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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5.20 :: 앨리스 죽이기 - 신은미 씨에 대해 4
  2. 2018.04.01 :: 같은 영화와 다른 인식
문화/영화 2018. 5. 20. 02:13

2015년 1월 30일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엉뚱하게 돌을 맞은 작품


레이디 가카께서 이 책이나 신은미 교수가 한 강의를 한 장 일 분이라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이 내용이 정말 일부분만 보고 신은미 교수 맘대로 끄적인 거라 판단하고 있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으신 거라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통일을 하든 화해를 하든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양 쪽에 대한 이해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신다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화해의 움직임은 조금도 없는 거라 봐도 무방하다.


 물론 이 책을 쓴 신은미 교수가 다녀간 곳들은 북조선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허용하는 자신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하는 수순으로 짜여져 있다. 의도치 않게 다른 곳에 갔다가 어떤 아이가 노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싶더니 통행금지 당한 적이 있었다는 글귀도 있었고. 당연하지 않은가? 북조선 입장에서 자기들이 무지 못 사는 장면을 보여주며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을 텐데. 그리고 신은미 교수가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관광이다. 무슨 북한 인권 조사도 아니고 그냥 북한 관광. 이런데도 신은미 교수가 일부만 보고 전체를 판단했다며 그릇된 것이라 논하고 싶은 분들은 부디 국외 여행할 때에 빈민가나 교도소(가능하면 정치범 수용소, 포로 수용소로)로 가시길 바란다. 갈 리도 없고 가게 해줄 리도 없겠지만.


 하지만 이런 제한된 상황하에서도 신은미 교수는 끊임없이 북조선 인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그런 결과 얻어낸 것이 삶의 수준의 차이만 있을 뿐 한국 사람이나 북조선 사람이나 같다는 것이다. 같은 나라 사람이었다가 갈라져서 다른 나라 사람이 된 것 뿐 사고방식도 삶도 비슷비슷하게 살고 있는 것이며 우리가 북조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 혹은 주입된 상식들이 이를 가리고 있을 뿐이라고. 이런 것들을 말한 게 종북이라... 이런 내용이 문제가 된다면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를 쓴 모니카 마시아스 씨는 종북 수준을 훨씬 넘는 것 아닌가 싶다. 북조선에서 모국어를 잊어먹을 정도로 어릴 적부터 살다가 김일성과는 아예 부녀 관계를 맺으신 분인데 성인이 되어 북조선을 나와 세계를 돌아다니다 한국에 와보니 뭐야 북조선이나 한국이나 같네라고 생각하게 된 내용이 이 책의 주내용인데 이 책에 대해서 무슨 시끄러운 일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TV조선에서 종북 인증을 하지 않아서일까?


 수꼴들이 보기에 신은미 교수가 종북으로 분류되지 않았으려면 책 처음 부분에 나온 것처럼 북조선 인민들은 북조선 정부와 당에만 충실하여 가족끼리도 서로 의심하며 피폐하게 살아가는 뿔 달린 도깨비이다라고 표현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럼 만족하며 반공의 최전선에 신은미 교수를 내세웠겠지.(진실이든 거짓이든 그런 것은 맹목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신은미 교수도 살아온 환경상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그런 어처구니 없는 곳은 아니었다고 오마이뉴스 연재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점이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고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지정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담아 이야기 모임을 가지자 원래 이름인 통일 콘서트가 아닌 '종북' 콘서트로 칠해져 버리고 고등학생이 테러를 벌이고 이 때다 하고 진행자를 잡아가고 신은미 교수는 쫒겨나고 책은 총리 말 한 마디에 추천도서에서 삭제되고...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사람들이 가장 민주주의를 부숴버리는 나라에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민주주의적인 내용인가 보다.(뭐 이런 말 하면 수꼴들 눈엔 종북좌빨이 하는 헛소리로밖에 안 뵈겠지만...) 레이디 가카와 정홍원, 테러 일으킨 고등학생, TV조선 직원들에게 책 읽고 감상문 A4용지 100장 글자크기 10 엔터 치지 말고 꽉꽉 채워 써오라고 하고 싶지만 거들떠도 안 보겠지...


 신은미 교수는 쫒겨나면서도 한반도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라고 했다. 태어난 나라와 한참 나이가 들어서야 다시 볼 수 있게 된 나라 양 쪽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겠지.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신은미 교수가 이 때 무슨 말을 했어도 한국에서의 입지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할 수가 없다. 종북 낙인은 그렇게 쉽게 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굳이 한반도 통일을 논한다. 자신을 내쫓은 모국을 위해서...

