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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8.05.29 :: 물리적 폭력과 사회적 따돌림은 같은 고통
  3. 2018.01.23 :: 책장
문화/책 2018. 6. 2. 23:02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木馬)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少女)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女流作家)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木馬)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靑春)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雜誌)의 표지처럼 통속(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木馬)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박인환 시선집, 산호장, 1955>

http://www.seelotus.com/gojeon/hyeon-dae/si/sijagpum/jagpum/ba/baginwhan-mogma.htm


전에 <명동백작>이라는 드라마를 보았을 때 박인환 시인(차광수 배우)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정작 박인환 시인이 지은 시는 한번도 제대로 쳐다본 적이 없다. <명동백작>에서야 드라마에 그려진 모습을 좋아한 거고 원래 시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있긴 하지만 그냥 모든 것이 변명같이 느껴지고 실상은 뭔가를 좋아한다 해도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닐까 싶다. 그래서 본 소감? 잘 모르겠다. 술마시고 노래를 해봐도 가슴 속엔 남은 것이 하나도 없네. 같달까... 원래 가사를 찾아보니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라고 나와있는데 난 왜 이 가사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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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의 나오미 아이젠버거Naomi Eisenberger 박사는 2003년, 《사이언스》에 실험 논문 한 편을 발표합니다.1 작은 방에 실험 대상자가 한 명 들어가면, 그 앞에 컴퓨터가 놓입니다. 컴퓨터에는 세 명이 삼각형으로 서서 공을 주고받는 게임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고, 공을 나머지 두 사람 중 누구에게 전달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실험 대상자는 모르고 있지만, 나머지 둘은 실제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인 것이지요.

  실험을 시작하고 처음 몇 분 동안 세 명은 사이좋게 순서대로 공을 주고받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실험자에게 공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실험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은 계속 서로 공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컴퓨터상에서 함께 게임을 하던 두 사람이 아무 설명 없이, 한 사람을 게임에서 배제한 것이지요.

  아이젠버거 박사 연구팀은 게임이 시작된 시점부터 실험자의 뇌를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기계를 이용해 촬영합니다. fMRI는 뇌의 어느 지점에 혈류가 모이는지, 그래서 뇌의 어떤 부위가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계입니다. 실험 대상인 사람에게 공이 오지 않기 시작했을 때, 게임 동료인 줄 알았던 이들이 자신을 그 관계에서 배제했을 때, 피해자의 뇌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했던 것이지요.

  실험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컴퓨터상으로 진행되는 따돌림으로 인해 뇌 전두엽의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부위가 활성화됐습니다. 인간이 물리적으로 통증을 경험하면, 즉 누군가가 나를 때려 아픔을 느끼면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에 혈류가 모인 것입니다. 우리 뇌가 물리적 폭력과 사회적 따돌림을 같은 뇌 부위에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아픔이 길이 되려면 | 김승섭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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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찍었던 책장 사진을 올렸던 트윗(본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지만)을 다시 보았다. 지금 보니깐 알라딘에 팔아버린 책도 보이고(...) 아직 좀 여유가 있었다 싶었다.




지금은 이런 상황이니깐 말이다.  -_-; 이 칸뿐만이 아니라 모든 책장칸이 다 포화상태이고 만화책은 이보다 훨씬 더 많으니 원래 책을 놓기 위한 공간이 아닌 곳도 꽤 많이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책을 사는 가격에 대한 부담이나 자원 낭비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런 공간 문제 때문에 전자서적 이용으로 옮겨간 것이었다. 전에 <은혼>을 포기하면서 공간이 좀 여유로워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종이책을 사면 다시 그 공간이 메워질 거고 책장을 새로 살 돈도 놓을 공간도 없고... 어차피 내가 책을 물리적으로 가지고 있어봤자 나중에 무슨 큰 보물이 될 수 있는 건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닐 것 같고 스마트폰도 샀겠다 사고 싶은 책은 전자서적으로 사기로 했다. 물론 아직 그렇게 많이 본 것은 아니고 아래 구석에 있는 <스켑틱> 한국어판이나 <인물과 사상>지 같은 경우 전자서적이 너무 늦게 나와서 그냥 종이책을 사보지만... 

예전엔 전자책이 지금처럼 많이 나온 것도 아니었고(특히 만화책 쪽) 상당히 큰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서 책을 보는 사람들을 보면 좀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에 왜 굳이 저렇게 하나 싶었는데 결국 나도 이 쪽으로 넘어와 버렸다. 결국 뭐 사람은 잘 모를 때엔 웃어넘겨도 알게 되면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존재인가 보다. 난 그 과정이 너무 늦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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