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모든 사람들이 전인류적 인류애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들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으며 너무 잘 보여서 싫어하게 되는 경우도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들을 소중한 존재로 여겨주기를 바라면서 다른 사람들을 자기들 사정에 맞춰서, 허위 사실을 마구 퍼뜨리면서 하찮은 존재로 전락시킨다면 과연 전자와 후자가 공존할 수 있을까? 메갈리아 등이 막 생겨났을 때에 마뜩잖아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던 것 같다. 결국 같이 살아가야할 사람들끼리인데 그게 아무리 옳다고 해도 상대방의 신경을 거스르는 식으로 진행을 하게 된다면 대체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이것에 대한 의문은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상당수의 남자들이 그 의도를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퍼뜨리고 있지만 그 의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그걸 또 조롱하는 것은 (나는 이 말을 매우 싫어하지만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엔)소위 가르치려 든다라고 볼 수도 있다. 의도를 전하려 했으면 그 의도를 이해시키는 것 또한 전하는 자의 몫이다. 

물론 이 부분까지는 허위 사실이라든가 자기들 사정에 맞춘다든가하는 것은 소수의 경우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런 현상이 심각화되었다. 평소에 봐왔던 비백인 외국 출신 노동자 혐오세력이라든가 이슬람교 혐오에 앞장서는 개신교 세력뿐만이 아니라 아랍 국가에서 성차별이 심각하며 이를 근거(?)로 난민들이 온갖 성범죄를 저지를 거라는 페미니스트들이 등장하면서 거대한 혐오의 물결을 이루게 되었다. 물론 또다른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이것을 지적하며 극구 말려보려 했지만 거대한 혐오의 물결은 오히려 이에 더 반발을 하게 된다. 내가 댓글을 썼다는 이유로 몇몇이 내 블로그로 들어온 경로가 된 ‘여성혐오자 이슬람 난민을 추방하자’고 외치는 당신에게라는 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자기들의 혐오주장만 연발할 뿐이지 딱히 이 글에 대한 피드백은 없다. 서로 벽을 쌓아놓고 대포만 쏘게 된 것으로 생각하게 된 지도 오래되긴 했지만 이렇게 벽이 높은 건가 싶었다. 동시에 내가 왜 이들과 연대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건가 싶었다.

연대를 한다는 것은 같은 선상에 설 수 있을 때에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예멘 난민들을 공격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주된 주장은 "예멘 남자들이 한국 여성을 강간할 것이다!"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전쟁과 총살의 위협을 피해서 다른 나라로 온 사람들이 어떤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제로 지금까지 딱히 예멘 난민들이 어떤 사고를 저지른 사례가 없고 앞으로도 일어난다 한들 극소수일 것이다.(물론 그 극소수만으로 엄청난 난리가 날 것이라는 것도 쉽게 상상이 가지만) 이런 상황에 있는 예멘 남자들에 대해서도 이렇게 적개심을 드러내는데 한국 남자들에 대해선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시위에서도 남자들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난 사안이 사안인만큼 이런 방식을 존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자세히 들여본 사람들은 알다시피 참가할 수 있는 여자의 범위를 원래 가진 생물학적 성별에 한정시키면서 트랜스젠더 등의 소수자를 배제했고 여기에 LGBT가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예전에 문제가 되었던 게이 혐오 문제도 쉬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만 트랜스젠더 여성까지 배제를 당하면서 골이 더욱 깊어진 것 같다.(실제로 트랜스젠더들 사이에서도 거기는 잘못된 페미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쉽게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난민 남자들까지 자신들의 적으로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평범한 한국 남자들은 대체 무엇으로 보는 걸까? 인터넷 돌아다니다 보면 흔히 보이는 이상한 사례들이 정말 이상(異常)인 건가? 그냥 남자면 다 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오고보니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전같으면 자연스럽게 서명을 했을 성평등 관련 서명 링크를 누르는 것도 관련기사를 보는 것도 꺼리고 있다. 내가 왜 여기에 굳이 참여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걸 언젠가 바로잡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예멘 난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바뀌기는 커녕 오히려 토요일에 시위를 한다고 한다. 그것도 광화문광장에서... 부조리에 맞서서 촛불을 들었던 그 광장에서 이번엔 부조리를 위해 촛불을 드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 걸까? 더군다나 광화문광장의 일부는 세월호광장이다. 얼마나 모일지 모르겠지만 세월호 리본을 달고서 혐오시위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면 더욱 끔찍하다. 열릴지 알 수 없지만 여기에 대해 반대시위를 한다해도 혐오시위에 비해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인권이 대결양상으로 들어가버리면 100% 인권옹호 쪽이 밀려버린다. 인권은 감정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않지만 반대 측은 감정에 모든 것을 싣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예멘 난민 혐오 페미니스트들의 모습에 질려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인권 문제가 아닌 자신들의 감정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던 것뿐 아닌가 하고. 이 감정을 다잡을 수 있다 해도 그건 상당히 뒤로 밀려날 것 같다.




