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2018. 4. 25. 23:53


박종필 감독의 이름은 작고 소식을 들었을 때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본 적이 있긴 하다. 작고 전에 박종필 감독의 작품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그래도 감독의 이름 같은 걸 잘 못 외우는데 시네마달 살리기에 동참한답시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영화를 보게 된 덕분에 모르다시피 넘어갔었다. 그 작품은 <끝없는 싸움-에바다>와 <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버스를 타자!>였다. 한쪽은 농아학교에서 벌어진 부조리와 잔인한 갈등을 다룬 영화고 한쪽은 휠체어 없이는 이동할 수 없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을 다룬 영화다. 두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와 동시대를 겪어왔던 일인가 하는 생각이... 두 영화에 그려진 일들 모두 그저 생소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한쪽은 아예 서울 내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투쟁의 장소도 서울 한복판이었다. 폼으로만 시사에 관심있는 척했던 나로선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일이 있었던 건가하는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이번에 본 <노들바람>이나 <농가일기>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장애인들의 운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농가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FTA 같은 것에 극렬히 반대해 왔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곳들을 비춰온 박종필 감독의 영화를 본 사람은 거의 없다. 몇몇 영화는 아예 관객수조차 잡히지 않을 정도로 정식적인 개봉이 많이 어려웠던 것 같다. 결국 이런 곳을 헌신적으로 비춰왔던 박종필 감독은 이 세상을 떴다. 세월호를 통해서 이 감독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정도의 지명도이다. 이 영화들도 결국엔 묻혀질 것이다. 그럼 이 뒤를 잇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그다지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 머물러만 있게 된다면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608497712865919&id=100011170871380


결국 이렇게 되거나



"저희가 자료를 많이 가지고 갔어요. 왜냐하면 특수학교가 생겨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갔었거든요. 그런데 이 분들(반대파)에게 저희가 자료를 제시하면 내 앞에서 장애인이 다니는 것 자체가 싫다. 왜 나를 짜증나게 하느냐. 나는 무조건 장애인이 싫다. 나가라고. 이렇게 나오시는 거예요. 그러니 저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죠.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가슴에 담아온 작은 목소리> '특수학교 설립, 엄마들의 그 간절한 호소' http://www.podbbang.com/ch/11517?e=22587828 1:14~


이렇게 되는 것이다. 구경거리 내지 혐오거리 외엔 아무 것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아니지, 무릎이라도 꿇지 않으면 보이지조차 않는 존재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를 퍼부은 결과가 장애인들이 쟁취해냈지만 장애인이 타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는 저상버스이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667212.html

그런 의미에서 시외버스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지 모르겠다.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시내 저상버스를 생각해 봤을 때 과연 제대로 된 보장이 이루어질지...

(혹시 몰라서 말하는데 2014년 사진이다.)


사람들은 언제쯤 장애인들을 잘 안 보이는 구경거리 혹은 혐오대상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애시당초 나부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눈여겨 보지도 않는데 남에게 눈여겨 보라고 말하는 것은 그저 위선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박종필 감독의 눈에 보였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했던 것들을 더이상 박종필 감독을 통해 볼 수 없게 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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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만화 2018. 4. 25. 22:38


이제 사흘만 더 있으면 <요츠바랑!> 14권이 나온다. 그래서 사흘만 있으면 전자책으로 구매할 수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마존 재팬에서 킨들판 예약을 받지 않는다. 아무리 늦게 받는다 해도 지금까지 킨들 쪽을 열어놓지 않을 수 있나 싶어 살펴봤더니 신박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요츠바랑!>은 전자책을 지금까지도 안 내고 있었다.


이건 대체 뭔...


출판사 문제가 아니다. <요츠바랑!>을 내고 있는 덴게키 코믹스에서는 다른 만화책을 잘만 킨들판으로 동시에 내고 있다. 유독 이 작품에 대해서만 전자책이 없다. 그럼 뭐 작가의 고집인 건가? 잘 모르겠다. 이런 걸 고집으로 내세워서 무슨 이득이 있는 건지... 전에 점프 만화책의 전자책판을 언급하면서 어떻게 이딴 식으로 만들 수 있냐고 씹었는데 이건 아예 내지를 않았으니 뭘 어떻게 생각할 수도 없고...


지옥에선 이유를 들을 수 있는 거냐...(그럴 리가)



이런 일을 겪고 나니 괜히 또 일본만화계의 종이책 집착에 대한 짜증이 이는 게... 기기가 발달하면서 화면을 통해 자료를 접하는 방식은 더더욱 편리해지고 있고 사람들도 상당수가 이 방식을 따라가고 있다. 이 흐름에 반해봤자 업계 쪽에서 얻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조금만 생각해 봐도 종이책을 만드는 비용보다 전자책을 만드는 비용이 훨씬 저렴할 텐데 왜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지... 전자책이 매우 싸면 모를까 몇십 엔 차이밖에 나지 않으면서 뭔... 아니면 내가 무식해서 일본 업계쪽의 큰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무단 전제의 위험이야 종이책 때부터 존재해왔던 것이다. 이제 와서 전자책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애시당초 책이 안 팔리는 걸 전자책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긴 한 건가...


