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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06 :: 복제되는 괴물 2
  2. 2018.02.08 :: 복제되는 괴물
문화/영화 2018. 3. 6. 20:35


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때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고 그랬기에 광고지를 보관해 두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어 버렸고... 영화만을 보았을 때엔 찬사를 마구 늘어놓아도 부족하다 싶은 작품을 감독이나 배우의 작품 밖, 혹은 작품 속에 보이지 않게 스며들어간 행태로 인해 내리깔아 버리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나도 고민을 해보지 않았던 게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영화 자체로만 판단하는 것을 그런 요소들이 방해를 한다면 그 작품의 생명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저 감독은 영화계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 했고 영화계가 받아주지도 않을 테지만 그런 행동을 저지른 사람이 차기작을 내놓아 봤자 좀비를 양산할 뿐이다.

이번에 발각된 오달수·조재현·조민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각각 자신의 작품에서 존재감을 뽐내왔던 사람들이니 만큼 그 작품에서 이 사람들을 빼놓고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들이 주연으로 나왔든 조연으로 나왔든 관여한 작품들은 내 소장 목록에서 빠지게 될 것이다. 하기사 조재현의 경우엔 이미 김기덕 리스트(?)로 다 빠져나간 것으로 기억하지만...

이번 경우는 원래 가지고 있었던 신뢰와는 다른 형태이다. 위의 사람들이 엄청 깨끗하게 살아왔기를 기대한 것도 아니고 그저 영화 외의 일에서 이렇다 할 만한 일은 없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을뿐이다. 하지만 이 생각을 심하게 무너뜨리는 일이 발생할 경우 원래 분야에서 가져왔었던 신뢰 또한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을 연이어 목격하게 되면서 제발 이번 기회에는 제대로 털어서 앞으로 #MeToo 같은 거대한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 결국 괴물은 계속 복제되는 걸까...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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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2018. 2. 8. 01:28

#MeToo 운동이 한국에서도 힘을 얻게 되면서 많은 묵혀두었던 사건들이 다시 땅 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일방적 권력관계에 쉬쉬해왔던 폭력 사건들이 밝혀질 수 있다면 세상이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 외엔 딱히 한 게 없었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비수를 맞았다.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이 성폭행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레즈비언의 문턱에 들어선 주인공의 고뇌를 그린 작품을 만든 사람이 성폭행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서 상대방의 성 정체성을 멋대로 규정짓고 피해자의 남자애인도 거짓이라고 한다니... 이건 혐오를 일삼는 개신교 등에서 성소수자들에게 하는 행각과 아무 차이도 없지 않나 싶다. 원래의 사상이 어떠했든 간에 감독이라는 권위가 주어지면 그 앞에서 쩔쩔 맬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먹잇감에 불과한 걸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 같은데 김기덕 감독 같은 경우에도 그렇다. 과격한 내용의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들이 잘도 따라준다 싶기도 했는데 이 사람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권위를 활용해서 내리눌렀다고 볼 수밖에 없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 과거 영화에 나온 배우의 대담 기사 등을 통해서도 드러나 있었고 <뫼비우스>는 그것의 결정판이었을 뿐이었다. 아무리 본인이 차별의 화살이 날아오는 대상이었다 해도 소수의 입장에 서있었다 해도 거기에 또한 상하관계가 만들어지게 마련이고 거기에서 상으로 올라가는 순간 그 사람은 또다른 압제자가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언급한 두 사람이 그런 걸 몰라서 그랬을 리가 없다. 알면서도 이용해 먹은 거지.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경우도 그렇다. 여자 배우 쪽의 동의없이 키스 장면을 촬영한 것이 나중에 사과하면 될 일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던 감독과 하란다고 해버린 남자 배우에서는 아예 감독의 권위에 남녀차별의 벽까지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관계가 물고 물리면서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려다가 터진 게 이현주 감독 건과 비슷하다. 사람들이 무언가에 대해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은 거리에 비례해서 나타나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는 아무말 대잔치를 기꺼이 즐기지만(?) 자기 일에 가까워질 수록 입을 다문다. 그렇게 다물고 다문 결과 각종 폐쇄 집단에서 피해자가 묻혀져 가고...

사람 사는 세상이 다 똑같다고들 하지만 어떻게 어디를 가나 괴물이 발생하는 것까지 똑같을 수 있는 건가... 그저 참담하고 어이가 없다. 이 괴물은 과연 퇴치될 수 있는 것일까? 피해자의 용기에만 매달리기엔 너무 큰 것 아닐까?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고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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