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만화 2022. 10. 3. 21:57

 

 

수성궤도기지 <페비 콜롬보 23>은 태양의 중력으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는 수성 회전궤도를 미묘한 균형 하에 돌고 있다. 수성은 태양에서 겨우 5791만 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아 열을 직접 받게 된다면 혈액까지 끓어오를 것이고, 반대로 수성의 그림자 부분에 들어가면 마이너스 100도보다 낮은 극한이 기다리고 있어 도저히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게다가 태양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전자파는 계속해서 시스템의 오작동을 불러일으킨다. 사소한 에러로도 죽음을 부를 수 있는 이 수성에서 태양풍은 그야말로 죽음을 부르는 바람이다.

 

지지직하는 소리가 나면서 격납고의 조명이 검붉은색으로 바뀌었다. 태양 플레어 발생 경보에 기지 전체가 긴급사태 모드로 들어간 것이다. 깜깜해진 기지 안으로 슬레타가 들어왔다. 아직 여섯 살인 슬레타에겐 검붉은 조명이 무서운 거겠지. 이럴 때마다 슬레타는 내 안으로 들어온다.

 

"에어리얼, 들어가도 되지?"

 

에어리얼, 내 이름. 외부엔 비밀로 하고 있지만 건담 타입 모빌슈트이다.

 

슬레타가 나한테 온다는 것은 어머니가 일 때문에 바쁘다는 이야기다. 이 수성에는 슬레타 외엔 아이가 없다. 때문에 내가 슬레타에겐 유일한 친구이다.

 

"에어리얼, 게임 실행해줘."

 

슬레타가 내 콘솔을 조작하면서 게임 화면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어떤 게임을 하려는 걸까?

 

"총 쏘는 거! 오늘이야말로 엄마를 이길 거야."

 

슬레타의 어머니는 나를 개발한 사람이자 건담 테스트 파일럿이기도 하다. 그 때문인지 어머니도 슬레타도 이런 게임을 잘한다. 슬레타가 이런 게임을 가지고 놀기 시작한 것은 네 살 즈음이었을까. 그로부터 이 년이 지나 슬레타의 실력은 어머니를 제외하면 수성에서 최강 수준이다. 점수가 마구마구 올라간다. 또다시 실력이 늘었다.

 

"에어리얼, 이거 봐!"

 

최고득점이다. 슬레타가 기뻐하며 시트를 흔든다.

 

슬레타, 나의 조그마한 파일럿.

 

***

 

어느 날, 아홉 살이 된 슬레타가 울면서 나한테 찾아왔다. 수성 노인이 괴롭혔다고 한다. 하지만 슬레타는 이런 일을 어머니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걱정할 테니까."

 

어머니는 딸과 단 둘이서 이 수성으로 도망쳐 왔다. 숨겨주기는 했지만 모두가 흔쾌히 받아들인 것은 아닌 것이다. 귀찮은 존재를 왜 받아들이냐며 추방하자 주장한 노인들도 적잖게 있다. 하지만 슬레타와 어머니에겐 이 곳 수성 밖에 없다. 이 곳에서 살 수 밖에 없다.

 

"있잖아, 에어리얼."

 

 왜 그래?

 

"지구는 어떤 곳이야?"

 

슬레타는 철이 들었을 때부터 수성 밖에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라이브러리를 통해만 봐온 지구권에서의 삶에 흥미진진하다. 학교나 마을, 친구와 아이들... 지구권에선 당연한 존재겠지만 여기에선 아니다. 있는 것은 태양풍에 벌벌 떨며 자원채굴을 하는 일상사 뿐. 그런 생활을 계속하니 수성 노인들도 고약해진 것이겠지.

 

라이브러리로 볼래? 슬레타에게 메뉴를 표시해주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골랐다. 애니메이션도 영화도 소설도 대부분 지구권을 무대로 한다. 그런 걸 보는 동안엔 슬레타가 수성 일을 생각지 않겠지.

 

삼십 분 정도 지났을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다 본 뒤 슬레타는 작게 중얼거렸다.

 

"도망치면 하나, 나아가면 둘."

 

이것은 슬레타가 어머니에게서 들은 말이다. 슬레타가 다섯 살이었을 무렵, 주사를 싫어하는 슬레타에게 어머니가 말했다.

 

"잘 들으렴, 슬레타. 주사에게서 도망치면 주사를 안 맞겠지?"

 

"."

 

"아프지 않아를 얻을 수 있어."

 

"."

 

"그럼, 주사를 맞으면 어떻게 될까?"

 

"병에 안 걸려."

"그렇지. 또 다른 건?"

 

"다른 거?"

 

"그래. 주사에게서 도망치지 않으면 그것 외에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게 있어. 예를 들어, 엄마가 기뻐할 거야."

 

"우우웅..."

 

"수성인들도 슬레타가 장하다고 인정해 줄 거야."

 

"그런 거야?"

 

"슬레타의 레벨이 올라 주사가 아프지 않아질 거야"

 

"그렇구나!"

 

"그래. 그러니깐 어른들은 주사를 무서워 하지 않는단다."

 

"그런 거였구나~"

 

"알았지? 도망치지 않으면, 도망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단다."

 

"그래서, 나아가면 둘인 거야?"

 

"그래, 둘보다도 많이"

 

이후, 그 말은 슬레타의 등을 떠밀어주는 주문이 되었다. 이 말은 틀림 없이 어머니에게 있어도 같은 의미를 가질 것이다. 어린 슬레타를 안고 여자 혼자서 이 수성에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어머니 자신의 주문.

 

"도망치면 하나, 나아가면 둘"

 

한 번 더, 슬레타가 작게 되뇌었다. 엉클어진 실을 풀 듯이 정성스럽게. 난 이 주문이 들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슬레타의 온몸이 용기로 물들어, 공포라는 저주를 깰 수 있을 때를.

 

괜찮아, 슬레타는 내 안에서 나아갈 수 있을 거야. 어머니의 말은 강하니깐.

 

 

 

***

 

 

 

"에어리얼, 긴급발진 준비. 수성 지표면 챠오몬프 채굴기지 부근에서 사고 발생!"

 

발진기지에 긴박한 방송이 울려퍼졌다. 자원채굴 중에 모빌 크래프트가 행방불명된 것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열한 살이 된 슬레타가 내 콕핏에 뛰쳐들어왔다.

 

"태양광 활발, 고에너지 프로톤 현상 관측. 하지만 지표강하엔 문제 없어. 서둘러 줘!"

 

수성은 인류가 생활하기엔 아직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그러니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들이 차출된다. 우리는 수성 최강 콤비니깐.

 

지금까지도 몇 번이고 노인들의 목숨을 구해왔다.

 

덕분에 어머니와 슬레타에게 감사하는 사람들도 늘면서, 전처럼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노인도 적어졌다.

 

"강하궤도 상에 오브젝트 없음. 발진을 허가한다."

 

"양호. 에어리얼, 발진 후에 바로 지표강하 기동으로 이행."

 

우리가 게이트에서 우주로 뛰어내리자마자 작열하는 태양빛이 기체를 덮쳤다. 슬레타는 곧바로 크레이터의 그림자로 돌진했다. 이걸로 태양광을 직접 맞지는 않게 될 것이다. 그대로 크레이터의 그림자를 따라 사고현장을 향해 서둘렀다.

 

"시그널을 로스트한 뒤로 얼마나 지났어요?"

 

"97분이야. 시그널 수신을 할 수 없으니 현재위치도 알 수 없어. 서둘러 주렴, 슬레타."

 

작전관제관 멜리사 벨더가 비는 듯이 말했다. 로스트된 사람이 멜리사의 남편인 에르고 벨더인 것이다. 에르고는 아직도 슬레타에게 심술맞게 구는 노인들 중에도 앞장을 서고 있다. 애초 숨겨주는 것부터 반대한 데다가, 며칠 전 어머니가 출세를 하게 되면서 에르고가 어머니의 부하가 되어버렸다.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슬레타에게 심술맞게 굴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철 좀 들라지.

 

하지만 슬레타는 곧장 답했다.

 

"괜찮아요, 멜리사 씨. 맡겨만 주세요."

 

슬레타는 착한 아이다.

 

 

 

우리는 태양을 피하면서 현지로 향했다. 산맥, 계곡, 저지대 등 수성의 어떤 지형을 이용하는 것이 최단거리인지, 어떤 루트가 기체 부담을 가장 덜 수 있을지, 슬레타는 속속들이 알고 있다.

 

신호가 잡혀 내 모니터에 데이터가 표시되었다.

 

"찾았어요. 지금 회수할게요."

 

"슬레타 부탁해."

 

멜리사의 애원을 들으며 지면의 균열된 부분에서 날아오른 우리를 태양열과 고에너지 입자가 덮쳤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나라도 위험하다. 슬레타는 침착하게 바라보면서 곧바로 모빌 크래프트를 발견했다. 굴착작업 중에 붕괴사고가 발생한 듯하다.

 

"기체 쪽은 틀린 것 같네."

 

모빌 크래프트는 붕괴한 퇴적물에 끼어있었다. 콕핏을 억지로 열어서 파일럿만 구해내는 수 밖에. 슬레타가 빔 사벨을 뽑았다.

