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나날>을 본 지 꽤 되었지만 이렇다 할 만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영화 자체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싶었다. 내용에 여백이 많고 뭔가를 목표로 하는 것도 갈등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이 풍경을 찍은 영상이다 그런 감상을 가졌던 것 같다. 아니 뭐 그 풍경도 태반이 어두침침한 시간대를 배경으로 깔고 있어서 잘 안 보였지만...
영화를 보면서 심은경 배우가 연기한 주인공과 심은경 배우가 걸어가는 길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활발하게 영화에 나오는 동안 <수상한 그녀>까지는 연이어서 출연작이 대히트를 치면서 앞으로의 길이 창창해 보였지만 그 이후로 완전히 꺾이면서 흥행도 평가도 못 받는 작품에만 연이어 나오게 되었다. 이동진 평론가 유튜브에 나와서도 이에 대해 언급을 했는데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재능이 없는데 과분한 평을 받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지금까지도 그저 의아할 뿐이다. 물론 자신에 대해 겸손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에서 나온 말이겠지만 심은경 배우만큼의 재능을 가진 배우가 얼마나 있을까. 그 재능을 보고 여태까지 따라갔던 것 같은데. 그 대사가 나오는 GV 장면에서 나오는 관객들의 입장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일본 영화에 자주 나오게 되면서 이런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눈 밖에 나가면 마음도 자연히 멀어지는 법이니 한국 관객들이 선호하지 않게 된 것인지 한국에서의 흥행이 일본에서의 흥행 성적만도 못한 영화들도 많았다. 한국 쪽에서 출연한 작품도 사람들이 얼마나 알았을까 싶은 성적이 나왔다. 내 입장에서 답답하게 느껴지는 게 일본 영화에서 나오는 심은경 배우는 항상 외국인이다. 이번 <여행과 나날>에서도 마찬가지로 다른 배우들과 같은 입장이 아니라 외부인으로서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날 수 밖에 없다. 결국 심은경 배우의 선택인 것이지만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가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영화 속 주인공도 이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게 각본을 쓰는 장면에서 요즘엔 당연한 컴퓨터 타자가 아니라 원고지에 연필로 쓰고 있다. 원작이 있는 영화라 그렇게 묘사된 건지도 모르겠지만 좀 특이하네 싶었는데 여행을 떠났을 때엔 당연한 절차인 여관 예약도 하지 않아서 뺑뺑이를 돌다가 어떻게 찾았는지 주인 아저씨는 어떻게 영업을 한다고 했던 건지 모를 민박집으로 들어간다. 글을 쓰고 싶은 건지도 잘 모르겠는 상황에 주인 아저씨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종의 일을 겪고 난 뒤 역시 뭘 썼는지 알 수 없는 걸 쓴 뒤 민박집을 떠나는 걸로 끝난다. 이런 영화들에 나와서 이루고 싶은 게 정확히 무엇인지 만족을 하고는 있는 건지 앞으로 또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를 심은경 배우의 행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이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여행과 나날>의 한국 흥행 성적은 현재 오만 칠천 명. 일본 영화 출연 작품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일본영화 나오기 전에 나왔던 망작들만도 못한 성적이지만. <여행과 나날>을 보면서 느꼈던 걸 생각하면 이런 걸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평점은 8점으로 하겠다. 결국 박수를 치기도 비판을 하기도 애매한 작품이다 하는 감상만 남아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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