돌을 던지는 것은 대상이 강자일 때 정당성을 가질 수 있고 그 신념이 명확하고 정의로울 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신은미 교수가 맞은 돌엔 정당성이 있는가? 누군 종북좌빨 논리를 내세워 그렇다고 말하겠지만...

2017년 3월 2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결국 이 일도 최순실과 김기춘이 주무른 문화계 탄압과 연계되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위에도 써 놓았듯이 이 책은 문화관광부 추천도서였고 선정이유도 보수적인 사람이 본 북조선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걸 손바닥 뒤집 듯이 뒤집는다는 건 쉽지 않고 그 쉽지 않은 일들이 박근혜-최순실 정부 내내 일어났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일을 돌발상황으로 벌어진 사태만으로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불충분한 것 같다. 물론 신은미 씨의 입장 자체를 모두가 외면하고 있으니 감춰진 진실이 있다한들 밝혀낼 수가 있나 싶지만...



어제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 신은미 씨가 한국에서 겪은 일을 담은 영화 <앨리스 죽이기>를 보았다. 내용 자체는 잘 알고 있는 것들이기에 글을 이런 식으로 작성했다. 그냥 다시 보면서 단편적이거나 아예 <TV조선>이 뿌린 허위사실에 휘둘려 폭탄 테러를 벌이고 강연하는 곳마다 쫓아갔던 자칭 보수어버이알바연합들의 행태와 박근혜 정부의 강압적 태도에 치를 떨고 이에 힘들어 하는 신은미 씨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는 것 외엔 크게 다른 감상이랄 게 없었다. 다른 게 하나 있긴 한데 이 영화 속에서 폭탄 테러를 벌였던 청소년 인터뷰가 들어가 있다. 그 사건이 일어난 게 벌써 몇 년 전 이야기인데 이제사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딱히 보고 싶었던 것도 아니지만... 익히 알려진 바대로 그 청소년의 표정에 죄책감 같은 것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폭발이 너무 크게 일어나는 것을 염려해서 준비했던 세 통을 전부 쓰진 않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자기도 폭발에 휘말릴 것을 염려해서였을 것이다. 그 폭발을 온몸으로 막아내셨던 분은 만신창이가 된 채로 영화에 담겨있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치료를 받고 있으셨다.

신은미 씨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 자칭 보수만큼은 아니어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나도 신은미 씨를 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탈북자하고 굳이 키배를 벌여서 헛점을 보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예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라도 남북 간의 공통점을 발견하지 않으면 문재인과 김정은이 만나자 사람들이 읊기 시작한 통일 노래는 대체 어떻게 현실로 다가올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안 그래도 수십 년 동안 서로 격리되다시피 했는데 표면적으로 드러난 작은 공통점마저 버리고선 하나가 되는 과정으로 나아가겠다? 그냥 국경 그대로 놔두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처럼 제한적으로 왔다갔다만 할 거라면 모를까 그닥... -_-a(그 때도 최소한 서로 이해하려는 움직임은 있었는데...)

같이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 다른 사람 신경도 안 쓰고 수다 떨고 있던 개년도 있었고 이런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분도 계셔서 감독과의 대화 당시 울먹거리면서 소감을 말하셨는데 그런 분에게는 추천한다. 저 당시 분노했던 자칭 보수들도 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영화관에 폭탄 가지고 올지 어떻게 아나 ㄷㄷㄷ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만점에 8점. 위에 썼다시피 다 알고 있는 내용이고 그렇다고 평가를 마냥 깎아내리기엔 그런대로 잘 만들어졌다.


*<앨리스 죽이기>는 이 작품의 세 번째 제목이라 한다. 이 영화를 만든 김상규 감독이 말하길 제목만으로 A4 3장을 채웠다는데 정식개봉될 때엔 또 다른 제목이 달려서 나올지도.

**감독과의 대화에서 제목이 일본의 스릴러 문학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이 나오길래 난 <기사단장 죽이기>를 생각하고 그게 스릴러였나 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동명의 작품이 따로 있었다. 이거나 저거나 안 본 건 마찬가지...