 

"에어리얼, 출력은 내가 조정할게."

 

슬레타가 출력을 낮추었다. 잘못하면 파일럿도 절단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빔 사벨을 살짝 기체에 갖다대어 조심스럽게 콕핏 부분을 베어내었다. 마치 외과 수술과도 같은 빔 사벨 조작법이다. 수성기지 관제센터에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어설프게 지시하는 것보단 슬레타에게 맡기는 것이 정답이란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에르고 씨, 들려요? 구하러 왔어요!"

 

"슬레타! 늦었잖아! 빨리 좀 하라고!"

 

도움을 받는 입장인 에르고가 거만하게 구는데도 슬레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에르고를 모빌 크래프트에서 꺼냈다.

 

"에르고 씨, 공기는 남아있어요?"

 

"예비분이 사고로 망가졌어. 앞으로 7분 밖에 없잖아? 아이고 사람 죽네~"

 

"괜찮아요. 4분이면 되니깐."

 

"뻥치고 있네. 여기에서 기지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데!"

 

거짓말이 아니다. 슬레타가 4분이라 했으면 4분이다.

 

"눈 감고 있으세요."

 

난 태양빛을 가리기 위해 에르고를 품 안에 감싸고 크게 도약했다. 에르고의 우주복엔 이상이 없다. 이 정도면 4분 쯤은 버티겠지. 꼬매기라도 하듯 지면의 균열을 달려나갔다. 슬레타는 별일 없다는 듯 나아가지만 에르고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공포를 느낄 만한 속도다. 그래도 비명소리가 들린다는 건 공기가 아직 남아있다는 이야기므로 생존확인을 따로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슬레타가 빔 라이플로 낭떠러지를 쏘자 벽이 갈라지면서 또다른 균열이 나타났다. 지름길인 것이다. 챠오몬프 기지의 게이트가 보이자 우리들을 맞이하기 위해 게이트가 천천히 열려 거기에 뛰어들었다. 삼중 기밀벽을 통과해 거주 지역까지 딱 4. 슬레타가 말한대로다.

 

거주지역 게이트 안에는 기지 대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슬레타는 공기가 남아있음을 확인하고 에르고를 내려놓았다.

 

"웃기지마! 노인을 이렇게 함부로 다루다니, 내가 죽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한 거지!"

 

에르고는 헬멧을 벗자마자 고함을 질러댔다. 정정하기도 하시지. 하지만 멜리사가 달려와 에르고를 껴안았다.

 

"잘 돌아왔어요 에르고."

 

아내에게 안긴 에르고는 얌전해졌다.

 

"다녀왔수."

 

맞이하러 나온 사람들이 안심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오렴 슬레타."

 

모니터에 어머니가 비춰졌다.

 

"엄마! 돌아왔어?"

 

어머니는 출세한 뒤 더더욱 바빠졌다. 지구권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랜만에 돌아온 참에 마침 딸의 활약상을 볼 수 있었던 듯하다.

 

"잘했구나, 슬레타. 엄마는 네가 자랑스럽단다."

 

"엄마가 만들어준 에어리얼 덕분이야."

 

"에어리얼도 슬레타도 둘 다 대단했어."

 

어머니가 웃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기대에 부응했구나.

 

"엄마, 이번엔 얼마나 있을 거야?"

 

"네 생일까지는 있을 거야. 그러니 올해는 작년과 합쳐서 이 년분 파티를 열자꾸나."

 

"만세!"

 

슬레타가 뛰어오르듯 말했다. 하지만 슬레타가 어머니와 함께 생일을 축하한 것은 이 열한 살 생일이 마지막이었다.

 

 

 

***

 

 

 

슬레타가 열다섯 살이 되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바빠서 지구권과 수성을 왔다갔다 하느라 딸의 생일에도 함께 있지를 못했다.

 

"있잖아 에어리얼?"

 

외톨이 슬레타가 내 안에 틀어박히는 날이 더욱 늘어났다.

 

"학교는 어떤 곳이야?"

 

글쎄, 나도 가본 적이 없으니...

 

"이 만화처럼 생겼으려나?"

 

그건 픽션이지. 그리고 그거 너무 옛날 만화야.

 

"가보고 싶다, 학교..."

 

열다섯이 된 슬레타에게 흥미가 생길 만한 건 학교 뿐이다. 같은 나이대 아이들이 한가득 모여 즐겁고 자극적인 매일을 보내는 만화나 영화에 그려진 학교는 눈부신 곳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슬레타, 우리는 지구권에 돌아갈 수 없어. 넌 모르겠지만 저 쪽에선 어머니를 마녀라고 부르며 전세계가 증오하고 있어. 나도, 건담이란 게 들키면 곧바로 부숴질 거야. 그러니 네 꿈이 이뤄질 순 없어.

 

하지만 괜찮아. 내가 너와 영원히 함께 해줄게. 학교 같은 게 없어도, 친구 같은 게 없어도, 내가 함께 있어줄게.

 

"있잖아 에어리얼. 내가 학교에 가게 된다면..."

 

살며시 비밀을 터놓듯이 슬레타가 말했다.

 

"함께 가자."

 

 

 

***

 

 

 

오랜만에 어머니가 수성으로 돌아와 슬레타는 무척 기뻐했다. 어머니가 없는 동안 배운 것이나 열심히 한 것들을 이야기했다. 이제 열여섯이 되었는데도 어린 아이처럼 일찍 잠들어버린 그날 밤, 어머니가 홀로 격납고에 찾아왔다. 나 외엔 아무도 없었다. 어서오세요 어머니. 우리 둘만 있는 건 오랜만이네요. 슬레타가 기뻐했어요.

 

"다녀왔다 에어리얼. 기뻐하렴. 문을 열어냈어."

 

? 무슨 말씀인가요 어머니?

 

"아스티카시아 고등전문학교에서 모빌슈트 결투대회가 열릴 거야. 여기에서 이긴 사람이 데링의 외동딸과 결혼할 수 있다는구나."

 

데링이라는 사람은 베네리트 그룹의 총재다. 이 수성기지도 베네리트 그룹 소유이고. 그러니 수성인들이 우리를 받아들이는 걸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를 마녀사냥에 세워 낙인을 찍은 사람이야말로 데링 총재였으니깐.

 

"에어리얼, 너희는 학교에 가렴."

 

, ?

 

나와... 설마 슬레타!?

 

"내가 만든 최고걸작. 네가 슬레타의 검이 되는 거야."

 

안 돼.

 

안 됩니다 어머니.

 

전 괜찮아요. 하지만 슬레타는 안 돼요. 그렇게 착한 아이를 어떻게...

 

복수는 우리가 하는 거예요. 슬레타를 이용하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어머니에게 내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두고 보라고 모두들. 우리의 딸이 원한을 갚아줄 테다!"

 

 

 

***

 

 

 

다음날.

 

아무 것도 모르는 슬레타가 기뻐하며 보고해왔다.

 

"있잖아 에어리얼! , 학교에 가게 되었어!"

 

알고 있어. 어젯밤 어머니가 말하셨거든.

 

"엄마가 말이지, 입학 절차를 다 밟아놓으셨대. 수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공부를 하라고 말야. 나 열심히 할 거야. 누구도 죽지 않는 수성을 만들기 위해서 말야. 마을도 가게도 학교도 잔뜩 유치하고 말이지..."

 

아아, 넌 아무 것도 모르는 구나. 모든 걸 알려주고 싶어. 어머니가 널 복수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나는 어머니를 거역할 수 없어. 그 분은 날 만드신 어머니니깐.

 

"하지만 나 잘할 수 있으려나? 인간 친구를 만든 적 자체가 없는 데다가 공부도 자신이 없네..."

 

라며 슬레타가 불안해 했다.

 

"...무서워. 난 수성 밖에 모르는 걸. 엄마도 같이 가줄 수 없대."

 

그래 슬레타. 혼자서 지금 당장 학교에 간다니 무리야. 공부라면 수성에서 해도 되고 네가 없으면 수성인들도 모두 힘들어 할 걸? 어머니의 도구가 될 필요는 없어. 저주를 이어받지 않아도 돼.

 

"거절하는 게 좋으려나? 가면 실패할 수는 없잖아? 입학금도 공짜가 아닌 걸. 엄마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될 거고. 어떡하지..."

 

괜찮아, 슬레타. 거절해 버려. 도망치자.

 

"어떻게 할까? 생각이 정리되질 않네. 그래도 가는 편이 좋으려나..."

 

도망쳐 슬레타.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이런 내 목소리가 들릴 리 없는데 슬레타는 내 말에 답이라도 하는 듯이 말했다.

 

"도망치면 하나."

 

!

 

"나아가면 둘. 맞지, 에어리얼?"

 

놀랍다. 슬레타가 도망치치 않겠다고 말했다. 어릴 적엔 내 안에 도망쳐 오기만 했던 울보 슬레타가 지금은 앞을 향하고 있다. 어머니의 말을 자신의 힘으로 바꿔서.

