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2018. 2. 20. 15:30

동성애를 다룬 영화에서 가족이란 존재는 곧잘 객체화된다. 동성애자가 자신의 가족임을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아예 연인들을 갈라놓으려 하거나 응원하는 정도? 아니면 아예 모르는, 영화 속 주체로는 곧잘 서지를 못한다. <초콜릿 도넛>이나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처럼 동성 연인 내지 부부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던 아이를 자기 가족으로서 품는 구도도 있지만 이 또한 주인공을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바비를 위한 기도>처럼 동성애자와 가족을 따로 떨어진 주체로 다루는 경우까지... 퀴어 관련 영화를 많이 본 것도 아니지만 이번에 본 <환절기>처럼 동성애자와 가족이 함께 주역으로 나와 소통하는 영화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다.(스토리뿐 아니라 영화 분위기 자체가 담담하다.) 주인공의 아들과 매우 친하고 주인공하고도 사이가 좋아서 집 대문 비밀번호까지 거리낌 없이 알려 줄 정도였던 수현이 아들과 여행을 다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로 인해 아들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짐을 정리하던 도중 아들과 수현이 동성연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주인공이 수현을 냉정하게 대하고 아들을 찾아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지만 수현은 포기하지 않고 주인공과 아들을 도울 기회를 계속해서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과 수현의 벽이 허물어지는 이야기이다.


다소 단순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성소수자의 가족이 자신의 가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낸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무조건적인 갈등이나 응원보다는 자연스러운 내적 외적 갈등을 이겨내고 포용하는 과정이 같은 극장에서 관람하셨던 성소수자 부모모임 같은 분들에게도 있었을 것이지만 여태까지의 퀴어 영화는 그런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것 같다.(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기에라는 이유가 크겠지만...) 성소수자 문제뿐 아니라 세상의 많은 곳에서 중간점을 찾을 수 없는 갈등이 일어나고 있지만 원래는 이런 화해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기에 이 영화를 찍은 이동은 감독이 자신을 위한 영화라고 했던 것 아닐까 추측해 본다.


영화 전개를 놓고 보면 처음에 좀 혼란스럽다. 사고를 당했던 시점과 그로부터 사 년 전의 시점이 계속 교차되어서 나오는데 나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누가 누군지 저 장면이 어느 시점인지 상당히 헷갈린다. 그 교차되는 장면들이 끝나면 이해가 되긴 하는데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심상정 의원도 처음부터 "초반이 지루했다"라는 돌직구를 날렸고 ㅋㅋ; 초반 부분 외에도 장면 전환이 좀 갑작스럽다 싶은 부분이 꽤 있었다. 이 점에서 집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를 좀더 풀어야 될 것 같은 시점에서 끊어지는 전개가 반복되는데 여운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좀 많이 남는 것 아닌가 싶기도...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이 스토리 라인이 단순한 면이 있다. 물론 복잡해야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보는 입장에서 전개가 뻔하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에 대한 평점은 10점 만점에 8점. 위의 사항을 고려해 봤을 때 내겐 평타 수준.

posted by alone glow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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