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하라 미노리 성우를 처음으로 알았던 건 상당수의 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에서였다. 애니메이션이 상당한 붐을 일으키면서 여기에 참여했던 성우들의 주가도 상당히 올랐으며 히라노 아야 성우가 가장 큰 덕을 보았지만 못지 않게 이 애니메이션이 전환점이 되었던 쪽이 치하라 미노리 성우였다. 나의 경우 치하라 미노리라는 성우가 있다는 걸 정확히 인식한 것은 <스즈미야 하루히> 공연에서였다. 밤중에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문득 깼을 때 아직 영상이 틀어져 있는 도중이었고 거기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게 치하라 미노리 성우였고 지금 생각해 보면 뭐 그런 춤을 추었던 건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무대에서 노래를 열심히 부르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 속에 많이 남겨져 있다. <스즈미야 하루히> 애니메이션에 나온 성우들이 가는 길을 전부 밟으려 한 노력도 있었긴 했지만 그 때 그 영상을 보지 않았다면 아마 그렇게 길게 가진 않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치하라 미노리 성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좋아하게 된 이유는 치하라 미노리 성우의 긍정적인 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건 치하라 미노리 성우와 일하던 사람들도 동의하는 것으로 3편까지 나왔던 <Message>에도 잘 나와있다.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힘이 넘치는 가창력으로 공연을 하면서 매년 여름마다 공연을 하고 애니멜로 섬머 라이브에도 단골로 참여했고 팬과의 호응이 좋아서 이벤트마다 참여도도 높았고 한때 팬들의 결혼식에 치하라 미노리 성우가 직접 노래를 불러주기까지 했을 정도니깐 겉치레 홍보 같은 말이 아니라 치하라 미노리 성우의 노래를 통해 사람들이 힘을 얻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내가 여태까지 치하라 미노리 성우 음반을 듣지 못해 여기저기 뒤지고(https://aglowfly.tistory.com/19) 블로그를 계속 번역하다가 제풀에 지쳐버리고 했던 것도 다른 팬들이 느꼈던 감정과 별반 차이가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치하라 미노리 팬으로 있으면 힘을 얻을 수 있고 지지를 보낸만큼 이 힘은 더욱 커지는 상호작용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치하라 미노리 성우 신변에 일이 발생한 걸 안 것은 다른 사람보다 열흘 이상 지난 뒤에서야였다. 치하라 미노리 성우 라디오도 radio minorhythm 종료 이후 miss sunshine을 들어봤자라 생각해 안 듣고 있었고 블로그는 계속 안 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트위터는 리스트 기능을 활용해 챙기고 있었지만 그나마도 블로그에 관심이 없으니 블로그 공유 트윗도 그냥 지나쳤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나중에서야 치하라 미노리 성우가 블로그에 "여러분께"(https://t.co/ALf8TiTZi5?amp=1)라는 글을 올린 걸 알았고 여기에서 치하라 미노리 성우가 정확히 뭔 말을 하는 건지 이해를 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기사를 찾아봤다.(https://t.co/jOjBD1Ked7?amp=1) 헬스 트레이너와 교제를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전에 들었고 블로그에 공개를 했으니 별 문제가 될 것도 없는 상황에서 뭐가 더 나오는 건가 했는데 그 전에 무로야 코우이치로우와 연애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보였다. 상당히 의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될 게 있나 싶었는데 무로야 코우이치로우가 유부남인 상태에서 연애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한다. 기간은 육 년...
치하라 미노리 성우가 개인으로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걸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상대가 결혼을 했고 자식도 있는 상황이라면 달라진다. 팬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결혼식에서 노래도 불러주는 동안 뒤에선 한 가정을 파괴하는 데에 동참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사실을 파악한 이후로 그저 혼란스러워졌다. 히라노 아야 성우도 양다리 걸친 게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치하라 미노리 성우의 경우와 비교하기엔 무게의 차이가 너무 큰 것 같다.
이 혼란 와중에 치하라 미노리 성우에게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보이니 더욱 혼란스러웠다. 치하라 미노리 성우에게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은 무로야 코우이치로우의 아내와 자식이었던 사람이다. 우리에게 면죄를 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최소한 문제가 없다느니 용서한다느니 하는 말을 꺼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말을 꺼내는 건 이 문제를 가볍게 본다고 선전하는 것과 뭐가 다른 건지. 이런 생각에 더욱 힘들었다. 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음반을 듣고 라디오를 듣고 공연을 보고 했던 게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건가? 특히 무로야 코우이치로우의 경우 치하라 미노리 성우 공연에서 바이올린을 담당해 왔으며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 음원으로 치하라 미노리 성우 노래 음반을 낸 적이 있었고 치하라 미노리 성우 공연을 좋아했던 이유가 바이올린 음색 때문이 컸던 나는 이 음반을 구매하기도 했다. 위에 뒤지고 다녔다고 쓴 음원도 마찬가지고... 하필이면 이 둘이서 문제를 일으켰다. 그럼 난 뭘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 걸까? 이런 고민을 며칠간 했지만 딱히 긍정적인 답변은 나오지 않는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던 분이 일으킨 사건이라 그런지...
팬이라고 위에 쓴 것처럼 다 받아주는 건 그냥 멍청해 보이고 딱 자르는 것도 뭔가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끌어안고 있어봤자 나중에 보고 싶어질까? 모르겠다.
예전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그 긍정적인 이미지를 팔아먹으려고 척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냥 다 집어치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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