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선생님이 유튜브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며 챗GPT에 대해 미국에서 상위에 위치하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레포트를 낼 때 챗GPT 같은 걸 사용해도 자신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와 자신만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면서 변별력을 갖추게 되는데 중하위권 대학들을 살펴보면 모든 학생들이 그저 챗GPT에 있는 내용 그대로를 뽑아 내버리는 바람에 채점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제자 교수의 이야기를 소개했는데 https://youtu.be/Js5lIti9-TQ?si=qlz4W3gExNmV2Nho&t=655 그걸 들으며 대학교에 다녔던 시절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실험 과목 시간에 조교가 예년에 같은 과목을 수강했던 학생들의 실험 레포트를 그대로 베낀 사람이 있다며 한 사람 한 사람 베꼈냐고 물어봤는데 나 외엔 대부분이 베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 일을 이럴 수 있냐는 투로 동기한테 말했더니 그런 게 당연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멍청해서 그랬겠지만 좋은 학점을 받지도 못했고.
결국 내가 생각하는 편한 방법을 고르지 않는다는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그냥 편한 방법을 고르지 못하는 것이고 불편한 방법도 제대로 해내지를 못하니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거겠지. 보면서 왜 저러냐 하는 생각만 들었을 거고.
다른 사람과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오답일 확률이 너무나 높다. 그걸 진작에 알아차려야 하는데 알아차리는 시점은 대부분 모든 게 끝난 이후다. 어중간한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 같은 사람에게 그냥 저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을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차라리 편하지 않았을까 하고... 뭔가를 분출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 또한 이 때문 아닌가.
언덕 너머 붉은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려올 무렵
아이들은 바삐 집으로가
TV앞에 모이곤 했었지
매일 저녁 그 만화 안에선
언제나 정의가 이기는 세상과
죽지 않고 비굴하지 않은
나의 영웅이 하늘을 날았지
다시 돌아가고픈 내 기억 속의
완전한 세계여
-넥스트 <the Hero> 중에서
요즘 들어 이 노래의 이 대목을 읊조리는 일이 잦아졌다. 세상이 돌아가는 일들을 돌아보면 희망이 조금이라도 보일 법한데 희망이라고 생각한 것들조차 절망으로 바뀌어 네가 좆던 것들은 헛된 것이었다라고 내 안에 있는 내가 웃음만 터뜨리고 있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만화 속 영웅들은 희망이라고 할 수 없다. 만화 속 영웅들은 어디까지나 가상의 존재일 뿐 그런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오히려 많은 이들을 욕심과 헛된 희망에 사로잡히게 하여 더 큰 비극을 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화 속 영웅들은 이상주의라는 이름을 달고 내 안에 자리잡은 채 왜 이것이 이렇게 되지 못하는 걸까 저것은 저렇게 되는 것이 맞는데라며 현실과의 괴리를 더 괴롭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만화 속 영웅들을, 이상적인 세상을 목 놓아 외쳤던 사람들의 말을 외면해야 했던 걸까?
평화로운 세상을 원한다고 하지만 그건 다른 곳이 평화롭지 못하기에 가능하고 민주주의의 지속을 원한다고 해봤자 많은 사람은 총을 들지만 않았을 뿐인 전쟁으로 인식하고 이 상황이 해결되길 원한다고 하지만 그건 누군가가 대신 해주길 바랄 뿐 나는 하기 싫은 것일 뿐 다른 사람들이 누군가를 희생시킬 영웅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해봤자 나 또한 그 희생양이 나타나길 바랄 뿐. 이런 거나 끄적이고 있는 것 자체가 그저 한가한 소리에 불과할 뿐.
거대한 악들이 세상을 휘젓는 것을 보며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노래나 읊조리고 있을 뿐인 나는 누군가가 희생해서 사태를 해결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 이기주의자에 불과하다. 그래 오랜 시간에 걸쳐 고민한 건 그저 이 정답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