 

... 그렇구나 슬레타. 너는 매우 성장했구나. 이젠 내 안에 숨어있던 작은 여자아이가 아니야. 여태껏 널 돌보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슬레타가 날 가르치고 있었던 거야.

 

"있잖아 에어리얼, 나아가면 틀림없이 두 개 뿐 아니라 엄청난 걸 얻을 수 있을 거야. 공부는 물론이고 친구라든가, 선배라든가, 데이트를 한다든가..."

 

그거 좋네 슬레타. 잃을 수 있는 걸 세는 것보다 얻고 싶은 걸 세는 편이 훨씬 나아.

 

학교에 갈 수 있게 된 게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서라고 해도, 용기를 얻은 것이 어머니의 말에 의한 것이라 해도.

 

슬레타, 넌 그 이상을 쥐어낼 수 있으면 되는 거야.

 

"가자 에어리얼. 함께라면 분명 괜찮을 거야!"

 

그건 내가 슬레타에서 전하고 싶은 말이었다.

 

물론이야, 함께 있어줄게.

 

우리는 가족이니깐 말야.

 

나는 동의하는 뜻을 담아 모니터를 두 번 깜빡였다.

 

 

 

https://g-witch.net/music/novel/

posted by alone glowfly
:
문화/게임 2022. 9. 18. 16:59

 

대담 참가자

요코야마 마사요시

용과 같이 스튜디오 대표/ 제작 총지휘

 

사카모토 히로유키

<용과 같이> 시리즈 수석 프로듀서

 

7 외전과 시리즈 최신작의 단면을 말하다!

--<용과 같이 7 외전 이름을 없앤 남자>는 외전이어서 분량이 적다고 발표되었는데 패키지판은 발매되는 건가요? 스토리 분량이 어느 정도 되는 건가요?

 

요코야마 발매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본에선 패키지판도 나올 예정입니다. 그렇게 스케일이 큰 게임도 아니고 아직 스토리 길이는 조정 중이긴 하지만 순수한 넘버링 타이틀의 반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로스트 저지먼트: 심판받지 않은 기억>의 다운로드 컨텐츠 카이토 마사하루의 사건부보다는 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 시간은 열 시간에서 스무 시간 정도 될 거라 상정하고 있습니다. <용과 같이>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충분한 분량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만(웃음) 카이토 마사하루의 사건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제대로 된 거리가 등장하고 서브 스토리나 새로운 미니게임도 만들고 있다는 거겠죠.

 

--오옷! 그거 기대되는대요.

 

요코야마 다만 전체 플레이 시간에 대해선 앞서 말씀드린 정도의 규모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스토리는 외전에서 <용과 같이 8>으로 배경이 이어지는 식으로 진행되는 건가요?

 

요코야마 엄밀히 말해서 스토리 중 배경이 이어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용과 같이 7 외전 이름을 없앤 남자>에서 주축이 되는 건 어째서 <용과 같이 6> 마지막에서 어떤 경위를 거쳐서 카스가 이치반과 만나게 되었는가, 그리고 카스가와 헤어진 후 키류우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발표회에선 다운로드 컨텐츠 정도인 걸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놀거리가 풍부하게 마련된 것 같네요.

 

요코야마 <용과 같이> 넘버링 타이틀에 비하면 분량이 적지만 나름대로 메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사이드 스토리가 그런대로 들어가 있으면서 미니게임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전까진 키류우의 인기가 높았지만 <용과 같이 7>에서 카스가도 단숨에 이에 맞설 정도로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두 사람이 <용과 같이 8>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더블 캐스트로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요코야마 카스가는 정말 인기가 높아졌어요. 인기 순위표를 전복시켜 버렸네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런 면에서 또다시 키류우를 내세우는 것에 대해 사실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이젠 카스가 이치반이 있으면 충분하잖아!"란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요. 물론 실제로 이런 의견이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키류우가 또다시 돌아왔다!"라며 크게 기뻐하시기보다는 "역시 재등장하는 건가"라며 침착하게 받아들이시는,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시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여러 의견이 나올 것을 각오하고 발표한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온화하게 받아들여 주셔서 기뻤습니다.

 

--<용과 같이 유신! 극>이 나오고 액션물 <용과 같이 7 외전 이름을 없앤 남자>가 나오고 RPG <용과 같이 8>이 나오고 이렇게 세 작품이 한꺼번에 발표되었는데 정보에 혼란이 오거나 하지는 않았네요.

 

요코야마 그랬었죠. 애초 "RPG 노선을 계속하진 말아줬으면" 하는 고집이 강한 분들도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용과 같이 8>은 특히 더블 캐스트로 진행하는 RPG라는 상상이 되는 듯 안 되는 듯...

 

요코야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용과 같이 8>은 카스가 이치반이 주인공이란 것입니다. 카스가에서 시작해서 카스가로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카스가가 겪게 되는 사건이 에피소드로 만들어지고 거기에 키류우가 참가하는 식일 뿐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카스가 이치반입니다. 2021년 10월에도 카스가 이치반을 주인공으로 한 속편을 만들고 싶다고 했고 그 후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당시 키류우의 존재를 말하지 않은 건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을 뿐입니다. 그 후 키류우를 추가시킨 게 아니라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던 사항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키류우의 머리 형태를 보고 놀랐습니다. 지금까지와의 이미지하고 너무 달랐어요.

 

사카모토  키류우의 머리 형태는 멋을 부리거나 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머리 형태를 어떻게 변경할지 엄청난 연구를 하게 되었었죠. 머리를 길게 만들었을 때엔 요코야마 씨처럼 되었어요.(웃음)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팬 분들에게 전할 말을 부탁드립니다.

 

사카모토 <용과 같이> 시리즈 세 작품을 한꺼번에 발표했습니다만 우선 2023년 2월 22일에 발매되는 <용과 같이 유신! 극>을 기대해 주십시오. 처음 접하는 분도 원작을 즐겨오신 분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요코야마 오리지널판 <용과 같이 유신!>으로부터 구 년이 지나 세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일본에서만 발매되었던 작품을 전세계에서 요청을 하고 있어요. 요즘 젊은이들은 분위기가 팍팍 사는 서양권 게임을 즐기고 있겠죠. 그런데도 엔터테인먼트계에서 밥 벌어 먹고 사는 저 같은 사람들이 의외로 보수적이라 이런 변화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 결과 매년 같은 것만 내고 말아버린단 말이죠. 구 년만에 부활시키기로 했을 때 이런 점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당시 프로모션 영상을 다시 보니 구식 냄새가 너무 났어요. 즉,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냄새가 나는 줄도 몰랐겠죠. 시대에 맞춰서 세계의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RGG SUMMIT 2022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만 발표한 세 작품을 기대하시면서 앞으로 용과 같이 스튜디오가 어떻게 나아갈지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www.famitsu.com/news/202209/18276512.html

posted by alone glowfly
:
문화/게임 2022. 8. 20. 22:56

<페이트 그랜드 오더>는 일본 게임이다. 일단 이 전제를 깔고 가보자.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는 역사상 유명했던 인물(위인이 많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위인이라 불리는 것만이 서번트의 힘을 이루는 조건인 것은 아니다)들이 서번트로서 등장한다. 일본 게임이다 보니 이런 서번트들 중엔 일본 역사 중에 나오는 인물이 많다. 대체적으로 일본 역사 중에 인기가 높은 헤이안 시대, 전국시대, 막부 말에서 나오고 있으며 전국시대와 막부 말은 오다 노부나가와 오키타 소우지가 양축을 이뤄서 서로의 진영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내는 구다구다 시리즈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일본어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벤트 중 이런 그림이 보였다.
 

서버페스 퀘스트 배경 중에 나오는 화면인데 이게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기 때문에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어떤 공격을 할지 정한 후 서번트들이 이 공격을 실행하기 위해 물러서는 잠깐 동안만 보이게 되어 있다. 여기에 구다구다가 들어갔는데 왼쪽 그림에 오다 노부나가와 오다 노부카츠, 차차, 모리 나가요시가 있고 아직 한국어판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수수께끼의 란마루 X가 보인다. 그런데 그림 오른쪽 아래에 있는 노란 머리는 누구인지 감이 안 올 사람이 많을 것이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다.

 
구다구다 시리즈를 그려온 케이켄치 작가가 4월부터 연재한 작품으로(라곤 해도 연재 간격은 길고 페이지 수는 적어서 얼마 없다) 제목부터 구다구다 태합전 ZIPANG이고 설명에도(https://web-ace.jp/tmca/contents/2000045/) 토요토미 히데요시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케이켄치 작가가 만든 캐릭터들은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도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고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전국시대나 막부 말과 관련된 이벤트가 매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케이켄치 작가가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그리고 있다라...
 
