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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0.01 :: 이미지에 전하는 잔인한 동정심


 미국 사람이 스코틀랜드 Faroe섬에서 벌어진 고래사냥을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21세기 세계에 대해 이해력이 없는 전근대적인 나라라는(""archaic country" that needs to "join the 21st century."") 문구를 덧붙였다고 한다. 당연하다시피 이 사진은 상당한 반응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에 대해 관청 쪽은 이 사냥이 이 마을 주민들의 삶의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고통스럽지 않게 죽이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얻은 고래고기와 기름 등 자원은 모두 그 마을 주민들을 위해 쓰여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사냥을 해도 고래의 전체 종에 가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유지해 오고 있는 것뿐이며 이것을 바꾸려면 오히려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많은 행위들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동물권을 외치는 사람들은 그저 고래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고 지능을 가진 존재다라는 말을 외친다. (Sea turns red with blood after whale hunt in Faroe Islands

 이 기사를 읽으며 전에 들었던 세실 관련 강연이 생각났다.



 돈만 내면 사자를 잡을 수 있다는 광고에 넘어가 사자를 앞에 두고 멍청하게 웃고 있던 치과의사 사진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지만 이 사진을 둘러싸고 오가는 많은 것들을 조명하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짐바브웨로서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고 경제 선진국들은 이를 이용한다. 전형적인 가난한 나라 착취의 모습이 세실을 통해 새삼스럽게 드러난 것뿐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주목해야 될 점이 있다. 그 곳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냐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환경을 생각해 보면 아파트에 고양이가 드나든다는 이유만으로 그 고양이들을 가둬버리는 사건이 일어나기 일쑤이다. 저번에 대전 동물원에서 일어났던(동물원 바깥으로 나가지조차 못한) 퓨마 탈출 건으로 그 난리를 피웠던 것도 그렇고 너무나 당연하다시피 우리 근처엔 우리에게 같은 사람 외에는 위협이 되는 동물이 없다. 그에 비해서 짐바브웨는 세실 같은 사자를 사냥하는 대가로 돈을 받을 정도로 위협적인 비인간 동물이 넘쳐난다. 거기에도 사람은 살아야 한다. 어떻게 사는 건가 싶은 환경이 조성된 가운데 사람들은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 국립공원의 경계를 만드는 철로를 넘어오면 사냥을 해도 되고 아니면 가만히 두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당연히 비인간 동물들에겐 이런 이야기가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한편 사람이 사는 마을엔 사자 같은 육식동물들이 편하게 사냥할 수 있는 가축들이 보인다. 그럼 당연히 경계를 넘어오는 육식동물들이 발생하게 되고 그 동물들은 죽여도 된다는 규정이 발생한다. 그 규정 하에서 계속 사냥이 이루어지던 와중에 어쩌다가 주목을 받은 게 세실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그렇게 철도를 넘어오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기르는 가축이다. 그리고 비인간 동물들이 활보할 수 있는 국립공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 부지에서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모조리 쫒겨나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짐바브웨의 특산품 중 하나로 짐바브웨 달러가 있을 정도로(?) 엉망진창 경제를 만든 독재자 무가베 정부 하에 이뤄진 일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짐바브웨 인민들이 인식하는 현실과 그에 따른 상황은 똑같았을 것이다. 

 반면에 이런 환경을 접할 일이 없다시피 한 경제 선진국민들은 "불쌍한 동물들"을 보며 동물권만을 외칠 뿐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지금 살고 있는 환경이 세실과 같은 맹수들을 모조리 죽이고 만들어진 환경인데도 말이다. 동물권이 중요하니 자신들의 나라에 그 맹수들을 풀자고 하면 누가 좋아할지 잘 모르겠다. 동물원이 거기에 갇힌 동물들에게 잔인한 시설이라고 외쳐봤자 우리는 국립공원과 같은 거대한 동물원 안에 비인간동물들을 가두고 그것에 대한 책임은 못 사는 나라 사람들에게 떠넘기고선 선비질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편 이 강연 중엔 이런 이야기도 있다. 역시 사람들이 보이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생기는 일인데 안양에서 맹꽁이 등을 키울 수 있는 생태공원을 만들었다고 해놓았길래 청소년 교육을 위해 관찰수업을 진행했는데 청소년들이 맹꽁이가 있다고 찍어온 게 하수구 정도뿐이었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맹꽁이 같은 작은 동물들이 서식하려면 개천 같은 곳이 있어야 하고 풀이 많이 우거져서 그 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데 개천은 덮어버리고 풀은 바짝 깎아버린 바람에 그럴 수가 없었고 이에 항의를 해봤으나 관청 쪽은 사람들이 풀이 우거진 곳에서 개를 산책시키면 엉켜버린다면서 깎으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단다. 이 부분을 들으면서 그냥 개판이라고 하지 무슨 생태공원인지 잘 모르겠다 싶었다. 자기들이 보기에 좋은 개들은 자기들이 좋을대로 인형처럼 손을 보고 묶어놓고 끌고 다니면서 자기들에게 보이지 않는 동물들은 어떻게 되든 알 바가 아닌 건가? 들으면서 애완동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가 더욱 짙어졌다. 애완견 끌고 다니면서 동물권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순된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에 대한 확신도 짙어졌다.(고양이를 아파트에 가둬놓는 건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

 전에 도살장 고발 영상을 보면서 왜 이걸 육식에 대한 혐오로 몰고 가려는 건지 의문을 표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매체에 대해서 과민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어떤 생명이 다치거나 죽는 것을 보면 그걸 봄으로써 일종의 생존본능이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다른 사람을 억누를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실제로 위의 CNN 기사의 경우 자체의 논조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를 올린 트윗의 댓글들이 모두 고래사냥을 한 사람들에게 화살을 날리고 있다. 자극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순간 게임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무리 이유가 있다고 해본들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건 고래의 피다. 반면에 제주도의 비자림로 같은 경우 원래 그렇게 베어내야 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가 아름답다는 이유로 막아버린 경우에 속한다. 막상 보이는 것에 치중된 사람들에게 원래 공사의 필요성은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기에게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면서 살아가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너무나 간단하다. 더군다나 유튜브 세대라고 떠벌리며 스마트폰에 나오는 이미지에 치중하는 사람들이 다수가 되다시피 한 현 상황에서 이런 이미지 장사가 과연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싶기도 하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자신들이 원하는 이미지, 자신들이 원하는 팩트 하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속 희망이란 대체 뭘까? 잘 모르겠다.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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