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쇼케이스 관련 전자우편을 받고 나서 여기에 가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보니 일하는 곳에서 인디스페이스까지 가려면 교통편만 해도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걸로 나왔다. 걸어가는 시간, 차를 갈아타는 시간, 차가 지연될 수 있는 시간을 다 생각해보니 다섯 시에 일이 끝나 아무리 달려가봤자 영화가 시작되는 일곱 시 전에 도착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맞춰낸다 한들 저녁도 안 먹고 아홉 시 경까지 버틸 생각인지…
영화를 보려고 그렇게 열심히 극장을 찾아다녔던 시절에라면 이 정도야 하고 달려갔을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서는 그런 열의도 생기지 않는다. 영화를 봐봤자 인터넷에서 어쩌다 한두 편 볼 뿐.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영화 중에서만. 영화에 열성적이었던 시절엔 이렇게 좋은 영화들이 많이 있는데 왜 사람들이 안 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젠 내가 그 사람들이 되었다.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가 망했다는 건 핑계일 뿐이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깐.
내가 그 동안 이런 걸 찾아헤맸던 의미를 잘 모르겠다 싶어졌다. 어차피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어떤 영화에 대한 감상을 써놔도 누구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고 그저 썩어갈 뿐인 내 뇌 속에서 기억을 남기려했다가 사그라들기만 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어차피 인공지능의 답변의 1%도 가치가 없는 유튜브 댓글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 싶은 것만 낳을 뿐인데 여기저기 아무 생산성도 없이 극장을 찾아다녔던 건 다 뭐였을까?
아무리 이런 것이 있다고 알려봐봤자 아무도 듣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으면서 두 시간 동안 달려가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던 건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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