<페이트 그랜드 오더> 한국어판에서 가장 유명한 건 트럭시위겠지만(그나마 개선 엔딩) 못지 않게 문제가 되는 게 일본 역사 관련 시나리오다. 첫 구다구다 시리즈였던 구다구다 혼노지 당시만 해도 오다 노부나가가 나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왜색 운운이 일어났으며 한국어판 자체에서도 구다구다 혼노지가 나와야 할 시점에 다른 이벤트가 나오면서 유저들 사이에서도 정말로 구다구다 시리즈를 안 하는 것인가 하는 동요가 일었다고 한다.(난 제대로 하지도 못했었기 때문에 그런 걸 신경쓸 틈도 없었다.) 결국 구다구다 혼노지는 좀더 뒤에 나왔기 때문에 한국어판이 일본어판보다 이 년 석 달 정도 늦은 시점에 시작했고 이 석 달을 메꾸어 제대로 된 진행에 맞추기 위해 서두른 중에 발생한 헤프닝으로 볼 수 있지만 이런 논란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일본 문화에 별 관심은 없는데 국가주의 선동이 일어나면 들끓는 층의 무서움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영향이 있었다는 걸 증명하듯 오다 노부나가를 내세운 일본어판의 홍보 배너와 달리
한국어판 홍보 배너는 오키타 소우지를 내세웠다.

 
그리고 이보다 더 컸던 게 구다구다 제도성배기담.

정확한 제목은 구다구다 제도성배기담 극동마신전선 1945다. 1945가 나오는 순간 바로 떠오르는 건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한 해. 트위터에선 바로 전쟁이 일어났다. 이걸 딜라이트 워크스 쪽에 사과를 요구하는 등 장난이 아니었다. 그런데 결국 이 해를 사용한 건 이들이 생각했던 방향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이 일이 여기저기 이 나라 저 나라 퍼지고 트위터를 제외한 다른 곳에선 팝콘을 씹었으며 그래서 나무위키에선 그 사람들이 계정을 세탁했다느니 어쩌느니 하지만 여전히 검색하면 그런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며 넷마블은 또다시 이에 반응해 부제와 내용중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사들을 바꾸는 등 칼질을 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저들이 반응을 하고 역정을 내면 넷마블에서 어떻게든 허리를 굽힌 태도를 나타낸다. 라센글에서도 국가간 감정 문제를 의식해 그런 걸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만들고 있지만 그런다고 통할 거면 <귀멸의 칼날>에서 카마도 탄지로우가 하고 있는 귀걸이 하나 때문에 애니가 칼질을 당하고 게임은 아예 한국어판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 한국에 사는 게임 이용자들에게 이것만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일이 발생했을까?
 
그런데 구다구다 시리즈를 그리는 케이켄치가 작품에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등장시켰고 이게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이벤트 중에 반영이 되었다. 반영이라고 해도 그림 한 장이긴 하지만 매년 열리다시피 한 구다구다 이벤트는 올해도 열릴 가능성이 있다. 연재 시작 후 3화까지밖에 나오지 않았으니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적어도 조금이라도 반영된다면?
 

<페이트 그랜드 오더> 한국어판에서는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우회한 번역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우회를 하려고 해도 본인 등판이 이루어지면 얄짤이 없지 않은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집어넣어야지. 그러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마녀사냥이지.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한국 입장에선 역사상 원수이지만 일본에서는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함께 전국시대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다. 이토우 히로부미가 그런 것처럼. 실제로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등장시킨 게임들도 상당수 있다. 한국에 소개되는 일이 없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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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쌍 오로치> 시리즈처럼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게임들 중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나오는 게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무쌍 오로치> 시리즈 같은 경우 <진 삼국무쌍>의 인기가 좋으니 이를 반영한 작품이 덩달아 나오면서 토요토미 히데요시도 덩달아 나온 거고 워낙 떼거지 게임이다 보니 비중을 크게 차지하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실제로 같은 코에이 게임 중 <삼국지> <진 삼국무쌍> 시리즈와 쌍벽을 이루는 <노부나가의 야망> <전국무쌍> 시리즈는 한번도 한국어판이 나온 적이 없다.(<전국무쌍 4>는 플레이스테이션 한국 사이트에서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긴 하다. 이 외에 내가 아는 한 없다.)
 
결국 나도 이렇게 생각할 정도이니 라센글에서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등판시키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긴 하다. 구다구다 시리즈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봤을 때에도 그렇게 생각해 왔는데 이번 이벤트에 나온 이미지 한 장에 마음이 심히 흔들린다.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대화재가 일어나는 결말이 아니길 바란다.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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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게임 2022. 8. 2. 22:37

<페이트 그랜드 오더> 한국어판을 서비스하고 있는 넷마블에서 6월 28일에 내보낸 공식방송에서 일본어판의 진행에 맞춘 서비스 말고도 일정을 앞당겨서 편의성 업데이트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것이 있었는데 이 중 하나가 서번트 코인과 어펜드 스킬이었다.

https://youtu.be/2v4nKgBizOs

 

원래대로라면 6주년에 발표될 내용이기 때문에 한참 뒤에나 올 컨텐츠였지만 넷마블은 무려 일 년이나 앞당겼다.(넷마블뿐 아니라 미국판도 맞춰서 진행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걸 편의성이라 봐야 될지 어떨지...

서번트 코인은 말 그대로 게임 내 서번트로 인해서 발생되는 코인이다. 소환될 때 얻을 수 있는 코인이 별 다섯의 경우 아흔 개, 별 넷의 경우 서른 개(한정소환 서번트 쉰 개), 별 셋의 경우 열다섯 개(한정소환 서번트 서른 개), 별 둘의 경우 여섯 개, 별 하나의 경우 두 개(한정소환 서번트 열다섯 개)가 나온다. 여기에 인연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총 백팔십 개를 얻을 수 있다. 이 서번트 코인을 어디에 쓰느냐 하면

 

어펜드 스킬과

레벨 100을 찍은 서번트를 120까지 올리는 데에 쓰일 수 있다.

 

어펜드 스킬은 엑스트라 공격 향상과 NP 획득, 특정 서번트 특공(버서커의 경우 크리티컬 방어)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을 개방하는 데에 서번트 코인 백이십 개씩을 소모하고 레벨 100 이상 성배전림은 레벨 2당 성배 하나와 서번트 코인 서른 개를 요구한다.

뭐 여기까지 봤으면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알 텐데... 이건 결국 과금 유도 시스템이다. 어펜드 스킬 하나 개방하는 데에만 서번트 코인 백이십 개니깐 별 다섯 서번트의 경우에도 한 명 소환해 봤자 어펜드 스킬 하나 개방할 수 없다. 인연 레벨 올리면 백팔십 개 준다고 했으니 그걸 올리면 어펜드 스킬 하나는 개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할 수 있는데(별 다섯은 이게 가능하긴 하다) 인연 레벨은 총 15까지 있고 레벨 10까지 찍는 것만 해도 상당한 횟수의 전투를 해야 한다.(뭐 물론 이걸 하루만에 하는 괴물 분들도 있긴 하다...) 레벨 10까지 찍어서 주는 서번트 코인은 기껏해야 여든 개. 이걸 어느 세월에 다 할까? 결국 소환을 많이 해네는 방법 밖에 없다. 어펜드 스킬과 성배전림을 모두 완료하려면 360+300=660개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게 되니깐 인연 레벨 15까지 간다 치면(난 가보지도 못했지만) 받을 수 있는 180개를 빼면 480개, 별 다섯 서번트로 따져도 여섯 명이 필요하다... 무기명까지 가란 이야기네.

 

어펜드 스킬 필요 없다, 레벨 120까지 가서 뭐 하냐란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는 그런 걸 염두에 두고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무엇보다 현 일본어판에서 어펜드 스킬 중 NP 획득이 상당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스킬 레벨이 10까지 올라갔을 경우 20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서번트 자신의 스킬로 NP 30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면 50이 확보되기 때문에 NP 50과 함께 공격을 지원해주는 예장을 끼우고 바로 보구를 쓸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아라쉬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NP 20 어펜드 스킬이 추가되면서 여기에 아라쉬의 궁시작성으로 인한 NP 30이 합쳐지면 50이 되기 때문에 다른 서번트의 NP 공급이나 컬라이더 스코프, 허수마술 같은 예장이 없어도 바로 보구를 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별 넷 서번트의 경우 이런 어펜드 스킬을 쓰기조차 힘들다. 위와 같은 확률 때문인데... 실제로 별 다섯 서번트들이 소환되는 와중에 별 넷 서번트 쪽이 오히려 잘 소환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별 다섯하고 0.4%밖에 확률이 차이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그럴 수 밖에. 이런 와중에 나왔다고 해도 획득할 수 있는 서번트 코인은 서른 개이다. 네 명을 얻어야 어펜드 스킬 하나 개방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더 잘 알 수 있으려나 싶어서 뽑아봤는데 위의 대흑천이 보구 2다. 한정 소환 특전에 인연 레벨에 따른 서번트 코인까지 합쳐서 125개, 그에 비해 토타는 295개를 얻었다. 이렇게 별 넷 서번트는 위에 서술한 확률 때문에 아래 등급 서번트에게도 밀린다. 왜 이렇게 되냐고? 왜긴 왜겠나. 우리가 소환 폭망할 때마다 보는 서번트들이 대부분 별 셋 아닌가. 거기에 별 셋 서번트들은 프렌드 포인트 소환에서도 가끔씩 나온다. 별 하나 둘 서번트들은 더더욱 프렌드 포인트 소환에 잘 나오니 설령 배당되는 서번트 코인이 적다 해도 별 넷 서번트들보다 서번트 코인을 잘 받는다. 이런 상황을 없애려면? 과금을 하세요지 뭐.

