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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1.07 :: 단팥빵의 행방불명
목동에 갈 때 곧잘 가던 빵집에서 빵을 사려고 거리를 둘러봤는데 빵집이 보이지 않았다. 척 봐서 안 보일 정도로 작은 가게도 아니고 거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는 가게이다. 하지만 그 가게 대신 보인 건 이 풍경이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그 빵집이 첫 번째 가게였는지 두 번째 가게였는지도 헷갈린다. 이용하는 곳은 아니지만 곧잘 지나쳤던 서점이 없어지고 커피전문점이 생기는 광경을 목격한 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젠 곧잘 이용하던 빵집이 사라지고 커피전문점이 생겼다. 거기에서 사먹었던 맛있는 단팥빵과 고로케들도 커피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말았다.
거리가 점점 단조로워짐을 느낀다. 다양한 가게들 대신 다양한 제품을 일괄적으로 판매하는 편의점이 늘어나고 다양한 커피를 똑같이 판매하는 커피전문점이 늘어난다. 여기에서 세 가게가 늘어서 있는(가운데 가게는 토스트라고 적혀있지만 커피도 판매하고 있다.) 것도 당황스럽지만 여기에서 왼쪽을 조금만 돌아보면 건너편에 커피전문점이 바로 두 곳이 보인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빽다방이라는 방송을 완전히 휘어잡은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 보인다. 그리고 그 위엔 스타벅스가 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커피전문점들이 넘쳐난다. 도대체 이런 광경을 이루게 하는 수요는 다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커피를 한 잔 만드는 데에 백 리터가 넘는 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그저 무색해 보인다. 수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되도록 강요하는 것을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수요가 되도록 강요받은 것이 아니라며 이유를 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현상이 진행된 결과 길거리가 점점 더 재미없는 거리로 변해가는 것에 누가 어떤 이유를 댈 수 있을지 나로선 잘 모르겠다. 세상이 변했다는 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갈 때 나올 수 있는 말이지 이런 것을 보며 나올 수 있을까?
이런 말이 그저 나의 입장만을 주장할 뿐 다른 사람의 입장과는 상이해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일까? 역시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아서 문을 닫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 그 가게들이 없어지고 생겨난 커피전문점엔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무력함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