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소리/사진 2018. 6. 2. 20:13

옥션에서 공학계산기를 대충 골라서 주문했던 게 대학교 2학년 때였다. 군대를 거치고 같지도 않은 휴학을 한다고 삼 년을 보냈으니 대학 졸업 때까지 총 육 년여를 썼고 그 후에도 가끔 쓸 때가 있으면 지금도 제대로 될까 생각을 하며 꺼내봤으나 그럴 때에도 여전히 잘 되었다. 이 계산기의 배터리는 대체 어떤 것인가 싶을 정도로 오랫동안 버텼다.(하긴 정말 제대로 쓰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버티기 힘들었을지도.) 그러다가 오늘 결국 수명이 다 되었음을 나타내는 징조가 나타났다. 배터리는 오랜 세월을 버텨 주었지만 난 결국 이 배터리를 헛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터리의 힘을 빌어서 얻어낸 성과들을 차례차례 헛되이 날려버리기만 했다. 결국 나의 가치는 이 배터리만도 못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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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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