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만화 2018. 4. 3. 16:07


애니메이션을 보기 전까지 원작을 봤던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처럼 담당 성우(타카하시 리에 성우)에 열광했던 것도 아니었다. 전에 샀던 뉴타입에도 관련 기사가 실려 있긴 했지만 그냥 넘겨버렸고...



그냥 넷플릭스에 걸려 있었던 섬네일이 귀여워 보였다. -_-; 단지 이 이유 하나만으로 봤기 때문에 얼마 못 보고 시청기록 지워버리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이야기 상으론 뭐 대단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처음부터 타카기(여주인공)가 니시카타(남주인공)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시청자에게 바로 알려준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곧바로 전달하기 보다는 장난을 치게 되고 니시카타는 이걸 곧이 곧대로 장난으로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하면 역으로 타카기를 놀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타카기가 이걸 재밌어 하는 구도로 진행된다. 물론 장난을 치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타카기가 종종 니시카타에게 자기 마음을 살짝 드러내 보이기도 하고 니시카타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두근거리기도 한다. 중학생 시절에 경험할 법한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시청자를 사로잡는 타입이랄까?


이 쪽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 오지만


그림도 귀엽고 이야기도 그런대로 잘 꾸며놓은 것 같긴 한데 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전형성을 띄는 것 같은 우려가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니시카타가 타카기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구도이기 때문에 니시카타가 뭔 계산을 하고 있어도 결국엔 타카기가 자연스럽게 뒤집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니시카타가 쓰잘데기 없이 히죽거리고 있으면 더더욱... 


물론 이 만화의 주제가 두뇌게임 같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방식이 계속된다면 작품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질릴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봤으므로 단행본도 1권을 사놓긴 했는데 이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별 것 아닌 이유로 접근한 작품치고는 만족스러웠다. 중상박 정도.


*전자책이 없는 줄 알고 단행본 샀던 게 3월 22일이었는데 그날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을 올렸었네...(먼산)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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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2018. 4. 1. 19:37


2012 대선 새누리 경선 당시 박근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 <빌리 엘리어트>를 꼽은 일이 있었고 당시 어떻게든 박근혜를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있었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이걸 깠었다. 영화의 배경이 무너져 가는 영국 탄광촌이었는데 영국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짐작할 수 있듯이 대처가 이런 상황을 만드는 데에 진두지휘를 했었다. 이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 대처를 존경한다면서 이 사람이 저지른 일이 배경으로 들어간 영화를 마냥 좋게 보고 있는 박근혜의 모습에 여러 차례 가속을 붙이며 날아가던 어이가 한 번 더 가속을 붙였던 것이다.

이런 흐름에 나도 끼어있었고 영화를 본 적도 없지만 일단 까고 봤다.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었어... 접시물에 코 박고 죽고 싶다... 그리고 그로부터 육 년, 트윗을 올린 날짜로부터는 오 년. 오늘 드디어(?) 넷플릭스에서 <빌리 엘리어트>를 봤다. 탄광촌에서 노조를 지휘하는 형과 아버지, 무용수가 꿈이었다는 이야기를 중얼거리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있고 어머니는 돌아가신 가정에서 자라고 있던 주인공이 우연히 발레를 접하게 되고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마초적인 형과 아버지 몰래 이를 배워가다가 주인공의 자질을 눈여겨 보며 왕립 발레학교 입학시험을 볼 것을 권하는 선생님, 이를 알아차리고 반대를 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뭐 보통 이런 영화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실 영화 전체가 주인공이 춤을 배우고 갈등 중에서도 춤을 추고 자신이 처한 환경을 고민하는 성장 스토리 방식이다. 그러니 박근혜도 "어린아이가 고난을 이기면서 훌륭한 발레리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고 설명하고 "그렇게 어려움이 있고 부모님이 반대를 하고 주변 사정도 어려운데, 역시 자기가 좋아하고 소질을 타고나니까 '끝내는 그 길을 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하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어머니는 돌아가셔서 계시지 않고 주인공이 어머니를 그리워 하는 장면도 꽤 나오지만 박근혜는 "부모님"이라고 하는 영화를 본 건가 의심스럽게 하는 단어를 꺼낸다... 육영수가 그리워서 머리도 매일 그렇게 만졌다면서 왜? 나도 영화를 보면서 이런 방식의 영화를 박근혜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봤다면 대처 정부와 광산 노조 간의 갈등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영화 내내 반복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있다.



