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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23 :: 아무 것도 바꾸지 않는 정신승리 7
사회/극히 개인적인 생각 2018. 12. 23. 05:54

 역사 관련 팟캐스트인 만인만색을 앞부분부터 조금씩 듣고 있는데 이덕일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많은 오류와 어거지에도 불구하고 자칭 진보 계열에서 식민사학에 저항하는 역사학자인 양 포장되어서 내는 책마다 만 단위를 보장받는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진보 계열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 집안 같은 곳도 포함된다고 한다.(정치가로 유명한 집안이다. 이 정도면 다 알겠지) 이덕일이 칭송받고(?) 비판받는 지점 중 하나가 낙랑의 위치에 대한 것이다. 역사학계는 평양 근처였다는 것으로 거의 합의를 본 상황이지만 이덕일은 요동을 넘어 아예 요서 지역으로 넘겼다고 한다. 대충 봐도 고구려가 시작한 위치를 생각해도 그렇고 요동 정복을 위해 그렇게 애를 썼던 시기를 생각해도 그렇고 낙랑이 그런 곳에 있었다면 대체 어떻게 정복을 했다는 건지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간에 이렇게 중점을 가지게 되는 것은 한민족이 가졌던(것으로 믿으려 드는) 광활한 영토이다. 아예 뭐 유럽 아프리카까지 다 우리 땅이었다고 주장하지 싶은 환단고기 맹종자들을 비롯해 고구려가 광활한 영토를 가졌음을 어떻게든 내세우려 드는 사람들, 소박하게(?) 조선이 간도 지방을 실질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We are the World(?)


 역사학계를 향해서 이런 (자기들에게)사실을 인정하라 (실제로도) 악을 지르는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일본이 제국주의적 침략을 해왔던 과거에 대해선 분노한다. 그런데 반도에 있었거나 만주 쪽에 있으면서 반도에 영향을 미친 나라들 중 세가 강했던 나라들은 일제의 침략과 별반 다른 일들을 해왔던 걸까? 그들도 적군을 잔인하게 살인하고 재산을 빼앗았을 것이며 적국의 백성을 노예로 삼았을 것이다. 특히 초기 고구려는 아예 약탈경제였다. 군사력이 약한 국가들을 삥뜯으며 자기 나라를 보전한 것이다. 이게 나라가 커지면 커질수록 전쟁의 규모도 더욱 커지게 된다. 그 당시 사람들이 뭐 순해서 상대방 나라가 세보이면 넙죽 바쳤을까? 저항을 할 수밖에 없고 그 저항을 이겨내기 위해 더욱 큰 힘을 행사하게 된다. 발해의 경우 대부분을 차지하는 말갈족이 대부분 하층 신분으로 이걸 소수 고구려 출신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걸 가지고 중국과 한국 중 어디의 역사로 보는 게 맞는가 하는 시시한 다툼까지 있다. 이것이 나라가 커지는 과정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일제의 침략과 반성은 커녕 회피하거나 당당하게 나오는 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한국 역사에 속하는 나라가 이렇게 컸으니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된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모순되지 않나? 아니면 그냥 쪽바리에게 당한 것이 분했던 것인가? 


아니면 부러웠나?(최훈 저 <삼국전투기> 중에서)


이런 사고방식을 진보라고 하는 것 자체가 한국 내의 진보 보수에 대한 개념이 얼마나 혼탁한지 보여주는 것 아닌가. 왜 혼탁해? 민주당 지지하면 진보인 거지... 


이 분 앞에서도 매우 명확...


 이런 사고방식이 퍼지는 이유로 지금 당장의 세상에 불만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과연 과거에 우리 조상들이 그런 광활한 영토를 가지고 있었다 한들 무슨 자위가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지금도 학교 교육과정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화랑의 후예>의 주인공의 조상이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주인공은 개털일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작품을 본 적이 없는 건지 아니면 자기들이 보고 있는 것은 실체가 있다고 믿는 건지 별반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원래 땅부자였는데 친척 할아버지가 땅을 다 날려먹은 걸 (실화...) 내가 한탄을 한들 그렇게 땅이 많았던 걸 자랑스러워 한들 나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다. 이런 말을 하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식으로 반박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분은 다시 앞 문단으로.


 역사를 보는 눈은 각자 다르겠지만 다른 걸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제대로 된 근거를 인정하고 자기 안의 모순을 완전히까지는 아니어도 제거할 용의가 있을 때 가능하다. 역사뿐 아니라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이다. 학자들이 괜히 욕이나 처들어먹으려고 의사나 유사, 사이비라는 말까지 쓰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태도를 전혀 갖추지 않고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돌린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믿으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하긴 이런 식으로 말하면 이 말 그대로 되돌려 받겠지만 이 이상 뭘 고쳐서 말해야 되는 건지...) 게다가 이런 태도를 자신들의 정신승리뿐 아니라 학문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사익을 취한다면 이런 걸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흐름은 대중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된다. 크고 강한 것만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쁘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실제로 한국의 교육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 사고(思考)를 재생산하게 된다. 내실을 다지기보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 집착하다가 결국 후회를 하는 일을 많이 보게 되지만 사람들은 원래 그런 사고방식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건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자기가 내세우는 것의 영향을 크게 보지 않는 건지 아니면 이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건지 잘 모르겠다.



 똑똑한 사람들이 나서도 잘 풀리지 않는 문제에 내가 뭔 말을 한다고 상황이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보면서 생각하다가 러시아 사람들이 소련 시절을 그리워하는(거의 한 세대가 지났는데도...) 이상한 상황을 보고서 이 글을 쓰고 싶어졌다. 지금의 고난에 지쳐 옛날의 영광을 단체로 만들어내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그로 인한 부작용을 고치는 데엔 더 많은 힘이 기울여져야 될까 말까하다. 이걸 뭐 누가 말해줘야 아는 것도 아닐 텐데...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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