뭐 결국 주저리주저리 늘어놔봤자 갑자기 <요츠바랑!> 전자책판이 나올 리 만무하고 결론은 알라딘에서 직수입 구매나 신청해야겠다 그런 것이다. 예약신청해도 다음달에나 도착한다고 나와있던데... -_-;


*한일 동시발매였구나. 누가 알려주지도 않아서 그냥 일본어판 살 뻔했네.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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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부터 공개된 뉴스타파의 장충기 문자 언론분야 영상에 약간 의외스러운 곳이 나왔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청탁까지는 아니었지만 장충기 쪽에서 준비한 선물을 감사히(?) 받고 인사를 나누는 등의 문자가 오갔고 특히 황충연 전 한겨레 이사 같은 경우 삼성 백혈병 문제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 같다.


맞춤법이 틀렸고 사회정책부 기자들 중엔 남자만 있었나요?(그 문제냐)


메이저 언론 중에서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어조를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언론인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이끄는 사람들이 사실은 삼성과 이렇게 친하게 지냈다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좀더 생각해보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이나 일간지를 만들려면 드는 돈이 만만치 않고 다른 언론 선진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자본의 광고료에 상당한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삼성의 광고료가 엄청나게 크다. 그래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삼성을 깔 때에 상당한 각오를 해야 했고 엄청난 찬 바람을 견뎌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러다 보니 광고 문제로 오면 사상이 어떻고의 문제를 벗어나 돈이 되고 안 되고를 따지게 된다. 



https://www.huffingtonpost.kr/2014/12/12/story_n_6313068.html


이런 역겨운 개소리도 돈을 받았으니 광고라고 실어왔던 게 <한겨레>와 <경향신문>이었다.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니 언론의 논조도 자유로울 수 있을 리가 없다. 미국 같은 곳에서도 자본의 언론 잠식에 대해 상당한 우려가 피어오른 지 꽤 되었지만 삼성은 그 이전부터 한국의 언론을 장악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방송국을 빼앗겼다가 한나라당의 눈부신 활약(?)으로 간신히 되찾아내긴 했지만 그 공백기간 중에도 많은 언론이 삼성의 돈이 없었으면 살아날 수가 없었기에 이를 거스르는 건 꿈도 꾸지 못했고 찬양하기에 바빴다. 이러는 와중에 자신이 이끄는 신문사의 기자들이 삼성을 어떻게 하면 깔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그러니 "백혈병 기사 쓰던 넘들"이란 문구도 절로 나오겠지.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20


슬퍼질 게 뭐가 있어. 어른이 돈을 주시면 "감사합니다"하고 받는 거야.(?)


안 그래도 리버럴 쪽에 속하는 언론들의 판매부수가 적은 마당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 이용자수가 점점 더 늘어나면서 판매부수는 더욱 급감하게 되고 종이신문들은 더욱 위기를 느끼고 있다.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심해질 수록 자본의 언론 잠식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게 독자를 모으지 못하는 리버럴 언론의 잘못인 건지 신문을 읽지 않았던 사람들의 잘못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 쪽의 잘못이건 간에 이 현상이 계속 이어질 건 똑같으니 따져봤자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시민들의 힘을 합하면 됩니다! 네 다음 뉴스타파 사만 명과 유튜브로 연명하는 국민TV.


오늘 한겨레 누리집에 수시로 들어가봤으나 하루 종일 장충기 문자에 대한 기사는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역시 조직 내부의 자정 노력 같은 건 믿을 수 없는 건가.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러한 언론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지만 바로 앞에서 말했듯이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사람들의 힘은 잘 모이지 않고 자본의 힘은 막강하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자본이 그렇게 바꾸는 것을 위와 같이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 <한겨레>나 <경향신문> 같은 곳을 욕한다고 해결이 될까? 새로운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나오거나 그나마도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아니면 음모론이 판치는 팟캐스트가 그 자리를 잡았다고 해야 되는 건가 이번에 나온 장충기 문자 보도는 이런 의미에서 새삼스럽지 않은 동시에 절벽을 향해 멈추지 않는 수레를 보는 것 같은 답답함이 든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위의 두 사람은 이름이 달려있는데 마지막 한 사람만 없으면 불공평(?)해 보여서...)

(언론 관계 쪽에선 이렇게까지 나온 사람이 없지만) 이렇게 떳떳하신데 내가 또 괜히 호들갑을 떨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부끄럽다. 정나미 떨어진 지 꽤 되었어도 <한겨레>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는 생각에 변호를 하려고 했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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