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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24 :: 임산부도 죄가 없다. 권리가 있을 뿐이다
http://www.womennews.co.kr/news/view.asp?num=142190
요즘 김승섭 교수가 쓴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라는 책을 보고 있다. 많은 사회적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약자들의 건강상태가 이들이 처한 상황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이를 개선하려면 어떤 점을 고쳐야 되는지 상세히 서술한 책인데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낙태에 관한 것이다.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정권이 여성들의 낙태를 금지하고 의무적인 출산수를 정해놓는 등 엽기적인 산아정책(?)을 내놓은 이야기는 유명하지만 여기에서도 유독 임산부들이 겪었어야 될 고통보다는 아이가 너무 많아져서 나라가 망하다시피 한 나머지 정권이 무너졌습니다 끝으로 마무리를 짓는 경향이 큰데 임산부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통계가 있다. 임신 중이나 출산 후 7주 이내로 사망할 확률인 모성 사망비이다. 차우셰스쿠 정권이 낙태를 금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들이 그저 슴풍슴풍 아이를 낳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자들은 낙태를 할 방법을 찾게 되었지만 제대로 된 수술에 의한 낙태를 할 수 없으니 불법시술이나 아니면 그냥 무식한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출산을 하면 하는대로 문제이다. 산아가 자연스럽게 급증할 수밖에 없으니 제대로 된 산부인과 환경 속에서 출산을 하는 것이 힘들고 그 결과 병을 얻거나 낙태법 시도로 인한 후유증으로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모성 사망비는 차우셰스쿠 정권이 망한 뒤로 급감하게 되면서 이 정책(?)이 얼마나 악영향을 미쳤는지가 증명되게 된다.
한국에서는 병원 자체가 그렇게 위생적이지 못하다거나 하지는 않으니 이런 위험까지 감수하지는 않게 되지만 여전히 많은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은근슬쩍 해주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게 된다. 가출 청소년의 경우 많은 여성 청소년이 또래의 남성 청소년, 혹은 성인 남성에 의해서 임신을 하게 된다. 안 그래도 돈이 없어서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다가 그런 일을 겪게 되었는데 막상 어디에서 큰 돈을 구할 수도 없을 경우 선택지는 그렇게 많지가 않다. 그럼 더욱 청소년의 몸이 망가질 확률이 높다.
http://v.media.daum.net/v/20180523010056151
거참 웃으면서 개소리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앞서도 말했지만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정작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임산부 쪽의 의사가 전혀 이야기되지 않는다. 낳을지 안 낳을지에 대한 선택을 하는 것이 마치 죄악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열 달을 몸 속에 품어야 하고 낳아야 하고 결국 기르는 과정까지 임산부의 몫인데 그걸 무시하는 듯 생명이므로 낳아야 된다는 이야기를 저런 식으로 꺼낸다. 가출 청소년의 경우에도 집으로 돌아간다 한들 선택지는 많지가 않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됨으로써 청소년 당사자에게 주어지는 선택지가 없어진다. 낙태를 하거나 아이를 낳아도 자신의 아이로서 기를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고 이 선택은 청소년의 보호자가 하게 되니깐.(천종호 저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참고)
자해를 한다면 모를까 자신의 몸 상태를 자신이 결정할 권리를 계속해서 부정하는 것은 결국 가부장제적 논리가 지금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딸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낙태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했던 옛날이나 고령화 시대나 (임산부의 소중함은 내팽게친)생명의 소중함을 논하며 무조건 낳아라를 외치는 지금이나 똑같은 상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최근 낙태죄 사례도 "상대 남성의 집안의 대를 이을 아이를 임신했는데 이를 낙태하자 남성이 낙태죄로 고발해 처벌된" 경우이다. 낙태뿐만이 아니라 출산 과정에서도 임산부 본인의 의사가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제왕절개냐 자연분만이냐... 당연하다시피(?) 제왕절개로 낳으면 많은 불이익이 있을 거라 협박이 나돌고(물론 근거는 빈약...) 자연분만으로 해야 한다는 강압이 따른다. 임신을 하기 전부터 출산 후까지 자기 의사에 따라서 결정하는 경우는 아마 성인 미혼모 정도밖에 없지 않을까...(물론 이 경우도 경제적 문제에 따라 좌우된다.)
책임의 문제는 충분히 차고 넘칠 정도로 임산부 쪽이 지게 된다. 물론 아이의 아버지가 혼자서 기르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이고 대부분 아이의 어머니 쪽이 혼자서 기르게 된다. 가출 청소년 같은 경우 누가 아버지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흔하고 누군지 안다 해도 찾아보면 보이지를 않는다. 가출 청소년 같은 경우가 아니라고 해도 남자 쪽이 확실하게 책임을 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데 저 기사에 나오는 이야기는 여자 쪽이 책임을 지지 않으니 낙태가 발생한다고 한다. 아니 그 낙태 과정에서부터 여자는 상당한 부담을 가지게 되는데 뭔 헛소리를 공개적으로 하시는 건지...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태아의 경우도 생각해 보면 어거지로 낳았을 경우 (특히 저 분이 말하는 강간의 경우)부부 간의 분담을 생각할 수 없으니 산모가 독박을 써야 한다.(물론 평범하게 결혼을 한 경우에도 그럴 확률이 높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울 경우 무언가를 제대로 챙겨주기 더 힘들어진다. 임신했을 때에도 제대로 챙겨주기 힘든 상황을 견뎌내야 하는데 태어난 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 1945년 네덜란드 기근 시기에 태아였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해 본 결과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세 배, 조현증에 걸릴 위험은 2.6배로 나오는 등 상당히 유의미한 수치로 위험성을 나타내었다.(<아픔이 길이 되려면> 중에서) 딱히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정권 같은 상황이 아니어도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태어난 아기는 불행해질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무조건 낳아서 기르면 행복할 것이다라... 당사자 두 명이 이미 행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와있는데 저 교수님은 뭘 본 것일까? 아니 뭐 보지를 않았겠지.
간단히 말해서 너네가 대신 낳아주고 길러줄 것도 아닌데 뭘 강요하거나 한다고 해서 들을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꼰대이다. 뭐 대단한 이야기를 보고 이 글을 끄적이고 있는 것도 아니니 결론도 그냥 대단하지 않게 내는 게 맞을 것 같다.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왜 자기들의 잣대로 재려 드는 건지...
*쓰고 나서 보니 여성의 아픔을 이야기한 걸로 인용한 책들은 둘 다 남자가 쓴 책이고 저 헛소리를 하는 분은 여자네... 인권문제를 가지고 성별 따지는 것도 그렇지만 명예남성이라는 것이 정말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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