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2018. 4. 20. 23:24

사람의 마음 속 상처는 쉽게 치유될 수 없다. 그 위에 하나하나 쌓여가면 이 또한 어긋난 채로 있을 수밖에 없고 억지로 이어나가다가 무너지게 되면 쌓고 있던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 처음부터 잘했어야 했는데...'


이 영화의 처음 부분이자 마지막, 그리고 전체를 내포하고 있는 김영호(설경구 배우)의 외침은 상처를 떠안은 채 나아갈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기에 많은 부작용을 끌어안아야 했던 8,90년대 한국의 비극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되돌리고 싶지만 역주행을 할 수 없는 기차처럼, 돌을 물가에 던졌을 때 퍼져나간 동심원을 다시 중심으로 모이게 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을 돌리고 싶다는 김영호의 외침이나 사람들의 마음이나 공허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저 물질로 말초적 본능을 자극함으로써 이 감정을 속여야 했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것이고 김영호처럼 실패한 경우 나락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 때에 비해서 좋다고 할 수 있는 건지 애매모호하지만 90년대 말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한국의 모습을 본 많은 아버지 세대들의 심정은 이러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야기의 전개는 역순으로 돌리는 것을 선택하면서 먼저 나온(시간상으로는 뒤인) 김영호의 행동이 원래는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된 것인지를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 게 흥미로웠다. 역순으로 돌렸기 때문에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들은 척 보기엔 정말 별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같이 시간을 거슬러온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장면이 되었다. 아마 시간 순서대로 했으면 이런 감정이 덜 했겠지... 이를 위해 거꾸로 가는 기차의 모습을 중간중간 보여주는 것도 매우 인상깊은 장면이다.  


주연을 맡은 설경구 배우뿐 아니라 문소리 배우와 김여진 배우 등 만들어졌을 당시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김여진 배우는 그 전에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신인상을 받았다는데 보지를 않아서...)지금으로선 당연하다시피 언급되고 있는 배우들이 선보이는 연기도 상당하다. 이 배우들이 있었기에 이 영화가 있었고 이 영화가 있었기에 이 배우들이 있었다고 할 수 있으려나...


평점은 10점 만점에 10점이다. 말이 더 필요있나...



이렇게 난데없이 영화 <박하사탕> 감상문을 쓴 것은 이 영화가 4k화질로 리마스터되어 나오게 되었고 오늘 그 시사회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정식 개봉이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소재가 소재인만큼 5월에 개봉되지 않을까?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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