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2018. 3. 6. 20:35


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때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고 그랬기에 광고지를 보관해 두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어 버렸고... 영화만을 보았을 때엔 찬사를 마구 늘어놓아도 부족하다 싶은 작품을 감독이나 배우의 작품 밖, 혹은 작품 속에 보이지 않게 스며들어간 행태로 인해 내리깔아 버리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나도 고민을 해보지 않았던 게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영화 자체로만 판단하는 것을 그런 요소들이 방해를 한다면 그 작품의 생명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저 감독은 영화계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 했고 영화계가 받아주지도 않을 테지만 그런 행동을 저지른 사람이 차기작을 내놓아 봤자 좀비를 양산할 뿐이다.

이번에 발각된 오달수·조재현·조민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각각 자신의 작품에서 존재감을 뽐내왔던 사람들이니 만큼 그 작품에서 이 사람들을 빼놓고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들이 주연으로 나왔든 조연으로 나왔든 관여한 작품들은 내 소장 목록에서 빠지게 될 것이다. 하기사 조재현의 경우엔 이미 김기덕 리스트(?)로 다 빠져나간 것으로 기억하지만...

이번 경우는 원래 가지고 있었던 신뢰와는 다른 형태이다. 위의 사람들이 엄청 깨끗하게 살아왔기를 기대한 것도 아니고 그저 영화 외의 일에서 이렇다 할 만한 일은 없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을뿐이다. 하지만 이 생각을 심하게 무너뜨리는 일이 발생할 경우 원래 분야에서 가져왔었던 신뢰 또한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을 연이어 목격하게 되면서 제발 이번 기회에는 제대로 털어서 앞으로 #MeToo 같은 거대한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 결국 괴물은 계속 복제되는 걸까...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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