광산 노조가 버스를 향해서 손가락질을 하고 달걀을 던지는 장면이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지만 나중에 보면 주인공의 아버지도 이 버스에 타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광산 노조가 자본에 대항해 파업을 하는 한편 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노동자들도 있었다.(물론 이런 현상은 노동자와 자본의 대립에서 항상 일어난다.) 그 노동자들이 노조의 출근 저지를 뚫을 수 있도록 버스에 타고 출근을 했던 것이다. 이걸 또 버스가 통과할 수 있도록 경찰이 사이에서 버티고 있는 거고... 주인공의 형뿐만이 아니라 아버지도 노조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지만 당장 집안의 형편 때문에 주인공의 꿈이 꺾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아버지가 저 버스에 탄 것이고 이걸 알게 된 형이 아버지를 극구 말리면서 간신히 되돌려 세우게 된다. 박근혜가 이 영화를 봤다면 이 장면 또한 봤을 텐데 보면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 걸까? 

하긴 생각해보면 박정희 때 워낙 서슬이 퍼랬기 때문에 세우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노동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반정부 운동이었다. 이런 노조가 학생운동과 맞물리면서 결국 민주화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이런 민주화 후에 박정희의 위신은 많이 깎여내려갔다. 아버지가 있을 때에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완전히 적이 되었다. 그러면 노조에 대해서 어떤 동정을 품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럼 뭐 영화 내에서 노조와 관련된 내용은 그냥 패싱해 버렸을 가능성이 높다. 심한 경우엔 집안 형편이 엉망인데도 일은 안하고 이상한 곳에나 들락거리는 아버지와 형 밑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는 불우한 아동으로 봤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럼 뭐 위에서 인용한대로 그냥 성장 스토리가 되는 거지... 

결국 사람은 같은 걸 봐도 각자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보게 되고 듣고 싶은 걸 듣게 된다. 성장 과정에 따라 속해 있는 집단에 따라 쌓아온 지식에 따라 다르게 접하게 된다. 이 영화와 박근혜의 감상은 그런 것을 반영했을 뿐인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박근혜가 무식하다는 증거 중 하나에 불과하거나.

물론 영화 자체는 좋다. 그러니 박근혜도 본 척을 했겠지.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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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만화 2018. 2. 20. 16:29

익스트림 무비에서 이걸 보고 뭔 일인가 해서 찾아봤더니 미국 넷플릭스에서 <강철의 연금술사> 실사판을 서비스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어 서비스로 자막뿐만 아니라 더빙까지... 하지만 애시당초 이 실사판은 개봉 전부터 가루가 되도록 까였으며 개봉 후에도 그닥 호전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도 않고 미국 넷플릭스 보려고 서버 우회하는 것도 번거롭고... 

일본이야 개봉 사정도 있고 해서 아직 넷플릭스에 풀기 힘들겠지만 한국은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한다 한들 볼 생각도 없고...) 왜 미국 쪽에만 한국어 더빙판이 풀렸나 모르겠다. 미국에 사는 한국 출신 교민들만을 위해서 더빙까지 했다는 건가? 넷플릭스의 배려심이 이렇게도 큰 줄은 ㅋㅋ; 저렇게 투자를 해서 수익이 돌아오긴 했나 모르겠다. 성우 기용에 쓰인 비용만 날려먹은 것 아닌지...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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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2018. 2. 15. 06:25

정보출처: 트위터 넷플릭스 업데이트봇(@netflixkr_up)


