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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20 :: 앨리스 죽이기 - 신은미 씨에 대해 4
2015년 1월 30일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엉뚱하게 돌을 맞은 작품
레이디 가카께서 이 책이나 신은미 교수가 한 강의를 한 장 일 분이라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이 내용이 정말 일부분만 보고 신은미 교수 맘대로 끄적인 거라 판단하고 있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으신 거라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통일을 하든 화해를 하든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양 쪽에 대한 이해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신다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화해의 움직임은 조금도 없는 거라 봐도 무방하다.
물론 이 책을 쓴 신은미 교수가 다녀간 곳들은 북조선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허용하는 자신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하는 수순으로 짜여져 있다. 의도치 않게 다른 곳에 갔다가 어떤 아이가 노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싶더니 통행금지 당한 적이 있었다는 글귀도 있었고. 당연하지 않은가? 북조선 입장에서 자기들이 무지 못 사는 장면을 보여주며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을 텐데. 그리고 신은미 교수가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관광이다. 무슨 북한 인권 조사도 아니고 그냥 북한 관광. 이런데도 신은미 교수가 일부만 보고 전체를 판단했다며 그릇된 것이라 논하고 싶은 분들은 부디 국외 여행할 때에 빈민가나 교도소(가능하면 정치범 수용소, 포로 수용소로)로 가시길 바란다. 갈 리도 없고 가게 해줄 리도 없겠지만.
하지만 이런 제한된 상황하에서도 신은미 교수는 끊임없이 북조선 인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그런 결과 얻어낸 것이 삶의 수준의 차이만 있을 뿐 한국 사람이나 북조선 사람이나 같다는 것이다. 같은 나라 사람이었다가 갈라져서 다른 나라 사람이 된 것 뿐 사고방식도 삶도 비슷비슷하게 살고 있는 것이며 우리가 북조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 혹은 주입된 상식들이 이를 가리고 있을 뿐이라고. 이런 것들을 말한 게 종북이라... 이런 내용이 문제가 된다면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를 쓴 모니카 마시아스 씨는 종북 수준을 훨씬 넘는 것 아닌가 싶다. 북조선에서 모국어를 잊어먹을 정도로 어릴 적부터 살다가 김일성과는 아예 부녀 관계를 맺으신 분인데 성인이 되어 북조선을 나와 세계를 돌아다니다 한국에 와보니 뭐야 북조선이나 한국이나 같네라고 생각하게 된 내용이 이 책의 주내용인데 이 책에 대해서 무슨 시끄러운 일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TV조선에서 종북 인증을 하지 않아서일까?
수꼴들이 보기에 신은미 교수가 종북으로 분류되지 않았으려면 책 처음 부분에 나온 것처럼 북조선 인민들은 북조선 정부와 당에만 충실하여 가족끼리도 서로 의심하며 피폐하게 살아가는 뿔 달린 도깨비이다라고 표현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럼 만족하며 반공의 최전선에 신은미 교수를 내세웠겠지.(진실이든 거짓이든 그런 것은 맹목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신은미 교수도 살아온 환경상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그런 어처구니 없는 곳은 아니었다고 오마이뉴스 연재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점이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고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지정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담아 이야기 모임을 가지자 원래 이름인 통일 콘서트가 아닌 '종북' 콘서트로 칠해져 버리고 고등학생이 테러를 벌이고 이 때다 하고 진행자를 잡아가고 신은미 교수는 쫒겨나고 책은 총리 말 한 마디에 추천도서에서 삭제되고...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사람들이 가장 민주주의를 부숴버리는 나라에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민주주의적인 내용인가 보다.(뭐 이런 말 하면 수꼴들 눈엔 종북좌빨이 하는 헛소리로밖에 안 뵈겠지만...) 레이디 가카와 정홍원, 테러 일으킨 고등학생, TV조선 직원들에게 책 읽고 감상문 A4용지 100장 글자크기 10 엔터 치지 말고 꽉꽉 채워 써오라고 하고 싶지만 거들떠도 안 보겠지...
신은미 교수는 쫒겨나면서도 한반도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라고 했다. 태어난 나라와 한참 나이가 들어서야 다시 볼 수 있게 된 나라 양 쪽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겠지.
