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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2.17 ::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대표성에 대한 회의감 3
토요일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해야 된다며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녹색당, 노동당, 우리미래, 민중당이 불꽃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가 열리기 전에 이미 원내정당들이 이를 위한 국회를 따로 열기로 했고 손학규 이정미 대표가 단식을 중단한 상황이었지만 집회를 해야 그나마 저쪽에서 눈길이라도 줄 테니... 한편 나는 유튜브로 정의당의 사전집회를 봤는데 위와 같은 광경이 나오는 걸 보고 좀 멍해졌다. 정의당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고 나온 게 다 아저씨들, 그리고 아주머니 약간.(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나왔을 때엔 아주머니 비율이 좀더 많아지긴 했다.)
저 광경을 보고 나서 TV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우연히 보았을 때가 생각났다. 정동영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해야되는 이유로 청년문제를 꼽았다. 다양한 의원이 나오지 못하니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지난 총선에서 각 정당이 얼마나 청년후보를 내세웠는지 잘 모르겠다.
이번 국회에서 최연소 국회의원의 나이는 만 29세였다. 그나마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30대로 합류했고 그렇게 해서 현재 국회에서 활동하는 30대 의원은 세 명이다. 힘이 있는 정당은 비례 앞 번호에 청년 후보를 배치하지 않았고 청년 후보를 배치한 정당은 다 원외정당이었다. 힘이 있는 정당에선 청년의 기준을 더 늘려야 된다고 아우성이고 청년 기준을 제대로 정한 정당은 정의당과 원외정당이다. 그런데 과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한다고 해서 힘 있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청년세대 의원이 늘어날 수 있을까? 정말 청년세대를 생각한다면 이런 일이 과연 벌어졌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건 비단 청년뿐만이 아니라 다른 소수자에도 해당한다. 여자는 비례번호 홀수번을 줘야 하니 명목상이나마 기회를 주고 있지만 그 외의 소수자들이 얼마나 헤쳐나오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영 아니다. 장식적인 수준으로 기회를 받을 뿐 비례대표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실력이 없으니깐 안 되는 것일뿐이라고 핑계를 댈 수도 있겠지만 이자스민 같은 경우 정말 실력이 없어서 비례대표를 다시 신청했을까?
그러고 보니 장애인이신 심재철 선생 같은 분도 있으니 노오력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려면 어차피 국회 정원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로 정당 간의 표심에 맞춘 의석을 배정하기 위해 최소한 끌어당겨야 할 선으로 지적되고 있는 지역 대 비례 2 대 1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비례에 청년세대가 들어갈 틈이 조금 더 많아질 수 있다. 하지만 위에 써놓은대로 정당 내에서 청년 정치가들의 위치는 매우 열악하다. 조금 더 많아진다고 해봐야 두세 석에 불과하지 않을까?
거기에다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힘 있는 정당이 지역구를 많이 차지함으로 인해 의석을 비례대표 투표로 드러나는 정당 지지율보다 훨씬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되면 오히려 힘 있는 정당 쪽에서 비례대표 쪽에서 의석을 많이 얻지 못하거나 못 얻을 가능성도 높다.(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이 비례대표 투표의 비율을 넘어섰다.) 그럼 더욱 청년 정치가는 힘 있는 정당에서 기를 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힘 없는 정당에서 비례대표를 많이 주면 될 거란 계산이 서긴 하지만 계산은 계산일 뿐.
계산의 예(?)(이노우에 타케히코 저 <슬램덩크> 중)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정당들 중 과연 그들이 외치는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정당이 얼마나 있을까? 솔직히 내가 지지하는 정의당에 대해서도 이 부분은 믿음이 가질 않는다. 메인에 나서는 정치가들을 보면 대부분 여유로운 중년층이고 가난하거나 그렇게 부유하지 못한 청년층은 대부분 이색후보이다.(녹색당 같은 정당은 아마 전부 다...) 말마다 청년을 앞세우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에게 유리한 말을 만들기 위한 수식어이지 함께할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총선 더불어민주당처럼 청년 정치가는 실력이 없다 호통을 칠 뿐 왜 실력이 없는지에 대한 반성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서 청년위원회 대표 같은 자리는 힘 있는 40대 정치가가 따낸다.(위원회라도 있는 게 어디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정당의 체계를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간의 도의를 지키는 수준에 그칠 뿐 다양성을 지켜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체계를 바꾸라는 목소리가 있기나 하나, 정당 내부야말로 치열한 기득권 싸움의 장인데... 혁신적으로 바뀌는 것은 계속해서 선거 때의 모습뿐일 것이다.
여전히 볼 때마다 울컥하게 된다...
난 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에 대해선 찬성한다. 시민의 표가 제대로 된 비례성을 가지지 못하고 지역의 힘 있는 유지가 해먹고 지역 갈등을 이용해 해먹는 식의 제도가 조금이라도 무너져서 사실상 양당제를 이루게 하는 현 상황이 바뀌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을 봤을 때엔 그냥 좋게 되려니 하고 바라보기가 힘들다. 흔히 지적되는 것처럼 86세대가 다 나가야 풀리는 건지... 어버이연합도 여전한데 언제까지 기다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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