 

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는 건 지금까지 이벤트에서 배포되어 온 서번트들이다. 얘네들은 성정석 소환을 거치지도 않았으니 당연히(?) 서번트 코인 배포에서 제외되게 된다. 인연 레벨로 인한 서번트 코인 밖에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 결과는 위와 같고... 구제조치로 복각된 배포 서번트들이 있고 이 서번트들은 서번트 코인을 벌 기회를 가질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서번트들이 더 많다.(알트리아 릴리, 산타 알트리아 얼터, 잔 다르크 얼터 산타 릴리, 수영복 호쿠사이, 아처 오다 노부나가, 클로에, 산타 알테라, 산타 나이팅게일, 카게토라, 우츠미 에리세, 수영복 우미인, 라이더 킨토키, 사카모토 료마, 하늘의 옷, 지크, 료우기 시키, 수영복 스카사하, 차차, 수영복 잔 다르크 얼터, 산타 케찰코아틀, BB... 그냥 복각된 서번트 명단을 넣을 걸 그랬나) 올해 크리스마스 이벤트에서 배포 서번트로 나올 산타 카르나와 일본어판에서 서번트 코인이 도입되기 전 마지막으로 배포되었던 키이치 호우겐의 경우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구제가 안 될 확률이 높다. 일본어판과의 형평성 문제도 존재하고 본래의 이벤트 시스템을 고치기도 힘들 것이다. 이러니 더더욱 과금에 힘을 쓰세요가 되지만... 이런 배포 서번트들에게 리소스를 썼던 유저들은 어떻게 하라고가 된다. 복각을 통한 구제조치에도 문제가 있는 게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서번트 코인을 도입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육 년이고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수많은 배포 서번트들이 존재한다. 이 배포 서번트들을 언제 다 복각할 것인가? 그 전에 2부가 끝날 걸. 이래서 배포 서번트들을 위한 범용 코인을 넣어야 한다고 많이들 주장했지만 라센글 입장에서 돈이 안 되니 무시당했지...

 

그리고 지금까지 필요하지만 넘긴 게 있는데 리소스 문제이다. 어펜드 스킬을 개방한다 해도 레벨을 올려야 제대로 쓸 수 있고 성배전림도 그냥 서번트 코인과 성배를 갖다바친다고 알아서 레벨 120이 되는 게 아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소재와 QP, 종화가 필요하다. 어펜드 스킬은 무난하게(?) 스킬 레벨 올릴 때 썼던 소재와 비슷하게 쓰면 된다. 전승결정도 비슷하게 쓰면 10까지 올릴 수 있다.(6주년 이후 전승결정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긴 했다) 앞서 말했듯이 NP 20은 레벨 10이 되어야 나온다. 레벨 100~120으로 가는 길은 나도 잘 모르겠다.아니 뭐 킨토키를 레벨 100 이상으로 올리려고 보니 저렇게 나오고 알고 싶지 않아졌다. 이 정도의 종화를 모으려면 별 다섯 종화를 모을 수 있는 극급이 추가된 지금으로서도 평범한 노가다로는 되지도 않는다. 동사과를 먹고 은사과를 먹고 금사과를 먹고 무지개빛 사과(?)를 먹어야만 가능하다. 네 또 과금 되겠습니다 호갱님.

 

잠깐 성배도 그냥 나오는 게 아닌데 그렇게 쓸 수 있나?하는 당신께 필요없는 서번트들의 코인을 녹여 성배를 만들 수 있는 성배주조를 소개합니다! 합해서 이천 개만(?) 가져오세요!(성배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긴 했다. 성배도 도매금행...)

이것도 문제가 있는 게... 당신이 필요없는 서번트라 생각하는 서번트는 정말 쓸모없는 서번트인가? 미래에도 그럴 거라 장담하나?

 

https://youtu.be/dS8XYBUHajk

 

결국 내가 지금까지 쓴 것들은 과금을 짱짱하게 돌릴 수 있는 유저들에겐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깊이 파고들지 않는 유저들에게도... 이 글에서 올린 일본어판은 무과금으로 진행했으며 예전 일본어판 계정을 한번 날려먹은 뒤 2020년 말에 다시 시작했던 계정이다. 이런 계정으로 서번트 코인이 도입된 지 일 년 동안을 겪으면서 회의감을 많이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넷마블이 편의랍시고 서번트 코인을 당겨온다고 하니 이게 무슨 편의냐 장삿속이지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하긴 장사지 ㅋ 더러워서 ㅋㅋㅋ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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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2020. 5. 23. 16:45

내가 독립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MB의 추억>이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불타오르던 때에 난 이런 영화를 보는 게 도움이 되는 줄 착각하고 그런 영화관이 있다는 것도 몰랐던 인디스페이스를 찾아갔고 이게 처음으로 소규모 영화관에서 본 독립영화였다. 이 전에도 <워낭소리>라든가 <두 개의 문> 같은 영화가 독립영화로는 획기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독립영화가 대중성을 갖게 된 마냥 신문에서 떠들어댔던 기억이 있다. 독립영화라는 장르에 눈을 뜨게 된 이후 이 영화 저 영화 보려고 인디스페이스를 들락날락했었지만 그런 대중성은 딱히 찾아볼 수 없었다.

박배일 감독이 찍은 <라스트 씬>을 봤는데 도중에 몇 년 전만 해도 관객몰이를 엄청했던 독립영화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푸념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관객몰이를 엄청했던 독립영화들이 뭔지는 안 나오는데 내가 알기로는 그 영화들은 모두 뭔가 시의성을 띠고 있었다. 내가 인디스페이스를 알게 된 계기가 되었던 <MB의 추억>도 박원순이 보고서 뉴타운 사업을 재검토하겠다 공언했던 <두 개의 문>도 시의성을 띠고 성공을 거둔 영화다. <MB의 추억>의 김재환 감독 같은 경우 <칠곡 가시나들> 빼고 전부 그런 영화이지만 <두 개의 문>의 김일란 감독 같은 경우 이 외의 다른 작품들을 보면 관객 기록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영화들도 있다. 이 영화를 뺀 만 명을 넘은 영화는 <두 개의 문> 속편인 <공동정범>뿐이다. 천안함 사건 관련 음모론을 다룬 <천안함 프로젝트>나 세월호 관련 음모론을 다룬 영화들, K값으로 사람들을 세뇌시킨 김어준의 <더 플랜> 등등... 성공했다는 독립영화들은 대부분 독립영화 자체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영화를 보는 것이 민주화 운동인 마냥 표를 줄로 사댔다는 사람들이 내준 돈으로 성공한 거였다. 나도 돈 낭비했던 <또 하나의 약속> 같은 영화의 경우도 그 정도 퀄리티라고 부르기도 힘든 퀄리티로 성공을 했던 이유가 뭐 다른 곳에 있었겠나.

이런 영화들을 제쳐두면 독립영화를 많이 틀어주는 소규모 영화관은 그저 텅 빈다. <라스트 씬>에서 인디스페이스에 서울극장 영화를 문의했다가 서울극장 쪽 매표소로 가는 사람을 찍은 장면이 있었는데 연출인지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인디스페이스의 경영 사정이 어려워져 서울극장으로 옮겨간 후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옮긴 후에도 여기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참고로 비슷한 이유로 서울극장에서 더부살이하는 서울아트시네마란 곳도 있다. 이런 극장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서울극장을 찾는 사람 외에 얼마나 있을지... 

이렇게 텅빈 극장을 찾는 입장에선 힘이 날 수가 없다.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보러 왔는데 영화관 안에 혼자 있거나 멀찍이 몇 명 있거나 그런 사람들이 자기만 영화를 보는 줄 아는 건지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건지 핸드폰을 진동 모드로 해놓지도 않고 울려서 받고 있다든가...(실화) 영화를 보는 눈이 까다로운 건지 아님 그냥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고서 만족하는 영화는 절반에 훨 못 미친다. 그리고 독립영화 극장 자체가 너무 없어서 극장에 가려면 한참을 가야 한다. 인디스페이스는 종로에 있지만 영화 하나 보겠다고 강남에 있는 인디플러스를 간 적도 있었다.(여긴 망했다) 참고로 난 양천구에 산다. 이 거리감이 얼마나 되는지는 대충 찾아보면 나올 것이다.(물론 서울 외에 사시는 분들 중엔 이 정도가 대수냐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 같지만) 여기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위에도 핸드폰 받는 인간이 있다고 썼지만 이건 극장에서 생기는 일 중 일부에 불과하다. 앉으면 무릎과 의자 사이에 공간이 많이 발생하지 않아 중간에 앉아야 하는 사람이 지나갈 때 서로 힘든 일이 발생할 정도인 건 어느 극장이나 비슷한데 굳이 다리를 꼬는 멍청이인지 장애인인 건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앞 의자를 차대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상영 도중에 들어와서 핸드폰 빛을 비춰대는 등 예전엔 왜 그렇게 극장에 가려고 애를 썼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쾌한 일을 많이 겪게 된다. 여기에 가격은 점점 더 올라서 독립영화관도 팔천 원이다. 여기에 교통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걸 다 겪고 난 다음 본 영화가 재미가 없다면 집에서 다운로드판 영화 보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걸까?(요즘 다운로드판 가격도 어이가 없 정도로 뛰었지만) 난 얻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영화관을 찾지 않게 된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마블 영화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게 된 세태에 대해서 안타까워 했지만 결국 본인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만든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했다. 자본은 이미 기울대로 기울었고 사람들은 자본의 기울어짐에 거역할 수가 없다. 앞서 독립영화가 성공한 듯 보였던 건 영화를 보는 게 민주화 운동인 것처럼 여긴 멍청이들의 소행이 빛났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독립영화 자체는 결국 계속해서 보던 사람들끼리 보았을 뿐이다. 변한 건 없는데 세태는 너무나도 기울어 버렸다. 지금과 같은 플랫폼을 고수한다고 해서 길이 열리는 건가? <라스트 씬>에 나오는 감독 중 한 명도 극장에선 안 되는데 다운로드판 등으로 성공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한다. 보는 사람을 탓한다면 아파하는 건 보는 사람이지 안 보는 사람에겐 가려운 일도 아니다. 

