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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6.05 :: 막아야 할 흐름

지방선거를 앞두고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장 선거 벽보 중에서 녹색당 신지예 후보의 벽보만 골라서 훼손된 것이다. 선거 벽보가 훼손되는 일이 드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한 후보만 두고 집중적으로 벌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것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문구가 마음에 안 들었거나 시선이 마음에 안 들었거나...


엎어치나 메치나...


이 사건을 보면서 전에 레드벨벳의 아이린 가수가 <82년생 김지영>을 읽는다고 했다가 대난리가 난 때가 생각났다. 많은 남자팬들이 아이린 가수와 레드벨벳에 반기를 드는 한편 그와 별 상관없던 많은 사람들이 레드벨벳 이름과 <82년생 김지영>을 되새기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덕분에(?) 나도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있다. 원래 보려고 했던 거긴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거 벽보 훼손 행위가 반페미니즘 사이에 뚜렷한 뭔가를 낳았기 보다는 그 반대편이 또다시 뭉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버렸다. 약자가 강자에게 던지는 돌과 강자가 약자에게 던지는 돌의 차이랄까... 전자는 약자를 뭉치게 하지만 후자는 당연한 것이기에 별반 무언가를 낳지 못한다. 메르스 사태 때의 상황이나 강남역 사건이나 똑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정도면 멍청할 리도 없고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 남자 쪽도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될 거라는 것을 진작에 눈치챘을 법한데도 불구하고 딱히 누가 막으려 하는 움직임이 있다기 보다는 자기들끼리 왜곡된 지식을 주고 받을뿐이다. 하긴 저 대화에 있는 분도 변호사... 생각해보면 파시즘도 그랬고 매카시즘도 그랬다. 그 사람들이 정말 멍청했다기보다는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흐름의 잘잘못을 따지지 못하고 따를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오게 된다. 물론 그 전에 흐름을 따르지 않았다면 거기까지 가지도 않았겠지만 그렇다 해도 그 흐름을 막을 수 있는 힘이 갑자기 솟아나는 것은 아니기에 거기에 짓밟힐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이 이런 시점에 있음을 생각하면서 그저 큰 흐름에 거스르지 않으려 하는 것 아닌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이 흐름을 방관할 수만은 없다. 지금도 상당히 벌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이 간극을 좁힐 기회를 한시라도 더 빨리 찾기 위해서 흐름을 막을 수 있도록 뭉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시위를 하러 나와라 같은 게 아니라 이 흐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만 해도 이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기반은 금방 만들어질 것이다. 아니 뭐 막지 못하고 그냥 저 사람들이 저대로 늙어가 생각이 고착되어 버린다면 그거야말로 인류가 진보하지 못한다는 슬픈 증거이지 않을까...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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