*알고보니 광화문광장이 아니라 동화면세점이라고 하는데 재작년 겨울에 사람이 워낙 많아서 거기까지도 다 촛불 들고 있었고 세월호광장 생각해 보면 거기가 더 가깝다. 핑계 같네...

** 세종로파출소 앞 https://t.co/Vx5fan9w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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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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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v.media.daum.net/v/20180328223601389



정봉주 고발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믿기가 힘들었다. 구속되기 직전에 그것도 어머니가 쓰러지기까지 한 날에 그럴 정신이 있긴 할까 싶었고 다른 성추행 고발을 당한 진보 정치가들이 보여준 태도와는 달리 상당히 믿는 구석이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믿는 구석이 당당함이 아닌 인맥에 있었던 것 같지만...) TV조선에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 저 사람 그냥 장사꾼이었나?' 하는 생각에 관심을 끊었지만 그 전까지 내가 조금이나마 접했던 정봉주의 모습에서 잘못한 것이 있는데도 없다 우길 그런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도 성추행 고발을 실행한 피해자와 프레시안 쪽을 생각해 봤을 때 의심을 하기도 뭐했다. 실제로 빠들이 날뛰면서 상황이 종결된 지금에 와서까지도 자신들이 마음껏 가한 2차 가해의 원인을 프레시안에 돌리며 우기기에 오기까지 별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해도 훤히 보이는 난동을 보며 피해자와 프레시안을 염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애매모호함을 전에 민병두 건을 다루면서 그냥 이름만 잠시 언급하는 정도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렇게 종결되었다.



나는 꼼수다를 들으면서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을 적극 지지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이 중에 남은 사람은 주진우 기자 한 명뿐이다. 아니 뭐 주진우 기자도 정봉주 건에 대해서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던 걸 생각하면 믿을 수가 없어졌다. 그렇게 촉이 발달해 있고 의혹이 가는 부분이 있으면 끈질기게 추적하는 걸로 명성을 떨친 기자가 바로 옆에 있는 의혹에 대해서 그것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았던 날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될지 모르겠다. 정봉주 방패질에 나선 건 김어준 김용민이지만 주진우 기자도 이들과 계속 같이 활동을 해왔다. 그런데 정봉주가 실제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건지 몰랐을 리가 있을까? 설마 유시민처럼 파도가 일고 있는데 조개 줍는다 식으로 생각한 거라면...



결국 사람들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투 운동을 지지했든 아니든 이번 일을 통해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쳤든(뉘우친 사람이 있긴 한가?) 아니든 간에 피해자에 대한 사과·걱정보다는 계산이 앞선다.(하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판에 사과할 게 있나.) 이런 게 바로 김어준이 막으려 했던(?) 진영 분열의 효과다. 정작 중요한 본제를 제쳐두고 서로의 유불리만을 따지게 된다. 이런 소용돌이는 쉽게 가라앉지 않게 되고 결국 피해자의 상처는 피해자만 더욱 깊이 떠안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사건을 망쳐놓고서 잘도 장자연 씨 사건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라는 말이 나오나 싶다. 아 이건 위대하신 시민들의 검증을 거쳐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건이니 괜찮은 걸까? 키득.