여태까지 한국 넷플릭스에서 아미르 칸 배우가 나온 영화가 하나도 서비스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세 개나 올라왔다. 위에 보이는 것처럼 <지상의 별처럼> <라간> <뭄바이 다이어리: 도비 가트>. <지상의 별처럼>은 개봉한 시기가 다른 영화에 비해 최근이고 다운로드판으로도 나왔으니 지금도 아마 다른 곳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라간>은 정식자료가 아예 없고 DVD가 나왔었지만 더 이상 팔리지 않는다. 기껏해야 저화질 영상이나 찾을 수 있는데 자막 찾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다. <뭄바이 다이어리> 쪽은 뭐 아예 한국에 온 적도 없고... 어쨌든 나오면 좋은 것 아닌가 싶겠지만 내가 이걸, 특히 <라간> 보겠다고 서버 우회를 하고 위에 쓴 행위를 하느라 빡쳤던 게 매우 최근 일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고 나니깐 이렇게 올라와 버리는 허무함이란... -_-; 그런데 웃기는 건 아미르 칸 배우 영화가 올라오려면 <3 idiots>하고 <pk>, 무엇보다 배우 이미지로 올라가 있는 <당갈>이 올라와야 되는 것 아닌가? 이걸 빼고 저 작품들만 올라온다니 뭔가 싶고...

<지상의 별처럼>은 학교 교육에 잘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돌출 행동만을 하던 주인공이 억압적인 학교의 질서에 어쩔 수 없이 따르지만 역효과만 불러 일으키고 있던 도중 거기로 전근온 선생님(아미르 칸 배우)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교정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해 주인공의 숨겨져 있던 재능을 찾아내주는 작품이다. <3 idiots>나 <pk> 같은 작품에 비하면 춤추거나 웃기거나 하는 장면이 적어서 그런지 이 작품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두 작품 사이에 한국에서 개봉한 아미르 칸 배우 출연 영화 정도로만 되어 있는데 어린이 교육을 생각하는 면에서 상당히 좋은 작품이다. 하긴 그런 작품 자체가 인기가 없나;

<라간>은 아는 사람은 아는 영화로 인도 영화가 세계적으로 지명도를 가질 수 있게 만든 작품 중 하나이다. 영국의 압제에 시달리고 있던 인도의 농민들이 가혹한 세금수탈에 항의하자 이에 영국 장교가 크리켓에서 자기들을 이기면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는 말을 하고 물러설 곳이 없었던 농민들이 이 말을 덥썩 받아 버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으로 여기에서도 아미르 칸 배우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다. 게다가 이 뭉친 사람들이 그냥 마을 사람들로 규정할 수 없는 시크교도, 미치광이 취급받던 점술가, 그리고 불가촉 천민까지도 팀에서 필요한 존재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아직도 인도의 지방에서는 여전히 카스트 제도가 굳건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사회를 가지고 있는 인도에서 아미르 칸 배우는 항상 쉽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로 인해 혐오세력의 위협도 많이 받게 되었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아군도 많다.

<뭄바이 다이어리>는 그냥 흔한 사랑 이야기... 아미르 칸 배우의 경우 주역이긴 하지만 중심에 선 배역은 아니다. 뭐 다른 사람이 보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딱히...

<당갈>은 왜 아직도 안 올라오는 거지? 미국 넷플릭스에서 <당갈>도 한국어 서비스가 되는 걸 보면 못할 것도 없는 것 같고 배급사가 하려고 하면 진작에 준비했지 왜 지금까지 묵묵부답이겠어. 그냥 한국 넷플릭스에서 공개만 하면 될 텐데... 아미르 칸 배우가 나온 작품이 좀더 활발하게 소개되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이 이러하니 좀 답답하다. 사실 <3 idiots> 빼면 한국에서 흥행을 거둔 게 없기도 하고...(아니 뭐 <3 idiots>도 사십만 본 걸 흥행했다고 볼 수 있는 건지... -_-;) 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지 어쩔지도 모르니 그냥 나 혼자 보고 좋아하면 끝으로 생각하는 게 속이 편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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