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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3.30 :: 매국노가 생각하는 매국노
매국노란 뭘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해보았다. 사전적으로는 다른 나라에 자신이 속한 나라를 팔아먹어서 자신의 이익을 채운다는 뜻으로 한국 역사상 매국노가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조선 말일 것이다. 조선 자체가 일본에 넘어갔음에도 많은 관리들이 새로 달 훈장을 만드느라 바빴다는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미 끝난 게임에 저항하는 사람보다는 어떻게든 줄을 이어 달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이후로 나오는 앞잡이 같은 사람들은 이런 매국노들의 활동에서 나온 부산물들이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매국노는 방향이 전혀 다른 것 같아 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주 전 뉴스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안산의 발언과 관련된 이야기다. 일본풍으로 꾸며놓은 가게 사진에 매국노라는 글귀를 적어 공유했다가 난리가 나자 공인으로서 조심했어야 했다는 말을 하며 삭제했다. 우선적으로 남의 가게에 마녀사냥을 촉발시키는 것이 공인이 아니면 해도 되는 행위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매국노가 맞다며 난리를 피우는 것을 보고 더 의문이 들었다. 자신이 보기에 매국노로 보였다는 말 같지도 않은 말 외에 토리이 같은 걸 장식해 놓았으니 매국노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그러니깐 토리이가 일본에서 영혼, 일본 귀신들을 신사로 불러들이는 데에 쓰였으니 그런 걸 한국에 놓았으면 매국노라는 이야기였는데 일본 귀신들이 뭔 비행기를 타고 오는 것도 아니고 한국 땅에 놓여져 있다고 거기로 오는 건지... 그냥 그 곳 자체가 다양한 외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곳이라던데 거기에 맞춰서 열심히 장식해 놓은 게 매국노라면 태국 쪽으로 장식했다면 한국을 태국에게 파는 건가? ㅋㅋㅋ
게다가 이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윤석열 지지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윤석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 사람의 자유지만 윤석열 지지했으니 매국노라 부르는 게 정당하다는 식의 논리는 뭘까 싶었다.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일까? 그냥 일본에서 자주 쓰이는 비국민 표현을 쓰기 싫어서 매국노라고 하는 게 아닐까 싶어졌다. 편가르기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은 한국에서 이런 게 대상이 안 되면 섭하지.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안산이 그렇게 말했으니 옳다는 말은 그냥 헛소리. 양궁 잘한다와 그 사람의 말이 옳다가 어떻게 연결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혹자는 안산이 반페미니즘 세력의 표적이 되어있어서 이번 발언이 논란이 된 거라 하는데 특정세력의 표적이 된 것과 그 발언이 옳은가는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논리야, 놀자> 시리즈 아직도 판매되고 있던데 그거나 한번 들춰보심이...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데 난 그 전의 안산의 발언이나 외모에 대해 문제점을 느낀 적이 없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왜 저러는 건지 이해를 못했던 사람이다.)
다시 돌아와 보면 결국 매국노라는 것이 뭔지를 모르겠다. 한일 간의 역사 문제가 계속 질질 끌리고 있는 점이 있지만 형식상으로는 사죄와 화해를 한 상황이며 한국과 일본은 현재 적국이 아니고 수교하는 국가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 이루어졌던 문화 개방도 이젠 이십 년이 훌쩍 넘었다. 그런 나라의 문화를 흉내내었다고 해서 매국노라면 다른 어느 나라로 꾸민다 해도 매국노가 되는 건가? 조선 말에 행해졌던 제국주의 열강의 수탈 그런 건지...(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김대중 정부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일본 문화를 접하기 엄청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2000년대 이후의 기억 밖에 없으신 분들은 지금 국내에서 팔리는 일본 문화와 관련된 상품들이 모두 자취를 감추고 어딘가 잘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만 소량 밖에 구입할 수 없는 걸로 받아들이면 대충 맞다.) 정말 이런 행위가 매국노라면 공항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몸으로 막기라도 해보심이 어떨지. 정말 일본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들은 다 그 비행기에 타고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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