지금으로선 이런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게 끔찍하게 여겨질 뿐이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9704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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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어금니 아빠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중앙일보에서 공익을 위해서라며 용의자의 사진을 공개해 버리자 경찰 쪽에서도 공개를 해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이 전개는 옛날에 이명박 정부에서 용산참사를 덮기 위해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강호순 사건의 전개와 똑같다. 이 때에도 중앙일보가 먼저 공개를 했고 뒤늦게 경찰에서 이에 응했다.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주장되는 것이 알 권리이다.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면 다른 피해자를 알 수도 있다, 그 사람을 경계할 수 있다는 이유들이 나오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단 하나다. '화제의 인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싶다.' 이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잡힌 사람의 얼굴을 지금 알아서 어떻게 할 것이며 안다 한들 그 사람이 무기징역(이라고 해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고)이나 사형을 받지 않는 한 언젠가는 결국 출소를 하게 될 텐데 사람들이 알고 거부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어디로 가야 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지만 알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겐 딱히 고려사항이 아닌 것 같다. 조금만 잘못을 저질러도 다 죽여버리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실천(?)한 옛날 법들이 나오면 좋아할지도. 그리고 처벌을 결정하는 것은 법원이니 신상공개를 할지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도 법원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경찰이 고심을 해서 내리는 거라느니 하면서 당장 면상을 까발려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다수를 점하는 것이 사실이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신상공개 결정 알 권리인가) 다수가 원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옳은 거라면 두테르테도 딱히 욕 먹을 이유가 없다는 결론으로 가겠지만 이런 말을 하면 "아, 그건 아니고..."라고 하겠지. 아니고는 개뿔이.


김종대 의원이 이국종 교수에게 한 말이 계속 논란이 되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개인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는 개인정보인 것이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침해하는 행위가 옳은 것인가? 이것에 대한 고민이 없이 그저 김종대 의원이 이국종 교수를 비판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검색순위 1위에 올린 것이다. 김종대 의원이 말한대로 "관음증의 나라"임을 입증하듯이. 그리고 김종대 의원이 지적한 것은 이런 개인정보를 퍼뜨린 정부와 언론이었지만 그 정부와 언론은 사라지고 김종대 의원과 이국종 교수만 남았다.(http://v.media.daum.net/v/20171122171604521) 수술을 하고 치료를 하는 건 이국종 교수를 비롯한 병원 사람들이지 그것을 일반시민들이 안다고 해서 뭐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구태여 이것을 알리면서 상황이 커졌다. 김종대 의원을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들 중에서 위에 인용한 기사 외에는 모두 시민들의 화를 자극하는 기사들밖에 없었다. 자기들의 언론으로서의 책임은 덮어버리고 모든 화살을 김종대 의원에게 날렸고 멋들어지게 성공한 결과가 지금이다.


인류는 호기심을 통해 발전해 왔다. 하지만 그 호기심이 지나칠 경우 오히려 비극을 낳은 경우 또한 있었다. 위에 열거한 두 가지 사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호기심이 비극을 낳은 경우밖에 안 되고 거기에 언론과 정부가 장사를 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런 "알 권리"라는 이름의 호기심이 개인정보를 마구 들춰보고 그것을 통해 장사를 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인지, 개인정보가 마구 돌아다니고 빅데이터 운운하며 이걸 부추기는 세상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하는 것 아닌지하는 생각에 더더욱 부정적인 기분이 자리잡는다.


이건 다음 블로그에 작년 11월에 썼던 글이다.


