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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10 :: 진영논리 속에서 사라져 버리는 인권

소위 어금니 아빠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중앙일보에서 공익을 위해서라며 용의자의 사진을 공개해 버리자 경찰 쪽에서도 공개를 해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이 전개는 옛날에 이명박 정부에서 용산참사를 덮기 위해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강호순 사건의 전개와 똑같다. 이 때에도 중앙일보가 먼저 공개를 했고 뒤늦게 경찰에서 이에 응했다.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주장되는 것이 알 권리이다.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면 다른 피해자를 알 수도 있다, 그 사람을 경계할 수 있다는 이유들이 나오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단 하나다. '화제의 인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싶다.' 이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잡힌 사람의 얼굴을 지금 알아서 어떻게 할 것이며 안다 한들 그 사람이 무기징역(이라고 해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고)이나 사형을 받지 않는 한 언젠가는 결국 출소를 하게 될 텐데 사람들이 알고 거부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어디로 가야 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지만 알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겐 딱히 고려사항이 아닌 것 같다. 조금만 잘못을 저질러도 다 죽여버리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실천(?)한 옛날 법들이 나오면 좋아할지도. 그리고 처벌을 결정하는 것은 법원이니 신상공개를 할지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도 법원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경찰이 고심을 해서 내리는 거라느니 하면서 당장 면상을 까발려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다수를 점하는 것이 사실이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신상공개 결정 알 권리인가) 다수가 원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옳은 거라면 두테르테도 딱히 욕 먹을 이유가 없다는 결론으로 가겠지만 이런 말을 하면 "아, 그건 아니고..."라고 하겠지. 아니고는 개뿔이.


김종대 의원이 이국종 교수에게 한 말이 계속 논란이 되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개인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는 개인정보인 것이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침해하는 행위가 옳은 것인가? 이것에 대한 고민이 없이 그저 김종대 의원이 이국종 교수를 비판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검색순위 1위에 올린 것이다. 김종대 의원이 말한대로 "관음증의 나라"임을 입증하듯이. 그리고 김종대 의원이 지적한 것은 이런 개인정보를 퍼뜨린 정부와 언론이었지만 그 정부와 언론은 사라지고 김종대 의원과 이국종 교수만 남았다.(http://v.media.daum.net/v/20171122171604521) 수술을 하고 치료를 하는 건 이국종 교수를 비롯한 병원 사람들이지 그것을 일반시민들이 안다고 해서 뭐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구태여 이것을 알리면서 상황이 커졌다. 김종대 의원을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들 중에서 위에 인용한 기사 외에는 모두 시민들의 화를 자극하는 기사들밖에 없었다. 자기들의 언론으로서의 책임은 덮어버리고 모든 화살을 김종대 의원에게 날렸고 멋들어지게 성공한 결과가 지금이다.


인류는 호기심을 통해 발전해 왔다. 하지만 그 호기심이 지나칠 경우 오히려 비극을 낳은 경우 또한 있었다. 위에 열거한 두 가지 사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호기심이 비극을 낳은 경우밖에 안 되고 거기에 언론과 정부가 장사를 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런 "알 권리"라는 이름의 호기심이 개인정보를 마구 들춰보고 그것을 통해 장사를 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인지, 개인정보가 마구 돌아다니고 빅데이터 운운하며 이걸 부추기는 세상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하는 것 아닌지하는 생각에 더더욱 부정적인 기분이 자리잡는다.


이건 다음 블로그에 작년 11월에 썼던 글이다.


이 때만 해도 분명 피해자는 공개되어서 2차 피해를 입고 있는데 가해자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논리가 돌고 있었다. 난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저렇게 썼는데 요즘 시류가 이상하게 바뀌었다. 발단은 JTBC였다. 계속해서 성추행·성폭행 피해자들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상황에서 대담을 진행하여 가해자를 고발하는 방식을 썼다. 원래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피해자가 이렇게 나설 경우 그로 인해 나중에 가해자의 보복이 가해질 수 있고 피해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나빠지면 나빠졌지 절대 좋아질 수 없다. 그렇기에 위의 논리가 나왔던 건데 이걸 JTBC가 이용하면서 또다시 언론의 규칙이 훼손되게 되었다. 물론 피해자들이 원하는 방식이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론이 그걸 넙죽 받으면 안 된다. 피해자를 설득해서라도 익명성을 보장해 줘야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JTBC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점점 피해자에게 익명성이 왜 필요한 것인지를 완전히 잊어먹게 된 것 같다. 도리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떳떳한 피해자(!)라는 논리까지 등장했다.



오늘 올라온 뉴스타파의 민병두 고발 영상에 대한 논란도 그렇다. 민병두는 본인에게 잘못이 없다고 했지만 결국 영상이 올라오자 의원직 사퇴를 해버렸다. 서울시장 경선 포기는 이런 영상이 올라올 경우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적 타격이 크기 때문에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의원직 사퇴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자기에게 잘못이 없다면 버텨서 진실을 밝히면 될 일이고 그로 인해 오히려 다음 선거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 영상 하나 올라왔을 뿐인데 의원직을 날렸다는 건 결국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영상에서 나오는 민병두의 변명에서부터 전혀 신뢰가 가지 않고...) 그런데도 사람들은 뉴스타파의 영상이 잘못되었다고 외치면서 그 중 하나로 JTBC처럼 얼굴과 실명을 까지 않았다는 말을 당연하다는 것처럼 한다. 그냥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막말로 자기들이 저런 상황에 처했을 경우 당당하게 얼굴과 실명을 깔 수 있는 건가? 하긴 당해보지 않았으니 할 수 있다는 말을 당당하게(?) 할 것 같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김어준의 헛소리에 넘어가서 저렇게 나오는 것 같은데 김어준이 변명이랍시고 하는 말이 진영이 분열될까봐 예방차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김어준이 그 헛소리를 하는 순간부터 미투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지지했던 사람들과 크게 여기지 않고 있다가 김어준 헛소리 듣고서 겁먹은 사람들로 나뉘었다. 후자에서 안희정·정봉주 사건 관련 기사와 이번 뉴스타파 영상에서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는 거고...(이렇게 되다 보니 자칭 보수들이 신나서 날뛰는데 그 사람들이 표현 면에서는 상당한 문제가 있지만 나와 뜻이 맞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확실히 진영이 사람을 망친다.)

진영 논리 앞에서는 미투, 즉 인권 문제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 같다. 같다가 아니라 항상 그래왔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서 인권이 크게 훼손되었을 경우 그것이 자유한국당 쪽이 일으킨 문제일 경우 자칭 진보들이 신나서 날뛰고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일으킨 문제일 경우 자칭 보수들이 신나서 날뛴다. 거기에 피해자를 위한, 인권의 침해를 보완하고 발전시키려는 논의는 완전히 뒤로 제쳐진다.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해도 나중에 사건은 이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인권은 항상 정치꾼들의 장사 대상에 불과했을뿐(미투 운동을 문재인 정부의 치적이라고 하는 이상한 사람까지 나오는 판국...) 우선순위로 논의된 적은 거의 없었다.

매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지친다. 결국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립 서비스만 바뀔뿐이지 마음은 그대로이고... 고민해봤자 답이 아예 없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을 또다시 하게 된다.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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