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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20 :: 소수 엘리트에게 관대한 나라

미국의 Fortune지에서 문재인을 위대한 지도자 4위에 선정했다는 이야기가 보였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뭔가 하고 해당 기사를 살펴보니 흔히 보는 한반도 정세 운전사 논리가 떴다. 1~3위가 뭔지 살펴보니 1위는 미국에서 총기 사건이 계속 일어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일어난 청소년들이었고 2위가 말라리아가 퍼지는 것을 막고 성평등에 공헌한 게이츠 부부였다. 그리고 3위가 미투운동이었다.

글쓴이는 미투운동에 대해 특정 지역이나 직종이 한정되지 않고 누가 이끌어나가는 것도 아닌 전세계적이고 사고방식을 바꾼 운동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투운동의 바람이 힘차게 불었으므로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짚은 것은 그 아래에 있는 문재인이었다. 3위보다 4위를 중시하다니 언제부터 한국이 패자(?)에게 이리도 관대한(?) 나라가 된 걸까?

요즘 보면 사람들이 마치 소수 엘리트주의를 지양하고 진정한 대중에 의한 정치를 꿈꾸는 것처럼 보인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시민의 뜻에 맞지 않는 정치가 이루어졌다, 시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이게 정말로 시민 대중들을 위한 이야기인 걸까? 내가 보기엔 그냥 편가르기를 해서 우리 편에게 불리한 정치가 이루어졌다 우리 편의 생각에 맞지 않는 판결이 내려졌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특히 정치의 경우 문재인의 뜻과 맞느냐 문재인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느냐에 총체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만 보인다. 문재인이 맞느냐 자유한국당이 틀리냐의 문제라기보다는...(후자의 확률이 높긴 하다.) 그러다 보니 김경수와 드루킹 사이에 확인된 새로운 사실에 대해서도 제대로 판단을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민주당 쪽은 김경수와 드루킹이 이렇다 할 관계가 없다고, 지시 같은 것 내린 적 없으니 메신저 프로그램에도 안 뜨는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그걸 뒤집는 증거가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게 뭐가 문제냐고 하니 참 아무런 문제가 없고 모든 잘못은 그저 드루킹에만 있다. 키득. 

정치의 모습도 이상하게 바뀌었다. 사기업에서의 일도 국회가 담당할 일도 법원이 담당할 일도 지방정부의 일도 모두 정부 쪽에 청원을 넣자고 달려든다. 결국 청원이 성공한다 쳐도 정부 쪽에서 뭔 말을 할 수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 "노력하겠습니다"를 최소 A4 몇 장은 내야 될 텐데... 이렇게 모든 게 문재인 중심으로 옮겨가 버렸고 지난 정부까지만 해도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면서 바꿔야 한다고 하던 사람들이 권한을 분산하자는 쪽의 이야기에 대해서 반발을 하고 그 불똥이 정의당까지 튄다. 정작 정의당의 입장은 정부안을 통과시키는 데에 힘을 합치자이지만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문재인 대통령 각하의 말씀을 따르는데 좌우가 어디있느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욕이다.)

경향 같은 곳에서 3위인 미투운동을 제껴버리고 4위인 문재인을 주목한 것도 이런 흐름을 타고 장사하려는 속셈에서 저렇게 선정한 것 아닌가 싶다. 미투 운동은 논란이 있으니(?) 여기저기서 메갈메갈거리러 오겠지만 지금 현재 문재인의 위치는 확고하다. 경향을 접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위에 말한 사람들이고. 그럼 장사를 하고 싶다면 문재인을 선택하는 게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 인권이야 나중에 짧게 논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의미에서 한국은 여전히 소수 엘리트주의 국가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반영하기 보다는 일렬 종대로 세워줄 특정 정치인만을 바라본다. 대중에 의한 정치를 논하는 사람들은 다수의 폭력적인 반응이 무서워서 방송 같은 곳에서 이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바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냥 비주류인 거고... 그러니 대중들은 반성할 틈이 없이 흘러가는 사회에 휩쓸릴 뿐이다. 시민들도 똑똑하니 가르치려 들지 말라는 식의 댓글을 달며 전문가들을 쓰레기 취급하는 세태에서 문재인 찬양자들은 예외지만 뭔 배움이 있고 반성이 있을까?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스승이 그 안에 있고 어린 아이에게서라도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말라 했던 옛말들은 다 소용이 없는 건가... 하긴 이런 말을 하면 전문가들이 배우려 하지 않는다, 기레기들에게서 뭘 배우라는 거냐 그러겠지.

은수미 의원 트위터 계정에서 올린 기사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뭐 여태까지 해왔던 말과 별반 다를 것 없다. 그냥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내 머리가 굳어버린 건지도 모르지.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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