이 때만 해도 분명 피해자는 공개되어서 2차 피해를 입고 있는데 가해자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논리가 돌고 있었다. 난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저렇게 썼는데 요즘 시류가 이상하게 바뀌었다. 발단은 JTBC였다. 계속해서 성추행·성폭행 피해자들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상황에서 대담을 진행하여 가해자를 고발하는 방식을 썼다. 원래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피해자가 이렇게 나설 경우 그로 인해 나중에 가해자의 보복이 가해질 수 있고 피해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나빠지면 나빠졌지 절대 좋아질 수 없다. 그렇기에 위의 논리가 나왔던 건데 이걸 JTBC가 이용하면서 또다시 언론의 규칙이 훼손되게 되었다. 물론 피해자들이 원하는 방식이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론이 그걸 넙죽 받으면 안 된다. 피해자를 설득해서라도 익명성을 보장해 줘야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JTBC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점점 피해자에게 익명성이 왜 필요한 것인지를 완전히 잊어먹게 된 것 같다. 도리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떳떳한 피해자(!)라는 논리까지 등장했다.



오늘 올라온 뉴스타파의 민병두 고발 영상에 대한 논란도 그렇다. 민병두는 본인에게 잘못이 없다고 했지만 결국 영상이 올라오자 의원직 사퇴를 해버렸다. 서울시장 경선 포기는 이런 영상이 올라올 경우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적 타격이 크기 때문에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의원직 사퇴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자기에게 잘못이 없다면 버텨서 진실을 밝히면 될 일이고 그로 인해 오히려 다음 선거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 영상 하나 올라왔을 뿐인데 의원직을 날렸다는 건 결국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영상에서 나오는 민병두의 변명에서부터 전혀 신뢰가 가지 않고...) 그런데도 사람들은 뉴스타파의 영상이 잘못되었다고 외치면서 그 중 하나로 JTBC처럼 얼굴과 실명을 까지 않았다는 말을 당연하다는 것처럼 한다. 그냥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막말로 자기들이 저런 상황에 처했을 경우 당당하게 얼굴과 실명을 깔 수 있는 건가? 하긴 당해보지 않았으니 할 수 있다는 말을 당당하게(?) 할 것 같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김어준의 헛소리에 넘어가서 저렇게 나오는 것 같은데 김어준이 변명이랍시고 하는 말이 진영이 분열될까봐 예방차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김어준이 그 헛소리를 하는 순간부터 미투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지지했던 사람들과 크게 여기지 않고 있다가 김어준 헛소리 듣고서 겁먹은 사람들로 나뉘었다. 후자에서 안희정·정봉주 사건 관련 기사와 이번 뉴스타파 영상에서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는 거고...(이렇게 되다 보니 자칭 보수들이 신나서 날뛰는데 그 사람들이 표현 면에서는 상당한 문제가 있지만 나와 뜻이 맞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확실히 진영이 사람을 망친다.)

진영 논리 앞에서는 미투, 즉 인권 문제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 같다. 같다가 아니라 항상 그래왔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서 인권이 크게 훼손되었을 경우 그것이 자유한국당 쪽이 일으킨 문제일 경우 자칭 진보들이 신나서 날뛰고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일으킨 문제일 경우 자칭 보수들이 신나서 날뛴다. 거기에 피해자를 위한, 인권의 침해를 보완하고 발전시키려는 논의는 완전히 뒤로 제쳐진다.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해도 나중에 사건은 이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인권은 항상 정치꾼들의 장사 대상에 불과했을뿐(미투 운동을 문재인 정부의 치적이라고 하는 이상한 사람까지 나오는 판국...) 우선순위로 논의된 적은 거의 없었다.

매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지친다. 결국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립 서비스만 바뀔뿐이지 마음은 그대로이고... 고민해봤자 답이 아예 없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을 또다시 하게 된다.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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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2018. 3. 6. 20:35


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때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고 그랬기에 광고지를 보관해 두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어 버렸고... 영화만을 보았을 때엔 찬사를 마구 늘어놓아도 부족하다 싶은 작품을 감독이나 배우의 작품 밖, 혹은 작품 속에 보이지 않게 스며들어간 행태로 인해 내리깔아 버리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나도 고민을 해보지 않았던 게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영화 자체로만 판단하는 것을 그런 요소들이 방해를 한다면 그 작품의 생명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저 감독은 영화계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 했고 영화계가 받아주지도 않을 테지만 그런 행동을 저지른 사람이 차기작을 내놓아 봤자 좀비를 양산할 뿐이다.