***신은미 씨 책은 여전히 도서관에서 볼 수 있던데. 한국에서 겪으신 일에 대한 책도 내셔서 그것도 소장하는 곳이 있고. 박근혜의 행정력은 대체...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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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2018. 4. 1. 19:37


2012 대선 새누리 경선 당시 박근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 <빌리 엘리어트>를 꼽은 일이 있었고 당시 어떻게든 박근혜를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있었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이걸 깠었다. 영화의 배경이 무너져 가는 영국 탄광촌이었는데 영국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짐작할 수 있듯이 대처가 이런 상황을 만드는 데에 진두지휘를 했었다. 이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 대처를 존경한다면서 이 사람이 저지른 일이 배경으로 들어간 영화를 마냥 좋게 보고 있는 박근혜의 모습에 여러 차례 가속을 붙이며 날아가던 어이가 한 번 더 가속을 붙였던 것이다.

이런 흐름에 나도 끼어있었고 영화를 본 적도 없지만 일단 까고 봤다.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었어... 접시물에 코 박고 죽고 싶다... 그리고 그로부터 육 년, 트윗을 올린 날짜로부터는 오 년. 오늘 드디어(?) 넷플릭스에서 <빌리 엘리어트>를 봤다. 탄광촌에서 노조를 지휘하는 형과 아버지, 무용수가 꿈이었다는 이야기를 중얼거리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있고 어머니는 돌아가신 가정에서 자라고 있던 주인공이 우연히 발레를 접하게 되고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마초적인 형과 아버지 몰래 이를 배워가다가 주인공의 자질을 눈여겨 보며 왕립 발레학교 입학시험을 볼 것을 권하는 선생님, 이를 알아차리고 반대를 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뭐 보통 이런 영화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실 영화 전체가 주인공이 춤을 배우고 갈등 중에서도 춤을 추고 자신이 처한 환경을 고민하는 성장 스토리 방식이다. 그러니 박근혜도 "어린아이가 고난을 이기면서 훌륭한 발레리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고 설명하고 "그렇게 어려움이 있고 부모님이 반대를 하고 주변 사정도 어려운데, 역시 자기가 좋아하고 소질을 타고나니까 '끝내는 그 길을 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하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어머니는 돌아가셔서 계시지 않고 주인공이 어머니를 그리워 하는 장면도 꽤 나오지만 박근혜는 "부모님"이라고 하는 영화를 본 건가 의심스럽게 하는 단어를 꺼낸다... 육영수가 그리워서 머리도 매일 그렇게 만졌다면서 왜? 나도 영화를 보면서 이런 방식의 영화를 박근혜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봤다면 대처 정부와 광산 노조 간의 갈등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영화 내내 반복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있다.



광산 노조가 버스를 향해서 손가락질을 하고 달걀을 던지는 장면이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지만 나중에 보면 주인공의 아버지도 이 버스에 타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광산 노조가 자본에 대항해 파업을 하는 한편 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노동자들도 있었다.(물론 이런 현상은 노동자와 자본의 대립에서 항상 일어난다.) 그 노동자들이 노조의 출근 저지를 뚫을 수 있도록 버스에 타고 출근을 했던 것이다. 이걸 또 버스가 통과할 수 있도록 경찰이 사이에서 버티고 있는 거고... 주인공의 형뿐만이 아니라 아버지도 노조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지만 당장 집안의 형편 때문에 주인공의 꿈이 꺾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아버지가 저 버스에 탄 것이고 이걸 알게 된 형이 아버지를 극구 말리면서 간신히 되돌려 세우게 된다. 박근혜가 이 영화를 봤다면 이 장면 또한 봤을 텐데 보면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 걸까? 

하긴 생각해보면 박정희 때 워낙 서슬이 퍼랬기 때문에 세우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노동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반정부 운동이었다. 이런 노조가 학생운동과 맞물리면서 결국 민주화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이런 민주화 후에 박정희의 위신은 많이 깎여내려갔다. 아버지가 있을 때에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완전히 적이 되었다. 그러면 노조에 대해서 어떤 동정을 품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럼 뭐 영화 내에서 노조와 관련된 내용은 그냥 패싱해 버렸을 가능성이 높다. 심한 경우엔 집안 형편이 엉망인데도 일은 안하고 이상한 곳에나 들락거리는 아버지와 형 밑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는 불우한 아동으로 봤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럼 뭐 위에서 인용한대로 그냥 성장 스토리가 되는 거지... 

결국 사람은 같은 걸 봐도 각자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보게 되고 듣고 싶은 걸 듣게 된다. 성장 과정에 따라 속해 있는 집단에 따라 쌓아온 지식에 따라 다르게 접하게 된다. 이 영화와 박근혜의 감상은 그런 것을 반영했을 뿐인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박근혜가 무식하다는 증거 중 하나에 불과하거나.

물론 영화 자체는 좋다. 그러니 박근혜도 본 척을 했겠지.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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