돌을 던지는 것은 대상이 강자일 때 정당성을 가질 수 있고 그 신념이 명확하고 정의로울 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신은미 교수가 맞은 돌엔 정당성이 있는가? 누군 종북좌빨 논리를 내세워 그렇다고 말하겠지만...
2017년 3월 2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결국 이 일도 최순실과 김기춘이 주무른 문화계 탄압과 연계되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위에도 써 놓았듯이 이 책은 문화관광부 추천도서였고 선정이유도 보수적인 사람이 본 북조선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걸 손바닥 뒤집 듯이 뒤집는다는 건 쉽지 않고 그 쉽지 않은 일들이 박근혜-최순실 정부 내내 일어났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일을 돌발상황으로 벌어진 사태만으로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불충분한 것 같다. 물론 신은미 씨의 입장 자체를 모두가 외면하고 있으니 감춰진 진실이 있다한들 밝혀낼 수가 있나 싶지만...
어제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 신은미 씨가 한국에서 겪은 일을 담은 영화 <앨리스 죽이기>를 보았다. 내용 자체는 잘 알고 있는 것들이기에 글을 이런 식으로 작성했다. 그냥 다시 보면서 단편적이거나 아예 <TV조선>이 뿌린 허위사실에 휘둘려 폭탄 테러를 벌이고 강연하는 곳마다 쫓아갔던 자칭 보수어버이알바연합들의 행태와 박근혜 정부의 강압적 태도에 치를 떨고 이에 힘들어 하는 신은미 씨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는 것 외엔 크게 다른 감상이랄 게 없었다. 다른 게 하나 있긴 한데 이 영화 속에서 폭탄 테러를 벌였던 청소년 인터뷰가 들어가 있다. 그 사건이 일어난 게 벌써 몇 년 전 이야기인데 이제사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딱히 보고 싶었던 것도 아니지만... 익히 알려진 바대로 그 청소년의 표정에 죄책감 같은 것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폭발이 너무 크게 일어나는 것을 염려해서 준비했던 세 통을 전부 쓰진 않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자기도 폭발에 휘말릴 것을 염려해서였을 것이다. 그 폭발을 온몸으로 막아내셨던 분은 만신창이가 된 채로 영화에 담겨있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치료를 받고 있으셨다.
신은미 씨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 자칭 보수만큼은 아니어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나도 신은미 씨를 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탈북자하고 굳이 키배를 벌여서 헛점을 보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예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라도 남북 간의 공통점을 발견하지 않으면 문재인과 김정은이 만나자 사람들이 읊기 시작한 통일 노래는 대체 어떻게 현실로 다가올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안 그래도 수십 년 동안 서로 격리되다시피 했는데 표면적으로 드러난 작은 공통점마저 버리고선 하나가 되는 과정으로 나아가겠다? 그냥 국경 그대로 놔두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처럼 제한적으로 왔다갔다만 할 거라면 모를까 그닥... -_-a(그 때도 최소한 서로 이해하려는 움직임은 있었는데...)
같이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 다른 사람 신경도 안 쓰고 수다 떨고 있던 개년도 있었고 이런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분도 계셔서 감독과의 대화 당시 울먹거리면서 소감을 말하셨는데 그런 분에게는 추천한다. 저 당시 분노했던 자칭 보수들도 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영화관에 폭탄 가지고 올지 어떻게 아나 ㄷㄷㄷ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만점에 8점. 위에 썼다시피 다 알고 있는 내용이고 그렇다고 평가를 마냥 깎아내리기엔 그런대로 잘 만들어졌다.
*<앨리스 죽이기>는 이 작품의 세 번째 제목이라 한다. 이 영화를 만든 김상규 감독이 말하길 제목만으로 A4 3장을 채웠다는데 정식개봉될 때엔 또 다른 제목이 달려서 나올지도.
**감독과의 대화에서 제목이 일본의 스릴러 문학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이 나오길래 난 <기사단장 죽이기>를 생각하고 그게 스릴러였나 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동명의 작품이 따로 있었다. 이거나 저거나 안 본 건 마찬가지...
***신은미 씨 책은 여전히 도서관에서 볼 수 있던데. 한국에서 겪으신 일에 대한 책도 내셔서 그것도 소장하는 곳이 있고. 박근혜의 행정력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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