<라스트 씬>을 찍은 박배일 감독의 의도는 영화관에서 일을 하던 사람들이 영화관이 스러지고 없어지는 와중에 어떤 생각을 하느냐를 보여주고 싶었던 걸거고 감독 입장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관이 없어지는 와중에 관객들의 자리는 그냥 영화관이 없어지기 직전 자리를 채워서 왜 이제 왔냐는 말에 웃는 그 정도의 입지밖에 없었다. 결국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그 영화를 보여주는 사람도 관객과는 떨어져 있는 것 아닌가. 

<라스트 씬>을 보고서 이런 생각을 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기들의 입장으로 관객을 때리는 영화를 보는 건 어떤 때엔 통감하는 위치에 설 수도 있지만 발끈하는 위치에 설 수도 있게 된다. 내가 딱히 관객의 대표인 것도 아니고 감히 그런 위치에 있을 수도 없지만.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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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만화 2019. 12. 30. 18:06

*모르는 사람도 많을 테니 미리니름은 최대한 피하고 싶지만 설명상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은 내용도 말해야 될 것 같다. 하긴 <소년 점프> 쪽은 단행본파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 같지만...


스포츠 만화 자체를 많이 보지 않았지만 2010년대에 나온 스포츠 만화 중에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역시 <하이큐!!>였던 것 같다. <겁쟁이 페달>이나 <쿠로코의 농구> 같은 경우 너무 스포츠에 판타지를 가미해서 얼마 보지도 않았고 2000년대에 주로 뜬 작품이지만 <크게 휘두르며> 같은 경우 본래의 현실적인 아마추어 야구선수의 성장과정을 그리는 작품에서 그저 경기장면 질질 끄는 작품으로 변질되면서 결국 매너리즘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에 관둔 가운데 <하이큐!!>는 그래도 현실을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 속도감 있는 작품으로 받아들이면서 계속 보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점프 페스타에서 <하이큐!!> 행사를 보고 맥이 풀려버렸다. 전에도 네코마전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소년 점프>를 본 사람이면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하는 바람에 뭔가 했는데 이번에도 당연하다는 듯이 카모메다이전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그대로 밝혀버렸다. 직접 말했던 지난번과는 달리 대사극을 통해서 나온 거긴 하지만 거기에서 나온 장면들만으로도 충분히 결과가 어떻게 되는 건지 다 알아버렸다. 

이렇게 되면 당장 아직 나오지 않은 단행본들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결과가 너무 뻔한 상황에서 나는 남은 내용에 대해서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네코마전은 그래도 그 전까지 계속 져왔고 전국대회 본선에선 이길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카모메다이전은 느낌이 다르다. 내가 단행본으로 본 40권까지 밀리는 낌새가 있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점프 페스타에서 나온 내용에 의하면 히나타가 갑작스러운 병으로 퇴장하게 되고 히나타가 없는 카라스노가 카모메다이를 이길 수 있었을 리가 만무하다. 설령 이겼다고 해도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걸 본 순간 <슬램덩크>와 <할렘비트>가 떠올랐다.(<할렘비트>도 완전 판타지물이지만...)

가능성이 있는 팀이 실력있는 1학년생들(실력은 없지만 잠재력이 있는 주인공 필수)에 의해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는 팀으로 성장했는데 엄청 강한 팀도 물리쳐내다가 도중에 져버리는 전개. 특히 <슬램덩크>의 경우 강백호의 부상이 큰 요인으로 작용해서 산왕은 간신히 이겨내지만 그 이후 바로 져버린다. 이게 떠오른 것이 가장 맥을 빠지게 했다. 지금까지도 뭘 이렇게 계속 이겨내나 싶을 정도로 전국대회 경험이 없는 팀이 계속 이겨왔는데 지는 이유가 다른 작품에 나왔던 것처럼 주인공의 갑작스러운 퇴장... 이렇게 되면 <하이큐!!>에서 내가 느껴왔던 신선함은 바로 삭제되어 버린다. 이걸 지금까지의 애정만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즉답을 낼 수 있을 정도의 애정은 없었던 모양이다.

이제 곧 <하이큐!!> 애니메이션 4기도 나오고 한국에서도 토쿄 예선전 분량을 극장판으로 공개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가운데 난 뭣하러 일본 서버에서만 공개되는 행사를 굳이 서버 우회해서 보는 바람에 이런 식으로 포기하려 드는 건가 하는 회의감도 든다. 하지만 봐버렸고 앞으로의 행방에 대해 틀어낼 수가 없을 정도로 굳어졌다는 생각만 드는 와중에 뭘 더 할 수 있을까? 매달려야 될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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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2019. 11. 5. 01:11

<시크릿 슈퍼 스타>는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봤었던 영화이고 만족스러웠기에 뒤늦게 개봉 소식을 알고 영화관을 찾았지만 영화표 한 장으로 대관을 해버리는(관객 한 명) 상황을 겪어야 했다. 개봉한다는 걸 알았을 때엔 다양성 영화 관객 1위였고 <지상의 별처럼>보다는 관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마저도 확 줄었는지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흥행이 안 된 아미르 칸 배우 출연 영화가 될 것으로... 말해봤자 슬퍼지기만 하는 영화 외부 이야기는 이만...


이야기는 폭력적인 가부장적 아버지가 자리잡고 있는 가정에서 자라난 주인공이 자신이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음악을 통해서 성공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아미르 칸 배우가 <당갈>보다 더 좋은 영화라고 선전했던 것처럼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주입했다기 보다는 주인공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갈고닦아 자신이 직접 성공의 길을 열어내는 이미지를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가정 배경도 여성 차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이를 이겨내는 여성(주인공의 어머니)을 그려냈는데 이건 아미르 칸 배우가 진행한 TV 프로에서 가정폭력을 피해자가 직접 말하는 코너를 방송하는 등 사회 운동을 주도했던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아미르 칸 배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모습은 세계 어디를 가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양상은 비슷하다. 한국에서 살아서 그런지 한국에서 유독 많이 보이지만... -_-a


이 때문인지 주인공을 억압하는 것도 남자지만 주인공을 도와주는 것도 남자이다. 다시 보니깐 이런 점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데 주인공이 가정폭력에 힘들어 할 때 도와주는 남동생도, 뭄바이까지 날아갈 수 있게 도와준 남자친구도, 작곡가도(아미르 칸 배우) 전부 남자다. 물론 나중에 나오는 변호사는 여자이지만 인상적으로 나오는 여자 배역은 주인공을 윽박지르는 선생님들 같은 쪽이었달까? 외부의 여자가 주인공과 주인공의 어머니를 도와주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당시 감독이 말하길 가부장적인 남자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여자들을 응원하는 남자들도 있다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을 한 걸로 기억하는데 이런 것에 너무 얽매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에서 주인공이 갈고닦은 능력으로 성공을 했다고 했는데 이런 능력이 빛을 발하는 계기가 너무 뜬금포라고 해야 되나... 원래는 대회에 나가고 싶었는데 이게 안 되자 어머니가 구해다 준 노트북을 이용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나서 좀 지나고 보니 엄청난 스타가 되어있었고(영화 내내 영상 두 편 업로드) 망나니 인생을 살면서 모두에게 미움을 사고 있던 작곡가가 눈독을 들여 영화 삽입곡을 한 곡 만들었고 음반을 냈는데 이것도 엄청 팔렸다는 이야기... 너무 단정짓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로또 두 번 맞은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성공기로 생각된다. 후반에서 마지막으로 갈수록 전개가 영 이상해져서 실망한 작품이지만 <캐롤&튜즈데이>를 생각해 보면 전반부에서 주인공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한편 주변의 캐릭터들과 함께 호응을 하고 오디션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선보였던 게 눈길을 끌었다. 전작인 <당갈>을 봐도 주인공들의 노력과 주변 캐릭터들의 개성, 호응이 잘 드러난다. 작품들이 모두 같은 방식을 취하란 법은 없지만 <시크릿 슈퍼 스타>는 이런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해 버리고 개성은 아미르 칸 배우가 맡은 건가? 벼락출세를 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머니의 경우 미리니름성이 강해서 자세히 말하기 힘들지만 하도 못 쳐서 왜 세워놓느냐고 팬들이 난리 피우던 4번 타자가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투 아웃에서 만루 홈런 날린 것 같달까... 판타지성이 너무 강하다. 사실상 주인공이라서 그런 건지도...


