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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4.22 :: 천만 관객이 봤다 칭송하던 흉물
문화/영화 2024. 4. 22. 19:54

<괴물>을 본 건 사람들이 열광을 하던 시기에서 꽤 벗어났을 때였다. 군 생활이 한창인 와중에 개봉되었으며 그 개봉기간 동안에 휴가를 나오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관에서 직접 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소식은 계속해서 들렸고 봉준호 감독 영화에 많은 사람들이 봤다기에 후에 중고 DVD를 구매해 보았다. 결과는 글쎄다 싶었다. 이게 재밌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결국 끝까지 이렇다 할 만한 감상은 받지 못했다. 그 때의 영향이었는지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 중에 재밌게 보았던 영화는 <살인의 추억>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기생충>까지 다 보고도 이런 결말이 나왔다)

그런데 최근에 한강 공원에 있는 <괴물> 동상이 철거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애초 한강 공원 같은 곳에 잘 가지도 않으니 동상이 있는지도 몰랐고 위와 같은 감상 때문에 동상이 세워졌다는 이야기가 들렸어도 그러려니 하고 기억에서 지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철거 소식을 담은 기사의 논조가 영 맘에 들지 않았다. 그냥 철거된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모르겠는데 흉물이라느니 무려 2억(!)이나 들였다느니 하는 이야기로 장식된 기사를 보고 그 동상이 대충 어떻게 세워져 있는지 나타낸 사진을 보니 괜시리 반발감이 들었다. 이게 무슨 경관을 해치는 흉물인가 싶어서.

언제 철거한다고 확실히 정하지는 않고 상반기 중에 철거한다고 했으니 당장은 아니겠지만 보러 가고 싶어졌다. 장소는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마포대교 원효대교 사이 어딘가에 있다 정도 밖에 정보를 듣지 못해서 대충 여의도 한강공원 1주차장으로 되어 있는 곳에 차를 대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주차장이 원효대교 쪽이니 마포대교를 향해 걸어가면 어디에선가 보이려니 하고... -_-a 표지판 같은 거라도 있었으면 좋을 텐데 표지판에는 돈이 될 만한 곳만 표시하는 건지 자세한 장소는 표시되지 않았기에 더더욱 무턱대고 갈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짧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멀지는 않은 곳에 세워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드디어 발견된 괴물 동상

 

월요일 낮이라 이걸 구경하려고 여기에 온 사람은 나 혼자일까 싶었으나 주변에 커플이 세 쌍 있었고 나 혼자 솔로였다. 한 쌍은 외국인 커플이었는데 외국인들이 이게 철거될 거란 걸 알려나 싶기도 하고 그냥 특이한 동상이 있으니 찍고 가자 그런 거 아니었을까 싶기도... 가까이에서 보니 이게 그렇게 흉물스러운가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 이런 동상이 있는 게 그렇게 미관을 해치는 것인지도 납득이 되지 않았고.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 칭송의 대상이고 직접 보면 흉물인 아이러니.

 

왼쪽에 있는 사람들이 외국인 커플인데 찍을 때 같이 찍혀서 지워야 되나 했는데 얼굴이 나오지 않아서 그냥...

 

다만 흉물이라면 보존 상태가 흉물이랄까... 여기저기 벗겨져 있는 곳이 많이 보여서 기껏 세워놓고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하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외부 전시인 만큼 더 신경을 써줬어야 했을 텐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았달까...

 

 

설명판은 더 그랬던 게 사진이 다 바래고 눌어있었다. 이런 걸 하려면 비 같은 것에 젖지 않도록 조치를 했어야 되는 것 아닌지... 영화를 기념해서 만들었다면서 정작 그 영화에 대해 만든 것이 엉망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님 이제 곧 철거할 거라고 대충 관리하는 건지. 동상 자체도 영화가 나온 지 한참 지난 시기에 만들어져서 이게 시비의 대상이 되었다던데 전시행정의 모범사례인 건가.

 

얼마나 대단한 걸 놓으려고 이걸 굳이 철거하겠다고 광고를 해댄 건지 잘 모르겠지만 <괴물> 동상 이상의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까 싶어진다. 찾아보니 한강공원에서 배달시킬 때 <괴물> 동상 앞이라고 하면 다들 알아들었다는 말도 있던데 공원에서 랜드마크가 되는 것의 기준이란 게 뭘까 싶기도 하고.

변희봉 배우는 작고하셨고 다른 주연배우들도 중견배우가 되었다. 많은 드라마 영화 관련 상품이 그렇듯이 사람들이 엄청나게 기억해 주지 않는 한 <괴물>도 쇠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지금일까. 아니면 영화의 상징성 자체가 숫자 위에 놓여진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사례인 걸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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