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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09 :: "너희는 틀렸다"가 답일까?
충격적인 사실(?)
넷플릭스에서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라는 영상을 봤다. 난데없이 세를 불려나간 평평한 지구설, Flat Earth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나름 자기들의 주장이 어떻게 타당한지를 설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파헤쳐봐도 근거없는 주장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 모습이 같이 담겨져 있다. 과학자들의 틀에 박히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사고방식(?)에 따라 알아낸 것뿐만이 아니라 평평한 지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직접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지구가 평평한지 둥근지 알 수 있을 거라며 꽤 타당한 관측방식을 동원해서 알아보려고까지 하고 결과는 안타깝게도(?) 둥근 지구를 지지해준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꺾인다면 이렇게 퍼질 것도 없었다. 어디까지나 다양한 결과가 있다 주장하며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이 작품을 보며 사람들이 따뜻한 시선을 가졌다고 느끼는 것도 이런 측면이다. 기본적으로 평평한 지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주장하다가 가족이나 친구 등과 사이가 멀어졌지만 평평한 지구를 주장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과 더할 나위 없는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 하찮은 근거(?)로 이 유대를 버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 유대가 서로 다른 평평한 지구론(...)을 가진 사람들끼리 다시 불화를 낳는다 해도 불화를 겪으며 비슷한 평평한 지구론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더욱 끈끈한 유대를 가지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사람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심한 공격을 받게 되며 위에 나오는 패트리시아 스티어 씨는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음모론에 시달리기까지 한다. 자신에 대한 음모론이 기존 음모론이 퍼졌던 방식과 별반 차이없는 모양새로 퍼져나가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평평한 지구에 대한 믿음도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지만 결국 이를 부정하며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 단정하고 다른 친한 평평한 지구 신봉자와 함께 나사 진공작전(?)을 펼친다.
잃을 것 없는 패기의 <시사IN>에서 한국 20대 남자들이 어떤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대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연령층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여 무려 삼 주에 걸친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 의하면 20대 남자들은 언뜻 생각하면 나이에 의한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은 30대 남자들과도 성별에 대한 사고방식이 무지막지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30대 남자들도 여성에 대한 성차별 의식에 문제를 많이 안고 있지만 그래도 30대 남자들은 한창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려고 사람들이 나서고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받던 시대를 겪었던 연령층인데 비해서 20대 남자들은 이런 고정관념 타파가 도리어 양성 간의 벽을 쌓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를 보내야 했다.(이건 내 생각) 각자의 시대를 겪은 결과 20대 남자들 중 무려 25.9%가 다른 연령층이나 성별에서는 그다지 보이지 않았던 성차별 의식이 가장 극심한 지대로 여겨지는 곳에 몰리며 이런 성차별 의식이 자신들이 무의식적으로 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모순을 일으킨다 해도 절대적으로 '지금 시대에 성별 간의 차이란 없는데 여자들이 난리를 치는 것뿐'이라는 사고방식을 맹종하게 된다. <시사IN>의 이 기사에서 기자는 현실보다 인터넷에 비춰진 모습을 기반으로 하기에 사고방식이 고정된 것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렇다.