이번에 발각된 오달수·조재현·조민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각각 자신의 작품에서 존재감을 뽐내왔던 사람들이니 만큼 그 작품에서 이 사람들을 빼놓고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들이 주연으로 나왔든 조연으로 나왔든 관여한 작품들은 내 소장 목록에서 빠지게 될 것이다. 하기사 조재현의 경우엔 이미 김기덕 리스트(?)로 다 빠져나간 것으로 기억하지만...

이번 경우는 원래 가지고 있었던 신뢰와는 다른 형태이다. 위의 사람들이 엄청 깨끗하게 살아왔기를 기대한 것도 아니고 그저 영화 외의 일에서 이렇다 할 만한 일은 없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을뿐이다. 하지만 이 생각을 심하게 무너뜨리는 일이 발생할 경우 원래 분야에서 가져왔었던 신뢰 또한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을 연이어 목격하게 되면서 제발 이번 기회에는 제대로 털어서 앞으로 #MeToo 같은 거대한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 결국 괴물은 계속 복제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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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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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2018. 2. 8. 01:28

#MeToo 운동이 한국에서도 힘을 얻게 되면서 많은 묵혀두었던 사건들이 다시 땅 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일방적 권력관계에 쉬쉬해왔던 폭력 사건들이 밝혀질 수 있다면 세상이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 외엔 딱히 한 게 없었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비수를 맞았다.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이 성폭행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레즈비언의 문턱에 들어선 주인공의 고뇌를 그린 작품을 만든 사람이 성폭행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서 상대방의 성 정체성을 멋대로 규정짓고 피해자의 남자애인도 거짓이라고 한다니... 이건 혐오를 일삼는 개신교 등에서 성소수자들에게 하는 행각과 아무 차이도 없지 않나 싶다. 원래의 사상이 어떠했든 간에 감독이라는 권위가 주어지면 그 앞에서 쩔쩔 맬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먹잇감에 불과한 걸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 같은데 김기덕 감독 같은 경우에도 그렇다. 과격한 내용의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들이 잘도 따라준다 싶기도 했는데 이 사람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권위를 활용해서 내리눌렀다고 볼 수밖에 없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 과거 영화에 나온 배우의 대담 기사 등을 통해서도 드러나 있었고 <뫼비우스>는 그것의 결정판이었을 뿐이었다. 아무리 본인이 차별의 화살이 날아오는 대상이었다 해도 소수의 입장에 서있었다 해도 거기에 또한 상하관계가 만들어지게 마련이고 거기에서 상으로 올라가는 순간 그 사람은 또다른 압제자가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언급한 두 사람이 그런 걸 몰라서 그랬을 리가 없다. 알면서도 이용해 먹은 거지.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경우도 그렇다. 여자 배우 쪽의 동의없이 키스 장면을 촬영한 것이 나중에 사과하면 될 일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던 감독과 하란다고 해버린 남자 배우에서는 아예 감독의 권위에 남녀차별의 벽까지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관계가 물고 물리면서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려다가 터진 게 이현주 감독 건과 비슷하다. 사람들이 무언가에 대해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은 거리에 비례해서 나타나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는 아무말 대잔치를 기꺼이 즐기지만(?) 자기 일에 가까워질 수록 입을 다문다. 그렇게 다물고 다문 결과 각종 폐쇄 집단에서 피해자가 묻혀져 가고...

사람 사는 세상이 다 똑같다고들 하지만 어떻게 어디를 가나 괴물이 발생하는 것까지 똑같을 수 있는 건가... 그저 참담하고 어이가 없다. 이 괴물은 과연 퇴치될 수 있는 것일까? 피해자의 용기에만 매달리기엔 너무 큰 것 아닐까?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고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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