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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2018. 6. 2. 23:02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木馬)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少女)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女流作家)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木馬)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靑春)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雜誌)의 표지처럼 통속(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木馬)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박인환 시선집, 산호장, 1955>

http://www.seelotus.com/gojeon/hyeon-dae/si/sijagpum/jagpum/ba/baginwhan-mogma.htm


전에 <명동백작>이라는 드라마를 보았을 때 박인환 시인(차광수 배우)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정작 박인환 시인이 지은 시는 한번도 제대로 쳐다본 적이 없다. <명동백작>에서야 드라마에 그려진 모습을 좋아한 거고 원래 시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있긴 하지만 그냥 모든 것이 변명같이 느껴지고 실상은 뭔가를 좋아한다 해도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닐까 싶다. 그래서 본 소감? 잘 모르겠다. 술마시고 노래를 해봐도 가슴 속엔 남은 것이 하나도 없네. 같달까... 원래 가사를 찾아보니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라고 나와있는데 난 왜 이 가사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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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소리/사진 2018. 6. 2. 20:13

옥션에서 공학계산기를 대충 골라서 주문했던 게 대학교 2학년 때였다. 군대를 거치고 같지도 않은 휴학을 한다고 삼 년을 보냈으니 대학 졸업 때까지 총 육 년여를 썼고 그 후에도 가끔 쓸 때가 있으면 지금도 제대로 될까 생각을 하며 꺼내봤으나 그럴 때에도 여전히 잘 되었다. 이 계산기의 배터리는 대체 어떤 것인가 싶을 정도로 오랫동안 버텼다.(하긴 정말 제대로 쓰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버티기 힘들었을지도.) 그러다가 오늘 결국 수명이 다 되었음을 나타내는 징조가 나타났다. 배터리는 오랜 세월을 버텨 주었지만 난 결국 이 배터리를 헛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터리의 힘을 빌어서 얻어낸 성과들을 차례차례 헛되이 날려버리기만 했다. 결국 나의 가치는 이 배터리만도 못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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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스기타 토모카즈 2018. 6. 2. 12:30

지난주 올렸던 295화에서의 공감 반응과 이번 296화에서의 공감 반응을 합쳐서 다섯 개 이상 나온다면 계속 올리기로 했으나 295화에서 한번도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296화에서 다섯 개가 채워지지 않는다면 업로드를 종료하는 걸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기한은 다음주 토요일 정오 12시 30분까지입니다. 이렇게 끝나버린다면 아무도 이 방송을 업로드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니 제 취지에 호응해 주셔서 감사했다는 말도 필요없을 것 같고... 혹시 이 글로 처음 아신 분이 있다면 죄송하지만 이 방송은 초A&G에서 목요일 밤 9시, 금요일 아침 9시, 토요일 정오 12시에 방송되니 그 쪽을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쪽을 이용하는 게 원래 맞고요.


[2018.05.31.] 아니게라 디둔 296.z01

[2018.05.31.] 아니게라 디둔 296.z02

[2018.05.31.] 아니게라 디둔 296.zip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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