앞서 30대 남자들이 본 사회의 변화과정은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이 일정 루트로 고정되어 있었다. 인터넷을 어린 시절에 접하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환경이 아닌 홈페이지, 게시판 위주의 사이트들이 주였고 이런 사이트들이 기초하는 글은 신문 기사가 주가 되는 상당히 정형화된 글이었다. 이에 비해 지금 트위터와 페이스북, 나무위키 등에서 소통하는 방식은 정형화된 글이 아닌 각자의 수다이다. 고정되었던 일정 루트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보원이 나오게 되었다. 좋게 말하면 집단지성, 평범하게 말하면 전문가 불신주의... 이런 다양한 정보원에서 나오는 수다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정보원과 비슷한 연령대,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지게 된다. 예전 네트워크 커뮤니티의 당연한 모습처럼 여겨졌던 카페처럼 어떤 주제를 가지고 모이는 환경이 쇠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별 같은 한 쪽 성이 다른 쪽 성을 잘 알 수 없는 주제를 가지고 떠들기 시작한다면 갈등을 부추길 수밖에 없게 된다. 다른 쪽 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에 대한 설명이나 정정을 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사이트를 남초 여초로 나누는 것 자체가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지 않나 싶다.) 다르게 말하면 자신들의 신상이 주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으려나... 여기에다가 지금 같은 시대에 남성 기득권이라고 하면 젊은 층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기본적으로 젊은 층들이 계속해서 부딪히게 되는 난관이 있고 좌절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상황에서 자기들이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면 뭐라는 건지 알 수 없게 되는 것도 외면하기 힘든 현실이다. 인터넷에서 보이는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편안한 연결고리와 이 연결고리를 무너뜨리려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연결고리, 현실에서는 자기들이 억눌리고 있는데(또는 그렇게 느껴지는데) 인터넷 기사에서 그렇지 않다며 자신들을 가르치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면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271264
우리가 바른 미래를 향해 노를 저을 테니 따라와주세요 ^^(?)
이런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거리로 나온 넷우익>이 생각났다. 사쿠라이 마코토(이 분 아직도 비슷하게 활동하나...)의 딱히 근거없는 선동이 차별을 받았으면 받았지 특혜를 받은 건 없다시피 한 재일조선인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아 재특회(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의 약자...)를 만들고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에서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책 속 배경으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이런 차별은 더욱 심해졌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19470&isPc=true
하지만 이 재특회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 또한 자신들이 억눌렸다고 생각하고 재특회를 통해 활동을 할 때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모습이 책 속에서 그려진다. 사쿠라이 마코토부터가 그를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걔가 그런 활동을 할 만한 애였나?"하는 말을 꺼낼 정도로 조용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그에게 마이크를 잡을 기회가 오자 이런 수준의 선동가를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격렬해 진다. 책에서는 많이 알려진 행동 외에 결국 정확한 배경을 짚어내지 못하지만 이 사람도 결국 위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었지 않을까 싶어진다. 심지어 여기엔 재일조선인도 포함된다. 어느 정도 성공한 재일조선인 그룹에 끼지 못하게 되면서 자신이 속한 집단에 특권 같은 게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특권에 반대한다 외쳤던 사람이 있다. 책에선 이런 단체를 이용한 것 아니냐 하는 질문을 부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결말이 나지만 모순을 알면서도 이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의 심정은 유대를 원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런 재특회가 그렇게 공격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재일조선인들이 재일조선인 학교가 공격당하자 이에 대항해 똘똘 뭉치는 모습에 대한 감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 하시모토는 이렇게 생각했다 '재일 코리안이 마냥 부러웠다' "우리한테 없는 것을 그 녀석들은 다 갖고 있는 것 같았어요. 생각해 보면 우리는 시민 단체라고 말하고 있지만 지역 사람들을 위해 나설 수 있을까? 가족과 어깨동무하고 적에게 맞설 수 있을까? 아니, 출신 초등학교를 위해서 달려갈 수 있을까? 모두 '노'였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알게 된 동지 말고는 연대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 싸움은 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 P.277
마냥 까는 것은 쉽다. 자기 집단보다 다른 집단을 비판할 거리를 찾는 것이 훨씬 쉽다고 하니깐... 나도 이 글을 쓰려고 생각할 당시엔 어떻게 하면 잘 깔까 생각했는데 장작을 모아보니(?) 이런 식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이런 집단을 대하는 컨텐츠,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오는데 "우리 잘못이 없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상당히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학교에서 흔히들 겪는, 왜 학교에 오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수업에 관심없는 애들에게 아무리 수업을 잘 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정리한 것들이 이 생각에 대한 답이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까지 답답해 할 수만도 까고만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니 뭐, 결국 계속 답답해 하고 까고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손을 놓게 된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눈이라도 응시하고 있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당연한 사실을 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헌신해 왔는데 중얼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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