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영화 <신과 함께>를 보고 나서 별 내용도 없는데 CG와 신파만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 포장한 것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었다. 오늘 <염력>을 보고 나서는 그마저도 없구나 싶었다. 용산참사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철거에 항거하는 상가를 염력으로 지켜낸다는 아주 단순한 구도. 전체적인 이야기가 너무 싱겁게 흘러가 버리고 대립구도도 단순하게 흘러가 버린다. 생각해 보면 <부산행>과 비슷하다. 주변에는 무수한 적군이 존재하고 그것으로부터 사람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똑같이) 관계가 소원했던 딸을 지켜내기 위한 아버지의 분투가 그려지고 그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아버지가 끌어안는다는 결말.(<부산행>처럼 죽는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런데 그 무대가 서울부터 부산까지 내려가는 KTX가 아닌 상가로 무대가 좁혀지고 적은 등장인물들이 좀처럼 대적할 수 없는 좀비에서 주인공이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깡패가 되었다. 그럼 당연히 관객에게 오는 이미지도 좁아지게 된다. 그러니 <부산행>을 보면서 기대했던 게 무너졌다는 감상평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감상이 더해지면서 지금 당장 박스 오피스 1위를 하고 있지만 사흘 동안 오십만 관객도 안 나오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얼마 못 가서 내려앉을 것이 명백해졌다.
연상호 감독의 과한 욕심인 걸까?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보았을 때와 영화를 보았을 때에 상당한 차이를 느끼게 되는데 애니메이션은 소수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대립을 하는 구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이었던 것에 비해 영화는 연이어서 엄청나게 많은 적들에 소수가 대항을 해야 하는 구도가 짜여진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흥행을 타기 쉽다. 연상호 감독이 그런 흥행을 의식하고 계속 이런 자세를 취하다가 고꾸라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영화에서 전자 같은 구도로 영화를 만들 수 없는 거라면 차라리 애니메이션으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대로라면 다음 작품은 무엇이 나오든 간에 사람들이 기대를 한참 내리깔고 볼 수밖에 없는데 굳이 같은 것을 내겠다면 정말 폭망밖에 더 기다리고 있겠나 -_-a
이 영화를 접하면서 심은경 배우가 나온다는 말에 영화가 망한다는 또다른 징조가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일이 이렇게 되면서 심은경 배우에게 이상한 영화를 고르는 특기(?)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되었다. 한두 번이어야 이런 생각을 안 하지 지금까지 심은경 배우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들 중에 <써니>하고 <수상한 그녀> 외에 사람들이 기억하는 흥행 성공작이 있기는 한가. -_-;(<수상한 그녀>도 사실 단순빵 영화였는데 심은경 배우의 연기가 폭발하면서 흥행했던 거고...)
감독도 주연 배우도 좋아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싱겁기 짝이 없는 영화를 재미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되지 않고 도리어 이런 점 때문에 더 짜증이 나는 것 같다. 하긴 이게 일치한 기억도 그렇게 많은 것 같지도 않으니 괜한 말인가.
*외국영화에서 비슷한 일이 나오는 경우엔 사람들이 협력해서 이겨내려고 하는 것에 비해 한국영화는 <베테랑>처럼 외곬수 형사가 뒤집어 엎든가 <염력>처럼 초인이 나오든가 해서 혼자나 소수가 모든 일을 해결하려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협력해서 이겨내려 하는 극 영화는 못 본 것 같다. (내 기억력이 폐급이어서 그런가...) 다르게 말하면 과정을 제시하기 보다는 시원한 결말에 치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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