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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09 :: 제1회 인천 퀴어문화축제
사회 2018. 9. 9. 01:38

인천 가는 지하철인 줄 알고 탔더니 2014년 신촌으로 가는 타임머신이었음(?)


저번 서울 퀴어문화축제 때 못(안) 갔고 인천은 이래저래 나와 인연이 있는 곳이다. 게다가 이번이 1회이고 시험 봤던 건 오전 중으로 끝나서 시간도 되고 하니 갔는데 이렇게 될 줄은 생각을 못했다. 물론 대구 같은 쪽도 고생을 했다곤 하지만 이렇게까지 포위당하고 막히는 수준은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들어가는 과정부터 만만치 않았던 것이 아예 들어갈 수가 없었다. 바깥쪽에서 행사장이 경찰과 개신교 쪽 혐오 세력들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는 걸 보고 입구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하는 범우주 양성애 비밀결사단 깃발을 보고 따라갔으나 이나마도 완전히 들어가는 입구로 가지는 못하고 한 시간 넘게 바깥쪽에서 서 있어야 했다. 그 곳에 뒤섞여 있던 혐오세력과 분리가 되는 시간도 길었기 때문에 그만큼 불쾌지수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분리된 이후로도 위와 같은 풍경을 보고 있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이어졌다. 

그렇게 기다리고 나서야 경찰이 퀴어문화축제장 쪽으로 길을 터주었는데 초장부터 대난리가 났으니 서울처럼 부스를 착착 설치하지도 못했고 다들 돗자리 깔고 홍보물 배부나 상품 판매를 하고 있었다. 동선도 확보가 안 되니 다들 사람들이 흐르는대로(?) 가면서 간신히 살펴볼 수 있었고... 퀴어문화축제에서 무엇보다 비중을 가지는 행사인 퍼레이드도 이 상황에서 될 리가 없다. 난 2014 서울(신촌) 퀴어퍼레이드 영상으로 많이 본 차 앞에서 드러누운 정도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입구(라기보다는 강제로 경찰에 의해 나뉘어졌던) 부분에서부터 드러누워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원래 퍼레이드 시간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네 시 전부터 간다만다를 계속 반복해야 했다. (사실은 처음에 경찰이 아예 하지 말아야 된다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렇게 왔다갔다를 하면서 앉지도 못하고 계속 서 있다가 



위와 같은 광경을 보다가 지쳐서 결국 털퍼덕 주저앉아 졸다가... 거의 세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입구를 나아가기 시작했다. 해는 거의 다 저물어가는 상황에서 이렇게 나아가는 과정마저 더뎠다. 앞서 말했듯이 입구에서부터 그 모냥이었으니 그 앞길은 말할 것도 없고... 그냥 걸어가면 얼마 걸리지도 않을 거리인데도 해가 다 지고 나서도 반도 나아갈 수 없었다. 



이 과정에 오기까지도 이런 일들이 있었다. 이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도는 걸로 알지만 일단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선을 벗어나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겪는 와중에 경찰의 태도는 너무나 미적지근했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대처했다면 애초 포위될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겠지만 퍼레이드 진행 과정에서도 똑같은 경고를 한 수십 번 날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계속 화가 쌓여있던 와중에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걸 보고 참지 못한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연행해!"를 계속 외쳤지만 그것도 들어줄 리 없고... 일부 난폭 행동자는 연행되었으나 그 외엔 이렇다 할 만한 게 없었다. 그동안 약자들이 시위하면 바로바로 신속하게 잡아갔으면서 문재인 정부에 발맞추어(?) 유순하게 나오는 건가? 키득. 앞서 말했듯이 애시당초 긴 거리도 아니다. 동인천역 출입구에서 반대쪽 출입구를 향해 나아가는 정도였는데도 그 정도니...



이번에도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경찰이라는 조직을 지자체 휘하에 둔다고 제대로 돌아갈까?


마지막으로 막혔던 철도 다리 밑 지점에서 뒤에서 뭐라고 외치는 게 들렸는데 그 소리가 앞으로 전달되면서 명확해졌다. "우린 여기 있다"였다. 소수자들이 마지막으로 낼 수밖에 없는 함성. 다른 구호 같은 경우 얼마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 구호만은 십 분이 넘게 외친 것 같다. 주변에 우는 사람들도 많았고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이 이후엔 싱겁게 끝나버렸다. 합의란 걸 했나본데 그 합의라고 했다는 게 인도를 통해서 깃발이나 플랜카드를 들지 않고 가라는 거였다. 퍼레이드를 왜 하는 건지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혐오세력과 경찰이 그런 식으로 밀고 간 것 같다. 그런데 어차피 시간은 늦었고 봐야될 외부인들도 없었다. 그러니 퀴어문화축제 진행자들 입장으로서도 눈에 띄는 행위를 더 해봤자 혐오세력들 약올리는 것 외엔 별 실익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는 무기력함과 진행로를 둘러싸고선 깃발을 조금이라도 들고 있으면 의기양양하게 합의사항이라며 내리라고 윽박지르고 두 번 다시 인천에 오지 말라는 혐오세력 새끼들의 외침은 그렇게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심지어 동인천역 반대쪽 출입구에 도착해서까지도 깃발 내리라고 윽박지르는 그 상쾌한 외침이란...

도착한 다음 진행자 측의 간단한 마무리 코멘트와 함께 서로 격려하면서 퀴어문화축제를 마쳤다. 

이렇게 트러블 투성이었던 퀴어문화축제였지만 그 와중에도 웃고 있는 퀴어 쪽과 기계적으로 혐오 발언을 쏟아내며 폭력적으로 나오는 혐오 세력들 간의 차이는 극명했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오히려 인천 쪽 선전이 된달까... 다른 지역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때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던 경우는 없었다. 2014년 서울 퀴어퍼레이드가 막힌 다음 2015년에 대성공을 거두었던 것처럼 오히려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더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그만큼 혐오세력이 더 강력하게 반발하려 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2회 때에도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2회에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이 와서 준비가 제대로 된 축제가 만들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또 막히면... 으음... 


이렇게 맑은 하늘 아래에서 행진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


*시작 시점부터 다짜고짜 무산되었다고 제목 올렸던 기자 새끼들은 뭔가 싶다...

** 인천퀴어문화축제 후원 신한은행 140 - 012 - 342005 

*** 퍼레이드 차량은 왜 안 쓰인 건가 했는데 알고 보니 혐오세력들이 바퀴에 펑크를 내는 등 난리를 피웠다고 한다. 안 그래도 축제장으로 들어가지 못해 헤매고 있을 때 차량이 둘러싸여 있는 걸 보고 저거 괜찮을까 싶었는데...(참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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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퀴어문화축제 현장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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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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