말하려는 메시지는 전달되었지만 그 메시지를 보여주는 방법은 엉성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부천 때도 만족하며 봤고 이번에도 웃고 울면서 봤지만 평가를 하자니 좋은 평을 주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 평점은 6.5점으로 하겠다. 생각을 정리하고 보니 한국에서 제대로 개봉한 아미르 칸 배우 출연 영화 중에서 가장 기대와 어긋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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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만화 2019. 3. 26. 00:35


 전에 한국에서 <헬로우 블랙잭>으로 유명했던 사토우 슈우호우 작가의 작품 <특공도(特攻の島)>를 읽고서 패닉에 빠진 적이 있었다.(http://blog.daum.net/zx-cvbmn/724)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던 전작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자살 특공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 건가 고민하다가 그냥 <헬로우 블랙잭>을 팔기로 했다. 하지만 그 후에 마냥 이렇게만 해석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받고서 다시 한번 더 보기로 했고 완결권인 9권까지 다 보았다.

 내가 이 작품을 보면서 생각한 것은 과연 내가 생각하는대로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내가 군대에 갔던 것도 어차피 가야 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가는 것과 비슷하게 간 것에 불과했고 그 상황에서 전쟁이 일어나 죽이느냐 살리느냐 하는 선택을 해야 될 때 그 선택의 기회조차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죽음을 당하는 것도 싫고 도망칠 수도 없다. 그럼 내가 이 작품에서 주어진 상황에 놓여져 있을 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럼 선택은 자신이 가는 길에 최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외엔 다른 것이 없게 된다. 



 영화 <호타루>에서 나왔던 카미카제 참가 조선인 병사의 이야기도 그렇다. 나라가 어쩌느니 사상이 어쩌느니보다는 자기의 희생으로 인해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병사 개개인의 입장에선 최선이었을 것이다. 이걸 전쟁 찬양이라고 하기엔 우리가 너무나 전쟁을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세상의 한 구석에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과연 일본 국민 개개인이 제국주의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독립운동가들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싸웠지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지는 않으려 했는데 정작 우리는 당시 일본인 개개인에게 특정한 사상을 따르거나 반하는 행위를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일제시대뿐만이 아니라 이승만과 군부 독재로 이어졌던 시기를 생각해 보았을 때 정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체에 비하면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전체에게 그렇게 하기를 바라왔고 그것에 반하는 모습이 그려지면 반발하게 된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일제의 공격적인 이미지다. 식민지 사람들을 짓밟고 적군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반일감정이 강하게 드러나는 영상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미지다. 이런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반대의 이미지에 반발할 수밖에 없어진다. 



 <반딧불의 묘> 같은 경우도 뭘 과장하거나 하는 것 없이 그 당시 흔히 있었던 전후 일본인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라 할 수 있지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딱지가 붙어있다. 전쟁에는 공격을 하면 수비가 있고 가해가 있으면 피해가 있다. 일본이 전범국이 된 것은 전쟁에서 진 결과이고 전쟁에서 진 것을 인정하기까지 수많은 희생을 내게 된다. 이건 굳이 일본에 한정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어느 나라라고 쉽게 패배를 인정할까? 결국 많은 피해자들의 양상이 생성되게 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이런 양면성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걸 피해자의 관점이라고 본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전쟁터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보려하지 않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방탄소년단이 핵폭발 티셔츠로 물의를 일으켰을 때 비슷한 생각을 했다. 어떻게든 핵폭탄 투하의 이유를 대려고 안간힘을 써봤자 죽어도 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분되지 않는 공격이었음에도 그런 걸 광복과 연관시키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것은 결국 제국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가하는 의문으로 연결된다. 제국주의는 극단적인 국가주의 우익이 만들어낸 것으로 개인, 약자는 대상에서 소멸되어도 별 상관이 없는 사상이다. 그렇기에 일본에서는 이를 이용해 카미카제도 카이텐도 거리낌 없이 '황국을 위한 희생' 운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광복 전의 필수 단계(여기에서부터 상당한 논란이 일지만)로 여기며 핵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에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있는 것일까? 양면성을 인정하지 않고 한번에 뭉뚱그려서 모두를 죽이는 것이 과연 일제의 탄압에 항의하는 자세일까?



 이런 자세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을 바라보는 자세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보는데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멘 난민 문제가 촉발되었을 당시 이들을 병역 기피자로 보았던 시선도 예비 성범죄자군으로 보았던 시선도 상대가 처한 환경의 양면성을 바라보기보다는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에 치중되어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자기들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기를 요구했다. 이젠 우리가 피해자도 아니다. 도리어 셀 수 없고 도를 잴 수 없는 공격을 퍼부은 가해자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예멘 분들이 한국어를 알 확률은 매우 적으니 직접적으로 접하지는 않았겠지만) 어느 쪽 입장에 서든 간에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라던 옛날 유행가가 무색해질만큼 사람들은 자기들의 시선을 강요하게 된다. 이런 양상을 완화시키려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무력하니 인기영합주의에 빠진 정치가들도 외국의 사례가 어떻고 기본적인 인권이 어떻든 간에 그저 큰 흐름을 따라갈 뿐. 아니, 역으로 정치가들로선 이런 사회가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이 편하기에 키우면 키웠지 말리려 드는 용자는 그저 용자일 뿐이다.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 거기에 이상한 점을 느끼는데도 휘말릴 이유가 있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금까지 써왔던 글에서도 이 생각을 관철(혹은 고집)해 왔지만 요즘 더더욱 이런 점을 느끼게 된다. 우르르 몰려가니 다들 생각을 하는 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리트윗과 관심글 표시가 빗발치는 트위터나 이용당해 먹는 게 뻔한데도 다들 좋아요 누르기에 바쁜 페이스북, 최다추천 댓글로 모든 여론이 결정되는 포털 뉴스에서 과연 다양한 시선이란 것이 존재하는 건지... 하긴 관심이라곤 쥐뿔도 받지 못하는 누리꾼의 한심한 소리라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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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만화 2018. 12. 27. 01:00


 이 작품은 전쟁으로 인해 인류가 폭망하면서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들이 살 수 없게 되어버린 상황에서 여자애 둘이서 자주제작한 케텐크라트를 타고 여행을 하는 내용이다. 여행이라곤 해도 이렇다 할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고 층층이 나누어진 세계에서 윗층으로 나아가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바람 하에 곳곳에 버려진 창고 등을 뒤지면서 물자를 조달해 가는 방식. 인류가 폭망했으니 등장인물도 주인공 둘 외에 나오는 사람이 두 명밖에 없을 정도이다. 매우 쓸쓸한 이야기가 될 것 같지만 작품이 주인공들의 대화와 주변세계와의 호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쓸쓸해 할 사이는 별로 없다. 사람이 많다 한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있듯이 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야무진 성격을 지닌 치토(동양계) 덜렁거리는 성격을 지닌 유리(서양계)인데 서로 들어맞는 성격이 아니니 치토가 자주 화를 내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끼리의 유대인 것인지 우정인지 아니면 유리가 생각이 없어서 치토가 포기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둘이서 종말을 맞이한 풍경을 접하고 그 이전의 세계를 꿈꾸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면 될지를 각자의 성격에 맞춰서 정리한다. 결국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곳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니 제대로 맞게 추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여부에 얽메이지 않았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더욱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너무나도 명확하게 비춰지게 되어버린 사람들의 편가르기를 봐야 하는 답답함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위의 그림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렇게 예쁘게 그려진 그림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은 그래도 TV에 내보낼 것이다 보니 꼼꼼하게 그렸지만 단행본 쪽은 그렇게 세세하게 표현되지 않고 등장인물 자체가 다른 만화들처럼 캐릭터로 민다거나 할 수준의 그림체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애시당초 사람 자체가 너무 안 나오니 밀 수가... 누코를 밀면 될 것 아닌가 



단행본 중


 오히려 그림을 이렇게 그렸기 때문에 좀더 주인공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오해하지 말아야 할 건 작가가 실력이 없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게 되자 본인이 직접 엔딩 영상을 만들었을 정도로 실력을 발휘했고 그림에 설득력이 없다면 이렇게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감동스러웠던 마지막화(뭐라는 건지)


