사주신 거라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알 수가 없어서 도난당한 사실을 가족에게 숨기고 있다. 그 잠바 말고 입을 건 있으니 다행으로 여겼어야 할까. 며칠 지난 지금까지도 도난당한 사실을 치욕적으로 느끼고 사물함에 걸어놓은 자물쇠가 제대로 잠겼는지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데. 아무리 생판 모르는 남들과 일을 하는 곳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들에게 불신감을 느끼면서 해야 되는 걸까. 혹시 저 사람이 훔치고선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닐까, 또 뭔가를 나에게서 훔치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새로 온 척하고서 물건 훔쳐서 달아나려는 사람이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왜 해야 되는 걸까. 안 그래도 보람도 느끼지 못하는 일을 돈 때문에 하고 있으면서 이런 의구심까지 품어야 한다니 그저 끔찍하다. 이런 믿지 못할 사람들과 왜 같은 장소에 있어야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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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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