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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28 :: 친구들: 숨어있는 슬픔 - 손을 내밀기
문화/영화 2018. 4. 28. 01:03

어떤 사건을 다룰 때에 사람들은 보이는 것에 치중하게 된다. 안 보이는 것을 일일이 찾을 수 없는 노릇이고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보이는 것에 치중하고 만다. 그런 것에 치중하지 않으면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객관적인 사실도 있고...

이 영화는 세월호 사건 당시 사망한 단원고 학생들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정혜신 박사님이 이 친구들을 모으고 또래의 연령대에 해당하는 청소년~20대 초반 청년들을 모아 공감기록단(공기단이라는 약칭으로 자주 부른다)을 구성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 이야기를 영화 등 기록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을 담았다.

사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여태까지 나왔던 세월호 사건 유족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못해줘서 미안해가 주를 이루는... 하지만 유족들과 친구들의 입장은 크게 달라진다. 유족들은 가족이니 그러려니 생각하는 면이 있지만 친구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왜 그렇게까지 슬퍼하는데?"라는 생각을 쉽게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반면에 친구들은 자기 입장에서 둘도 없다시피 했던 친구들을 떠나보냈다는 사실에 강하게 매이게 된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가정의 존재가 점점 작아지고 그만큼 다른 곳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들어주는 것은 같은 청소년, 세월호 사건 당시 청소년이었던 청년들이다. 친구들과 비슷한 성장기에 놓여있는 세대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과정도 많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싶다. 비슷한 세대인 친구를 잃어버렸으니 당연히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할 기회를 가지는 게 더 힘들었을 텐데 이런 생각까지 이른 어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도 든다. 

친구들 이야기에 대한 감상을 공기단이 이야기해보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공기단 쪽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세월호 사건만큼의 일은 아니어도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남겼던 일들을 고백하며 친구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는지, 자신이 참여한 의미가 어떤 것인지 끌어내었고 이것을 들은 친구들이 다시 이에 대한 피드백을 남긴다. 왜 이렇게까지 참여하는 건지 조금 의심이 들었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알겠다는 말과 함께. 단순한 봉사활동을 넘어서 친구들과 공기단 사이에 다리를 놓는 과정이 성공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이 진행을 맡은 정혜신 박사님의 진정한 의도였고 영화의 핵심이었다.

공감이나 치유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다. 많은 경우 겉핥기에 불과할 수 있고 심한 경우 도리어 더 깊은 상처를 낼 수도 있다. 이 상처를 감당해내려면 사람은 더욱 깊은 곳으로 파고들 수 밖에 없다. 친구들 중에서 이번 과정을 통해 방 같은 공간을 벗어나 더 넓은 곳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런 것일 것이다. 사람들이 제대로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기에 맞잡을 수 없었고 그만큼 좁은 공간에 갇힌 것처럼 살아야 했던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친구들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마음 속에 좁은 공간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갇혀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점은 10점 만점에 9.5점. 거창하게 늘어놓고선 뭔 점수를 깎는 거냐 싶기도 한데 만점으로 치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영화진흥위원회 기록 상으로는 공동체 상영회 한번 한 뒤로 정식 개봉이 아직 안 된 것 같다. 내가 본 것도 인디서울 2018을 통해서인데 4월 상영작이라 며칠 있으면 상영이 끝나는 걸로... 정식 개봉이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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