 애니메이션은 원작 내용 도중에 끊어버렸는데(여섯 권 중 네 권 분량) 나왔던 시기를 생각해 보면 그렇게 길게 갈 작품도 아닌데도 끊어버린 걸 보면 애니메이션 내용과 이후의 내용이 매우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 아닐지...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말해도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만약에 이후까지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면 사람들의 감상이 또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치토와 유리가 어떻게 나아가든 간에 이 세계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것은 제목에서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이 작품에 해피엔딩은 없다. 해피한 전개도 없었고. 애시당초 치토와 유리가 품고 있는 행복감이 있을 뿐이니깐. 하지만 사람들이 보통 바라는 것은 해피엔딩이니 이 작품을 끝까지 본 사람들조차 구태여 해피엔딩스러운 상상을 했다는 것 같고(참고. 미리니름 주의) 애니메이션에서 이걸 직접적으로 드러냈을 경우 과연 사람들이 좋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뭐 애니메이션 설정집에 나온 작가와 감독 대담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에서 다뤘던 분량 자체가 한 쿨 분량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에 딱 들어맞았다 했고 애니메이션 제작 일정이란 게 엄격하게 움직이는 거니 그 후 전개를 알아도 더 욕심을 내기 힘들었던 것 같기도... 주인공 배역을 맡은 미나세 이노리 성우와 쿠보 유리카 성우는 이후의 내용이 극장판으로 만들어졌으면 했지만 거기까지 여력이 닿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작품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딱 만족하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즐길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만족하는 지점에 오면 오히려 더 허탈감이 들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람들은 만족감을 추구하게 되고 만족함으로써 오는 허탈감을 채우기 위해 더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소녀종말여행>의 배경이 되는 전쟁으로 이어져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이건 너무 과잉인가) 그런 만족만을 추구하지 않고 현재를 더 즐기기 위함이 이 작품이 던져주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째서 전쟁이 없어지지 않는 건지... 어째서 사람은 평등하게 살 수 없는 건지... 많은 책을 읽어 보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규명해 보려고도 하고 이상에 대해 몽상하기도 하죠... 모르겠네요. 그냥 다 싫어져요. 생각하는 건 힘들어요. 이론에 치우친 시점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고향집 정원에 있는 감나무에 달린 감을 만지작거리기만 하며 살고 싶어요.


-같은 설정집 대담에서 감독이 작품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고 밝힌 단행본 4권 작가의 말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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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게임 2018. 12. 25. 04:55


쓰잘데기 없이 읽고 있어봤자 답이 나올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으니 결론부터 말하면 BW-100을 사면 된다.


 우연히 저렴한 닌텐도 스위치 중고를 발견하고서(결국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지만) 구입하게 되면서 토쿄게임쇼 2017에서 본 이후로 계속 구경만 하고 있던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뉴욕 플레이를 하고 있으려니 신났지만 갈수록 이상하다 싶은 점을 찾게 되었다. 마리오가 자꾸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조이콘(스위치 전용 컨트롤러)의 스틱에 아무런 힘도 가하지 않았는데... =_=;


친구는 없고 사신만 기다리고 있더라...(?)


 난 그냥 일시적인 현상일 거라 생각했지만 일시적은 점점 기본사항(?)이 되어갔다. 점점 앞으로, 정확히 말하면 위로 가버리기 때문에 계속해서 골치를 앓아야 했고 섬세한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바로 죽어버릴 가능성이 높은 스테이지로 갈수록 사신 영접(?)은 늘어나기만 했다. 되지도 않는 실력에 조이콘까지 이 모냥이니 게임 플레이는 그저 고역이고... 일본판을 산 거라 수리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알고 보니 구입하자 마자 버린 상자에 보증 표시가 되어있었다고 한다. -_-; 심지어 수리하거나 교체를 한 사람들도 다시 쏠림 현상을 겪었다고 한다. 뭐지 이건...

 그래서 방법을 알아본 결과 나왔던 게 컨트롤러 조정 프로그램이었다. Systeme Settings에서 아래에 있는 Controller and Sensors로 들어간 다음 Calibrate Control Sticks를 선택하고 나오는 지시대로 따라하면 되는데 이게 처음에는 되는 듯 보이다가 결국 몇 분 지나면 다시 안 된다. 이걸로 해결한 분은 그냥 컨트롤을 잘못하고 있으셨는데 손가락 운동해서 몸이 적응한 것 아닌가 싶기도... -_-;

 어쨌든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는 달나라 뒷편을 넘어 더 뒷편까지 가게 되었다. 뒷편도 연이어서 토깽이 네 마리+로봇까지 한번에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여섯 목숨을 가지고 해도 만만치 않았지만 더 뒷편은 여섯 목숨을 가지고 팁을 일일이 알아봐서 해도 빡칠 정도로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다가 해결되지 않은 조이콘 문제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마리오를 부여잡고 해봤으나 컨트롤 조금만 잘못하면 바로 목숨이 날아가는 곳이 수두룩한데 될 리가 없다.(결국 지금까지 이 곳은 깨지 못했다. 조이콘 문제 해결 후 하지를 않았지만 해도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먼지를 털어내는 방법이다. 뭔 먼지를 어떻게 털어내는 거라는 건가 했는데 조이콘의 스틱 주변을 털어내주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가지고 있던 먼지털이에 쓰는 원래 용도와는 동떨어진 붓을 가지고 주변을 쓸어봤다.


윗 문장을 보고 다들 생각했을 것처럼 될 리가 없다.



방법을 찾다가 먼지 제거를 어떻게 하는 건지 하는 영상을 찾았고 에어블로워를 구입했다. 다이소에서 사면 될 줄 알고 갔는데 다이소를 세네 군데 가봤는데도 없어서 결국 옥션에서 주문했다. 그냥 처음부터 옥션에서 주문했으면 되었을 노답... 영상에 의하면 이 주일 동안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던데...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이 분도 안 걸리더라.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는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이라고 포장된 포기과 함께 게임칩을 다시 케이스에 넣고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로 넘어갔다. 게임 플레이를 할 때에 스틱이 위로 움직이는 것이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게임이기에 게임을 하는 동안만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메뉴 선택으로 들어가면 역시나 스틱이 위로 움직이면서 선택도 계속 위로 움직인다. 게다가 맨 아래에서 아래로 내리면 맨 위로 가고 맨 위에서 올리면 맨 아래로 가는 시스템이기에 놔두면 선택이 순환을 한다...


내 몸 속에 있던 수분도 식은땀이란 이름 하에 공기와 함께 순환하고 혈압이라는 이름 하에 혈관 속에서 마구 순환한다...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이것 때문이다. 정확히 영향이 있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게임 도중 날아가는 부분에서 스틱을 위로 올리면 비행 방향이 내려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건 뭔 분해를 해야 되는 건가 싶었지만 일본 쪽 동영상을 보고서 안 되겠다 싶었다. 드라이버도 뭐 특수한 걸 써야 되나 본데 예전에 PSP가 되질 않아서 분해해 봤다가 임종시켜 드린(?)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드라이버를 어떻게 구할지 모르겠다가 더 결정적이긴 했지만...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도 웬만큼 해봤겠다 같이 산 소프트 중 마지막인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한국어판 나오기 전엔 야생의 숨결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어째 한국어판 제목이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로 굳어져 버림...)를 해봤다. 결과는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와 같이 자살 재촉 게임(?)이 되어버렸다.


http://indiket.com/w/2177/


 이러다가 위에 가져온 영상의 설명문에서 BW-100이라는 것을 언급한 것을 떠올렸다. 약품을 사용한다길래 꺼리고 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혹시나 싶었다. 또는 거의 될 대로 되어라 싶었다.



 보니깐 그냥 조이콘 스틱 주변에 동봉된 빨대를 이용해서 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나왔다. 될 대로 되어라 구입해서(앞에서 나열한 방법보다 비싼 방법이긴 한데 옥션에서 15,100원에 판다. 도돌이표 수준인 것으로 생각되는 수리와 조이콘 가격을 생각해 보자.) 뿌려봤다. 지금까지 문제 없음.





문제 해결


 결국 뭐 여기저기 비껴나가지 말고 어거지로 위기의 중년 마리오를 붙잡지 말고(?) 이 방법을 선택했어야 했다는 게 결론이었다. -_-; 안전문제도 영상에서 설명되는 것처럼 바로 증발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없는 것 같다. 통에 써져있는 설명에 의하면 안전장비를 착용해야 된다는데 눈에 직접 쏘일 경우 문제가 되는 수준이고 조이콘에 쓰는 건 소량이니 위험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소량만 쓰고 남은 대량의 나머지는 어떻게 할 건데?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는 그냥 팔아버리기로 했고 <별의 커비 스타 얼라이즈>로 넘어갔는데 문제 없이 잘 되었다. 결국 문제는 폐급 실력. 


 이해가 안 되는 건 왜 이렇게 스틱 문제가 다들 당연하다시피 발생하고 있냐는 것이다. 오래 썼다거나 불량품이다 수준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플레이스테이션의 듀얼쇼크를 무식해서 상당히 무리하게 써왔지만 여전히 멀쩡한 데에 비해서 조이콘은 중고라고 해도 그렇게 많이 쓴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데 이런 상황이라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가격도 조이콘 쪽이 더 비싸다.(물론 가격은 기능 면을 생각했을 때 납득이 되긴 하지만) 아니면 일부에게만 다중으로 발생하는 건가? -_-; 설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는데 그걸 외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개인이 뭘 어떻게 알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한 구석에선 그렇게 확 시원한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아껴쓰면 문제가 재하지 않을까? -_-a 어중간 결론...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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